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집값·전셋값 안정을 정부 성과로 자평하자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도대체 뭘 하셨는데요"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준구 교수는 17일 자신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폭등한 집값-전셋값 안정시켰다', 도대체 무슨 일을 하셨는데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이 "정부가 집값과 전셋값을 안정시켰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이 정부가 집값과 전셋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도대체 무슨 일을 했기에 그런 뜬금없기 짝이 없는 자랑을 늘어놓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이 정부가 해온 언동은 집값과 전셋값 안정과는 반대되는 방향 아니었느냐"라면서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대폭 줄여 계속 다주택 상태를 유지해도 되게 만들어 줬다든가, 투기를 억제하는 각종 규제를 완화시킨다는 등의 조처 말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투기수요의 바람이 거세게 몰아칠 때는 백약이 무효인 경우가 많다.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문재인 정부 후반기 3년이 바로 이런 상황이었다"며 "사상 초유의 주택가격 상승이 일어났고 그 결과 정권까지 잃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주택시장의 사이클도 언제나 정점에 머물 수는 없고 주택가격이 너무 올랐다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꺼질 줄 모르고 불붙던 투기수요도 주춤하게 되는 법"이라며 "내 생각으로는 윤 대통령의 취임 직전이 바로 정점에서 내려와 아래쪽으로 하락이 시작되는 시점이었다"라면서 새 정부 정책으로 집값·전셋값이 안정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 교수는 "이번에는 급격한 금리 상승까지 일어나 갭투자를 통한 주택투기가 더 이상 수지맞는 장사가 아니게 되는 상황 변화까지 일어났다"며 "최근의 주택가격 급등세의 진정은 시장이 정점을 찍었고 금리 상승까지 일어나 생긴 결과일 뿐이며, 아무 것도 한 일이 없는 게 뻔한데 이걸 자신의 치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염치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부자감세며 부동산 규제 완화 등 MB 정부가 했던 일을 그대로 따라만 하면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착각을 하는 것 같다"면서 "문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주택투기가 본격적으로 불붙기 시작했는데, 불행히도 취임 초기에 그 불을 끄는 데 실패해 오늘의 비극을 불러왔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시점에서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가 MB정부가 했던 것처럼 주택투기를 조장하는 기조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주택가격이 어느 정도 안정세를 보이면 다시 주택시장을 부양하려는 근시안적 충동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경제학계 원로로 평가받는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68학번)를 졸업한 뒤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은 미시경제학·재정학 전문가다. 이 교수는 전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주택임대사업자등록제의 위험성 등을 지적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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