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욱 시인, 대구문학관 상주작가
생각해보니 그렇다. 그동안 내가 만난 작가들은 대부분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것도 있겠지만, 여기에는 젊은 작가들의 숫자가 극히 적은 지역 문단의 사정도 한몫을 하고 있지 않나 싶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지역 문단에서 내 또래 혹은 나보다 어린 작가들을 만나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런 일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말 그대로 종종 있다. 한데 그때마다 그들이 반가웠던 건 그들의 나이가 어리거나 젊어서가 아니었다. 그저 새로운 생각을 지닌 또 다른 작가를 만났다는 사실이 반가울 따름이었다. 바꿔 말하면 나이가 많든 적든 별 상관이 없었다는 뜻이다.
사실 지역 문단에 있으면서도 나는 특별히 심심하거나 외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연배를 떠나서 보면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는 작가들이 정말로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대부분 나보다 연배가 훨씬 더 높은 그들을 특별히 '윗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에게 있어 그들은 어디까지나 작가로서 '동료' 혹은 '친구'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성향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이가 많든 적든, 문단 경험이 많든 적든, 그들과 나는 결국 한 사람의 '작가 대 작가'로 만날 뿐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나는 백발이 된 작가들이나 부모뻘 되는 작가들을 만나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누고, 서슴없이 그들을 대하곤 했다. 그렇다고 무슨 반말을 일삼거나 한 건 아니지만, 나이나 선후배 관계를 중요시하는 입장이라면 그 모습을 버르장머리 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입장에서 보면 버르장머리 없다는 건 사실이기도 했다.
아니, 오히려 그런 면에서라면 나는 이미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난 작가들에게 가장 버르장머리 없이 굴었는지도 모른다. 내게는 현진건이나 이상화나 이장희 같은 사람들 역시 지역 문단에서 만난 친구이자 동료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나는 딱딱한 책이나 역사가 아닌, 지역 문단에서 친구이자 동료로 그들을 만났다는 사실이 얼마나 반갑고 즐거웠는지 모른다.
그러다 보니 딱히 심심하거나 외로울 새가 없었다. 너무 많은 친구들이 수두룩했기 때문이다. 물론 나이로 보면 버르장머리 없기 짝이 없지만 말이다. 그런데 친구로 봐도 나는 그들에 비해 한참 모자란 친구였는지 모른다. 때문에 모자란 친구들이 그러하듯 나는 그들과 친구로 지내면서도 그들로부터 늘 무언가를 배우며 익히고 있었다. 나이로나 경력으로나 '아랫사람'에 불과한 내가 그들과 친구로 지낼 수 있었던 것 역시 모자란 친구에 대한 그들의 친절한 배려였는지 모른다.
다만 나는 가끔 이 친구이자 동료들 대부분이 물리적으로는 나보다 세상을 먼저 떠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그때도 작품이나 기록으로는 함께하겠지만, 적어도 지금보단 심심하고 외로운 지역 문단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런 면에서라도 나보다 어리고 젊은 작가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 또한 버르장머리 없는 생각이겠지만, 어디까지나 내 심심함과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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