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北中서 갖은 고생하다 겨우 정착했는데…하루아침에 못 걷게 됐다

입력 2022-08-23 06:30:00

휠체어 없이는 거동이 불가능…각종 검사를 진행했지만 원인 못 찾아
1년간 입원 생활에 아이들은 "엄마, 언제 집에 와" 그리움 폭발
아이들 돌보는 남편도 건강 악화…자신마저 입원하게 될까 진료 거부

대구의 한 대학 병원에 입원 중인 조충복(36) 씨의 간호를 위해 남편 김청송(47) 씨가 방문했다. 김세연 기자
대구의 한 대학 병원에 입원 중인 조충복(36) 씨의 간호를 위해 남편 김청송(47) 씨가 방문했다. 김세연 기자

'엄마 나 죽고 싶어. 언제 집에 와?'

8살 딸아이가 보내온 문자에 조충복(36) 씨는 순간 휠체어 손잡이를 꽉 움켜쥐었다. 이제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딸 나연(8)이가 느끼는 외로움이 문자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져 와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다. 얼른 집으로 달려가 품에 나연이를 꼭 안아주고 싶지만 움직이지 않는 두 다리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쏟아지는 눈물을 꾹 참으며 조 씨는 재활치료실을 향해 휠체어를 움직인다.

◆브로커에게 사기당해 중국행, 이후 한국 정착

탈북민인 조 씨의 어린 시절은 유복했다. 의사인 할아버지와 어머니의 보살핌 아래 행복했다. 하지만 조 씨가 16살이 됐을 무렵 어머니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고, 조 씨는 재산 한 푼 챙기지 못한 채 옷 가방 하나 들고 친척 집을 전전했다. 거처를 옮기며 생활하기를 3년, 마음 붙일 곳을 찾지 못한 조 씨에게 브로커는 일자리를 소개해준다는 달콤한 말로 속여 조 씨를 단돈 5만원에 중국으로 팔아넘겼다.

영문도 모른 채 중국 땅에 떨어진 조 씨는 살기 위해 버텼다. 중국의 한 요양병원에서 일하며 지금의 남편 김청송(48) 씨도 만나 가정을 꾸렸고, 아들까지 낳았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신분증이 없으면 버스조차 탈 수 없었다. 도망자로 사는 게 지쳤던 조 씨와 김 씨는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기로 결심했다.

지난 2012년 세 가족은 한국으로 넘어와 대구에 정착했다. 11평 남짓한 작은 임대 아파트지만 조 씨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 조 씨는 식당 서빙부터 시작해 용접, 병원 사무원 등 갖은 일을 다 하며 한국 생활에 적응해 나갔다. 2014년에는 당시에는 둘째 딸을 임신했지만 부른 배를 부여잡고 화장품 방문 판매 일을 하며 전국을 돌아다녔다. 아무리 힘들어도 조 씨의 표정은 항상 밝았다. 북한과 중국에서의 힘든 삶에 비하면 당당하게 가족을 위해서 일할 수 있는 한국에서의 생활은 감사했다.

그러던 2020년 11월 어느날, 운전 중이던 조 씨는 갑작스러운 심장 통증을 느끼며 정차했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조 씨는 병원을 찾아서 정밀 검사를 받았고, MRI 검사 도중 의식을 잃었다. 그리고 의식을 되찾았을 때는 더이상 하반신에 감각이 없었다.

◆하루아침에 못 걷게 돼

현재 조 씨는 휠체어 없이는 거동이 불가능하고 주기적으로 호흡곤란, 심장 통증, 전신 경직을 동반한 발작 증세가 찾아온다. 지난 1년간 입원하며 각종 검사를 진행했지만, 하루아침에 걷지 못하게 된 조 씨에 대해 병원은 마땅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 병원에서는 심리적인 문제를 염두에 두고 정신과 진료까지 받게 했으나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지금 조 씨에게는 근력이 더욱 퇴화해 영구 장애가 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시급하다. 병원에서는 퇴원해 서울에서 치료받거나 집에서 재활 치료를 지속하는 것을 추천했지만 부부의 소득은 현재 기초생활수급비 150만원이 전부다. 가족 생활비만으로도 빠듯한데 쉽사리 서울행을 결정할 수 없다.

조 씨가 입원해 있는 동안 남편 김 씨가 하던 일을 그만두고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김 씨도 관절염과 통풍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 최근에는 각혈까지 했으나 병원을 찾았다가는 자신마저 입원하게 될까 진료를 거부하고 있다. 아직 어린 13살 아들과 8살 딸도 1년간의 엄마의 부재에 정서적으로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 첫째가 둘째의 밥도 챙기며 살뜰히 보살피지만 둘째는 엄마만 찾는다.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딸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퇴원해야 하는데 벌써 병원 생활만 1년. 조 씨는 휠체어에 앉아 딸과 영상통화를 하며 쓸쓸한 마음을 달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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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금 내역]

◆4살에 신부전증 판정 받고 3번째 신장 이식 수술 기다리는 박정민 씨에 2,477만원 전달

매일신문 이웃사랑 제작팀은 신부전증과 소장암까지 겪으며 투석치료하며 신장 이식수술 기다리는 박정민(매일신문 8월 9일 자 10면) 씨에 2천477만8천613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극동특수중량(김형중) 10만원 ▷신장미 3만원 ▷신종욱 2만원 ▷김강현 1만 1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움직이지도 못한 채 쭉 침대 생활하는 뇌손상 10살 딸 돌보는 김정란 씨에 2,175만원 성금

태어난 지 3개월 만에 수술 후 뇌손상으로 누워서 생활하는 딸 보살피는 김정란(매일신문 8월 16일 자 10면) 씨에 52개 단체, 168명의 독자가 2천175만8천100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화문화장학재단 200만원 ▷㈜대구은행 1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빛명상본부 6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태원전기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양홍석)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재)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경주천마자동차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문메딕스(신문상)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영메딕스(신원상) 10만원 ▷원일산업 10만원 ▷제일키네마섬유(이필남) 1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이구팔육(김창화) 10만원 ▷㈜태광아이엔씨(박태진)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느티나무한약국 5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수가성(최병기)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제이에스테크(김혜숙)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중앙안과의원(김일경) 5만원 ▷참한우소갈비집(신동애)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국선도풍각수련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대원전설(전홍영) 2만원 ▷서성상회(박형근) 2만원 ▷모두케어(김태휘) 1만원 ▷하나회 1만원 ▷행운포차(채민기)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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