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받는 현대 흑인 예술가 작품 한자리에…리안갤러리 대구 ‘Color of the Times’

입력 2022-09-05 10:51:41 수정 2022-09-05 19:21:00

8월 30일부터 10월 29일까지
아난 아포티, 콜린스 오비지아쿠 등 11명 신작 선보여

Zéh Palito, The world is Yours, 2022, Acrylic on canvas, 130x155cm. 리안갤러리 제공

수년 전부터 전세계적으로 흑인 아티스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독특한 색감과 과감한 표현, 역사적으로 억눌려있던 것에서 해방되며 자아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영감과 감동을 주고 있는 것.

리안갤러리 대구가 다양한 국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11명의 흑인 작가 그룹전 'Color of the Times'를 열고 있다. 아난 아포티, 콜린스 오비지아쿠, 코넬리우스 아너, 체즈 게스트, 드마르코 모스비, 린든 제이 바로이스, 모니카 이케구, 레지날드 암스트롱, 서지 아투크웨이 클로티, 우마 라시드, 제 팔리토 등 주목받는 현대 흑인 예술가들이 참여한다.

20~60대의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이들은 자신의 고유한 경험을 바탕으로 아프리카 디아스포라 삶과 인종차별, 정체성 등의 주제를 회화, 설치 작업으로 선보인다.

리안갤러리 대구 전시장 전경. 리안갤러리 제공

붉은 빛의 눈과 푸른 빛을 띠는 피부 묘사가 특징인 아난 아포티, 등고선과 같은 부드러운 무늬로 피부 표면을 구현하는 콜린스 오비지아쿠, 소외된 인물을 화려한 색으로 위트 있게 표현한 제 팔리토, 사진과 같은 극사실 묘사를 보여주는 모니카 이케구는 캔버스에 생동감이 넘치는 초상화를 표현하고 있다.

작가들은 친구나 가족 등 주변인을 그리거나 우연히 만난 낯선 사람들로부터 영감을 얻는다. 세밀하게 묘사된 피부 톤과 질감, 표정, 제스처 등은 그들의 감정과 성격, 주변 환경에 대한 다양한 얘기를 담고있는 듯하다.

전시장 2층은 서지 아투크웨이 클로티의 작품으로 단독 구성됐다. 가나에서 물통으로 사용하는 노란색 플라스틱 갤런을 잘게 잘라 철사로 이어붙인 작품을 통해 물 부족, 지구 온난화 등 환경 문제와 가나인 삶의 단면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레지날드 암스트롱은 가족, 문화로 엮인 공동체와 일상생활의 친숙한 장면을, 코넬리우스 아너는 선조들이 찍은 사진에서 영감을 받아 작가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재현한다.

Lyndon J. Barrois, Seoul Sistas, 2022, Gum wrappers, mixed media, 12" vinyl discs, plexiglass, 21.59(h)x113.03(w)x57.15(d)cm. 리안갤러리 제공

지난달 30일 리안갤러리 대구를 찾은 린든 제이 바로이스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연정 기자

린든 제이 바로이스가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작품 '서울 시스타스'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올림픽 챔피언 재키 조이너 커시와 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가 참여한 1988년 서울 올림픽에 대한 오마주다. 그들이 획득한 5개의 금메달을 LP음반으로 구현하고, 그 위에 껌 포장지로 만든 3㎝ 미만의 작은 미니어처 인물상을 올렸다.

지난달 30일 전시장을 찾은 린든 제이 바로이스는 "역사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고 의미 있는 이슈를 작품으로 전달하고 싶었다"며 "이번 전시에 참여한 다른 작품들도 역사와 인종에 대한 얘기를 훌륭하게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외에 체즈 게스트, 드마르코 모스비, 우비 라시드도 작품을 통해 흑인 삶의 역경과 상처, 인권에 대한 신랄한 주제 의식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후정 독립 큐레이터는 "아프리카, 브라질, 미국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주목 받는 현대 흑인 예술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차별과 불평등으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세대의 울림을 대변한 현시대 작가들의 외침"이라고 했다.

전시는 10월 29일까지. 053-424-2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