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철균 대구경북연구원장 "미래 산업에서 인문사회 역량이 핵심"
유 원장 "극소학위 등 융복합학문 관련 기회 늘려 학생 경쟁력 높여야"
홍원화 경북대 총장 "이공계와 비교해 지나치게 적은 국가 연구 지원"
홍 총장 "여러 전공 섭렵한 ‘복수형 인재’ 육성…철학과 윤리 뒷받침 필수"

인문사회 학문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미래 산업에서 인문사회 지식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지적하며, 대학 내 전공 간 융합연구를 통해 역량을 높일 것을 제안했다.
유철균 대구경북연구원장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미래 기술에 인문사회학 역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서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사람들은 인문학 전공자가 많다. 이공계 지식은 수명이 짧다. 반면 사회와 문화 등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상상력을 발휘하고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내는 능력은 인문학에서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 원장은 대학 내 변화의 필요성을 지적하며 나노디그리(Nanodegree), 즉 극소학위의 도입을 제안했다. 이는 3개월, 6개월, 1년 등 짧은 시간 내에 과정을 마칠 수 있는 학위다. 기존의 학부 4년, 석사 2년이라 개념을 뛰어넘는 학위다.
유 원장은 "인문사회 학생들이 학교 내에서 인문사회학을 로봇, 미래 자동차, 수소, 소형모듈원전, 에너지 등과 연결하는 융복합학문 관련 극소학위 기회가 많아진다면, 인문사회 학과들을 폐지하지 않고도 학생들의 역량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인 홍원화 경북대 총장도 심해지는 이과 쏠림 현상 속에서 인문사회학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홍 총장은 "취업 경쟁력이라는 '단기적인 착시'를 경계해야 한다"며 "기초학문의 역할뿐만 아니라 미래 산업에서도 인문사회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정부가 반도체 인재 육성 계획을 밝히는 등 이공계 학과 지원에 나서면서, 상대적으로 인문사회 분야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홍 총장은 인문사회가 홀대받는 하나의 지표로 국가 연구비 지원을 들었다.
한국연구재단의 2019년 기준 연구 지원 통계를 보면, 인문사회 연구개발에 2천666억원(6천655건)이 투입된 것과 비교해 이공계 연구개발에는 3조5천954억원(2만5천200건)이 지원됐다. 10배가 넘는 금액 차이다.
홍 총장은 해법으로 "학문 간 융합으로 키워진 '복수형 인재'를 시대가 요구하기에 복수전공 활성화 등으로 인문사회와 이공계가 만나도록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올해 문을 연 경북대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이다. 입학생의 전공을 보면, 전자공학과 통계학, 컴퓨터학 등 이공계뿐만 아니라 국어국문학, 철학, 심리학, 신문방송학 등 인문사회 분야도 다수 포함돼 있다.
홍원화 경북대 총장은 "인문사회학에도 데이터를 활용하는 시대가 됐다.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등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문사회 지식이 중요해진다"며 "철학과 윤리 등이 뒷받침되지 않은 과학발전은 사상누각이기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인문사회 학문을 키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