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부터 의성 봉양면에서 선교활동
대문 앞 '두봉 천주교회' 문패 달고 이 지역 공소 역할
"건강 비결은 특별한 건 없어요. 다만, 늘 감사한 마음으로 지금 이 시간을 기쁘게 살아갈 뿐입니다."
경북 의성군 봉양면 자택에서 만난 두봉(93) 주교는 인터뷰 내내 어린아이와 같은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었다.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얼굴엔 건강한 모습이었다.
두봉 주교는 프랑스 파리 외방전교회 소속 가톨릭 선교사이자 주교로 1969년부터 1990년까지 천주교 안동교구 초대 교구장을 역임했다. 은퇴 후 경기도 한 공소에서 지내다 2004년부터 봉양면 문화마을에서 생활하고 있다.
봉양면에 터를 잡은 이유는 당시 이 지역에 신자가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는 정착 후 집 대문에 '두봉 천주교회'라는 문패를 달고 선교사로서의 소임을 꾸준히 펼쳐나가고 있다. 인근 지역에 묵주가방을 들고 선교활동을 하러 나가기도 하고 주일이면 자택 거실에서 몇몇 신자들과 미사도 봉헌한다.
일상은 단순하지만 꽤 타이트했다. 가끔 외부 강의를 나가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도 일정한 루틴 대로 일상을 꾸려나가고 있었다.
오전에는 미사와 성무일도를 하고 손수 아침식사를 차려 먹는다. 이후 강론 및 강의 원고를 집필하고 편지 및 이메일도 확인한다. 오후는 밭일과 미팅이 주를 이룬다. 매일 한두 시간 집 앞마당 텃밭(99㎡ 상당)을 가꾸고 거의 매일 찾아오는 손님들을 만나다 보면 금세 저녁 시간이 된다.
간혹 시간이 될 때는 동네 앞 하천에 나가 잡풀을 뽑기도 한다. 이런 모습을 보고 일부는 "건강 해치니 하지 말라"고 말리고, 어떤 이는 "잘 한다"며 응원하며, 혹자는 "풀 뽑으면 얼마 받느냐"고 묻는다며 웃었다.
그는 "평생 좋은 집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데 미안할 정도로 집이 너무 좋다"며 "대신 24시간 대문을 열어두고 누구와도 만나고 대화한다"고 말했다. 그것이 사제의 역할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들에게 한 마디 조언을 부탁하자 "중요한 것은 오늘, 바로 지금이다. 과거를 돌아보고 후회한다고 해서, 미래를 생각하며 자꾸 불안해 한다고 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냐"며 "어떤 상황에서도 감사의 마음을 잊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을 기쁘고 떳떳하게 살아간다면 그것이 최고의 행복이고 만족한 삶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