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소 걸어 가다 70대 사망…주택 벽 무너지며 80대 참변
재산 피해도 수천억원 추정…道 "특별재난지역 선포 건의"
초강력 태풍 앞에 경북이 무너졌다.
6일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포항과 경주를 집중 강타하면서 침수·범람으로 12명이 숨지거나 실종되고 수천억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경북도는 막대한 피해를 입은 포항시에 대해 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재난안전 특별교부세 지원을 건의할 방침이다.
이날 오전 포항 남구 인덕동 한 아파트의 침수된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옮기러 간 주민 A씨 등 9명이 실종됐다.
소방 당국은 주차장 물을 빼고서 수색작업을 벌였다.
남구 오천읍 한 아파트에서도 지하주차장에 차를 옮기러 간 B(66) 씨가 실종돼 소방 당국이 배수 및 수색에 나섰고, 실종 6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오천읍 도로에서 하천 범람을 피해 가족과 대피소로 걸어가던 C(75) 씨는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뒤 인근에서 1시간여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경주시 진현동 한 주택에서는 주민 D(87) 씨가 흙더미에 묻혀 숨진 채 발견됐다.
샌드위치 패널 벽과 창문이무너져 내린 흙의 압력을 견디지 못해 붕괴되면서 빗물과 토사가 집 안으로 한꺼번에 밀려들어 참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됐다.
오전 포스코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 메인전기실에서는 화재가 발생해 전기실 1개동을 모두 태우고 진화됐다.
진압에 나선 포스코 자체 소방대원 4명이 한때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포스코 측은 전기실 침수로 누전이 발생해 불이 난 것으로 추정했다.
이날 피해는 포항시와 경주시에 집중됐다. 포항 4개 면의 주택 8천 가구와 상가 3천 동이 침수됐고, 두 지역에서 1천965가구 4천386명(포항 808명, 경주 3천578명)이 임시주거시설·대피소 등으로 몸을 피했다.
경주시 원당교와 대종천 제방, 왕신지 제방이 유실됐고, 경주시 양남면과 포항시 양학동에선 산사태가 발생했다. 경주시 동해면 일대에 정전이 나 800여 가구가 불편을 겪었고, 양동마을이 침수돼 여강이씨 재실이 훼손됐다.
재산 피해는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포항에서만 잠정 2천억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정확한 조사를 시작하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 사유·공공시설 복구비의 50~80%를 국비로 지원받는다.
피해 주민들은 국세와 지방세 납부 예외, 공공요금 감면 등 혜택을 받는다. 재난안전특별교부세 지원 대상이 되면 지자체가 재난 수습 비용을 보조받을 수 있다.
경북도는 인명 피해를 최종 확인한 뒤 가족들에게 위로금(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6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열린 피해 상황 점검회의에서 종합보고를 받은 뒤 "피해 조사를 빠르게 진행해 피해 주민에 대한 실효적 지원 방안 마련에 힘써 달라. 신속한 복구의 시간인 만큼 농어민과 소상공인, 침수로 생활터전을 잃은 분들이 하루빨리 일상을 되찾고 한가위 명절을 맞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피해 지원에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포항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7명이 실종된 사건과 관련해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며 경위를 제대로 파악해 줄 것을 주문했다고 강인선 대변인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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