[인터뷰] 김윤식 신협중앙회장 "수치가 아닌 사람이 신협의 가치"

입력 2022-09-07 16:56:57 수정 2022-09-07 18:5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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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신협 최초 3연임 회장, 한국신협 공동체 발전 노력 덕분"
873개·자산 134조 국내 대표 조합…아시아 1위 세계 4위 규모로 성장
개발도상국 신협법 제정에도 도움

김윤식 신협중앙회장.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김윤식 신협중앙회장.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 출신 김윤식 신협중앙회장이 지난달 아시아신협연합회장에 재선임되면서 아시아신협 최초 3연임 회장의 자리에 올랐다. 작년 12월에는 62년 신협 역사상 처음으로 직선제로 치러진 회장 선거에 경선 없이 단독 후보로 추대돼 연임에 성공했다.

젊은 날 국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전업 서예가였던 그는 30대 후반 사업가로 변신, 효성청과, 아리아나호텔 등 손을 댄 사업마다 성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뛰어난 사업 수완에다 국제적인 지명도까지 갖췄기에 자신감이 충천하리라 생각했다. 기우였다. 7일 대구에서 만난 그는 4년 전 처음 신협중앙회장이 된 후 서울 여의도에 있는 대구 뭉티기 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던 그때와 달라진 게 없었다. 그날 '부동산 고공행진'이 계속됨에 따라 신협이 서민의 숨 쉴 구멍이 되어줄 것을 자신했듯, 이날도 그는 직원 한 명 대동하지 않고 홀로 나타나 '마음이 따뜻한 신협'을 역설하는 데만 집중했다.

-아시아신협 최초 3연임 회장이 됐다. '최초' 달성 배경이 궁금하다.

▶3연임 회장이라는 성과는 한국신협 공동체의 것이다. 세계 최빈국 신협에서 현재는 873개 신협, 자산 134조원 규모 국내 대표 금융협동조합이자 아시아 1위, 세계 4위 규모로 성장한 한국신협의 발전에 주목한 것 같다.

특히 세계신협협의회의 코로나대응위원장을 역임하며 마스크 11만3천장을 세계 각국에 보급하는 등 글로벌 위기 극복을 위한 세계신협의 경영 전략 수립을 주도했다. 또 네팔, 필리핀, 몽골 등 개발도상국에 신협법 제정 및 예금자보호제도 신설을 위한 자문을 제공하는 등 아시아신협 공동체 발전에 힘쓴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회장 연임에 성공했다. 어떤 공약이 주효했다고 보나.
▶1천500만명이 이용하는 신협의 대표자들께서 직접 뽑아주신 자리인 만큼 기쁨보다 책임감이 더 무겁다.

2018년 목표기금제 도입, 행정정보 공동망 도입 등 규제 완화와 조합 경쟁력 강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리고 지난 임기 4년 동안 신협의 규제 완화와 조합의 부담 완화에 모든 정성을 쏟았다.

임기 중 이뤄낸 대표적 정책이 목표기금제다. 취임하자마자 사활을 걸고 추진했고, 첫해가 지나기 전에 틀을 완성해 2천억원의 보험료를 감면했다.

모두가 안 될 거라던 여신구역 광역화를 지난해 기어코 도입하는 데 성공했다. 여신구역 광역화로 전국 신협은 226개 시군구 단위에서 벗어나 10개 권역으로 여신영업구역을 넓혔다.

일각에서 우려하던 조합끼리 과당 경쟁은 일어나지 않았으며 더 넓어진 울타리 안에서 대·중·소형 조합이 사이좋게 동반 성장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가 재선의 원동력이라 생각하고, 안팎으로 그 뜻을 지지하고 성원해준 수많은 임직원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신협은 비영리 금융협동조합이다. 시중은행은 어떤 차이가 있나?

▶시중은행은 안타깝게도 대부분 주식을 외국계 자본이 갖고 있다. 주주 배당금이 국부 유출인 셈이다.

반면 신협은 조합의 이익을 모두 조합원과 지역사회로 환원한다. 전국 신협은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오랜 기간 조합원을 위한 복지·사회사업을 꾸준히 발전시켰다. 결과적으로 조합원이 사는 지역사회는 나날이 더 행복해진다.

운영 방식도 보유한 주식 수에 따라 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하는 은행과 달리 신협은 조합원이 주인이자 이용자 겸 경영인이다. 독점적 지배권을 원천 차단해 공평하게 1인 1표를 행사한다. 민주주의와 같다.

-최근 시중은행이 수익성 저하로 점포수를 줄이는 상황인데 신협은 어떤가?

▶서민금융, 지역 밀착형 금융인 신협은 수익 논리에 따라 무작정 점포를 줄일 수 없다. 오히려 시중은행 철수로 인한 노인, 농·어민 등 금융소외계층의 금융 공백을 메워야 한다.

실제로 신협은 2019년 말 1천658개, 2020년 말 1천677개, 지난해 말 1천685개 등 꾸준히 점포 수를 늘려가고 있다. 신협은 수치가 아닌 가치를 제공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됐다. 금융 역시 예외는 아니다.

▶신협은 기술 혁신만을 외치는 디지털 금융,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만을 겨냥한 전략이 아닌 세대 간 디지털 격차를 줄여 모두가 간편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모바일 뱅킹을 고도화함과 동시에 대면 창구에서도 디지털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디지털금융이사를 도입해 신협의 IT 조직을 책임지고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세워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신협이라면 "어부 어부 어부바"라는 CM송이 떠오른다.

▶2018년 서민 중산층과 금융소외 계층에게 언제든 가족처럼 따뜻한 '등'을 내어주겠다는 신협만의 철학을 '어부바'라는 한국적 정서에 담았다. 처음에는 파격적이라며 우려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어부바'가 평생을 업고 업히는 관계처럼 신협과 조합원의 끈끈한 유대관계 잘 나타내 준다고 봤다.

-최근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 시대에 신협이 서민경제를 어떻게 어부바해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신협은 사람 중심의 금융을 표방하고, 따뜻한 지역사회 건설을 추구한다.

이러한 이념을 잘 반영한 것이 바로 '7대 포용금융 프로젝트'다. 신협은 이를 통해 2년 전 서민경제를 어부바한 공로로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축복장을 받았다.

'신협 815해방대출'은 고금리 대출 채무자나 신규 대출에 어려움을 겪는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공헌 성격 상품이다. 지난 연말까지 총 취급액은 5천억원으로 서민 5만여명이 이 상품을 이용했다.

최근 1자녀 이상으로 조건을 낮춘 '다자녀주거안정지원대출'은 무수익 지원 대출 상품으로 서민 주거 안정을 통해 저출산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고자 한다.

'어부바 효(孝) 예탁금'은 행정적 한계로 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보호하며 금융 사각지대에서 완충지대의 역할을 한다.

또한 '소상공인 어부바 플랜'은 작년 한 해에만 전국 293개 신협이 3천136명 소상공인과 결연하고 대환대출 실행, 금융상담, 조합 필요 물품 우선 구매, 온·오프라인 홍보 지원, 노후시설 개선, 매출 손익분석, 세무·노무·마케팅 전문가 무료상담, 상권분석 등 1만3천906건의 활동을 실천해 실질적 도움을 줬다.

-상호금융 규제 완화 목소리를 많이 냈다. 왜 필요한가?

▶은행이나 다른 금융기관이 불특정 다수 고객을 대상으로 수익을 쫓아 영업하는 것과는 달리 상호금융기관은 조합원에게 금융 및 생활 편의를 제공해 조합원 복지를 향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상호금융의 부동산업이나 건설업 대출자금은 서민주택을 공급하는데 주로 쓰인다.

상호금융에서 자금 공급을 차단하면 부동산업 및 건설업을 하는 영세 개인사업자와 중소형 법인이 고금리 금융권 또는 제도권 밖으로 밀려, 차주의 금리 부담을 가중할 것이다.

개인사업자나 중소형 법인은 사업할 수가 없다. 외려 서민용 주택 공급이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상호금융기관 고유의 금융 기능과 조합원과 관계 특수성을 고려할 때 은행과 같은 규제 적용은 무리가 있다. 세심한 정책 결정으로 상호금융 맞춤형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신협이 최근 다문화 가정을 위한 금융을 강화했다. 다문화 가정에 집중한 이유가 궁금하다.

▶올해부터 7대 포용금융에 '다문화 가정을 위한 금융지원사업'을 더한 8대 포용금융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국내 다문화 가정은 약 36만 가구로 2000년대 들어 새롭게 구성되는 가구의 10%를 넘게 차지한다. 이미 우리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다.

그래서 다문화 가정의 재산 형성과 경제적 어려움을 신협이 지원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연 7.0% 금리를 제공하는 고금리 적금 상품과 연 2.0%의 저금리 신용 대출을 내놓은 배경이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