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은 누적 적립금이 18조 원에 이른다. 국민연금은 염려스러워도 건강보험은 걱정 없어 보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9월부터 건강보험은 소득 구조에 따라 부과 체계가 바뀔 예정이다. 소득·재산이 적은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은 줄고, 보수 외 소득이 많은 직장인과 부담 능력이 있는 피부양자의 보험료는 일부 인상된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지역가입자 561만 가구의 보험료가 월평균 3만6천 원가량 줄고, 지역가입자 전체로는 연간 2조4천억 원가량 부담이 줄어든다.
현재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4%에 상당하는 금액을 국고로 지원한다. 여기에 건강증진기금으로 6%를 보태 모두 20%를 지원받는다. 그런데 해당 법은 2022년까지 한시 적용이다. 연장 논의가 국회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민 단체들은 "재정 부족분을 국민에게 떠넘기면 보험료가 17.6%나 인상될 수 있다. 정부 역할을 강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과다 의료 이용'도 심각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입법조사처에 제출한 '2021년 외래진료 횟수 상위 10명 현황' 자료를 보면, 1년에 병·의원 외래진료를 2천 번 넘게 간 사람도 있었다. 150번 이상 외래진료를 받은 사람이 19만 명인데, 이들에 대한 건보 부담금만 약 2조 원이다. 병·의원들의 허위 청구도 의심할 수 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평균 방문 일수가 가장 많은 진료 과목은 침구과, 한방내과, 내과 순이었다. 보건복지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 통계 2022'를 분석한 결과, OECD 회원국의 국민 1명당 외래진료 횟수는 연평균 5.9회인데, 우리나라는 14.7회로 최다였다.
건보료 수입은 줄고 지출은 늘면서 재정 악화 우려가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21~2030년 중기 재정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건강보험 수입은 연평균 7.2% 증가하지만, 지출은 2024년 100조 원 돌파 후 연평균 8.1%씩 급증한다. 결국 적립금이 2025년부터 고갈돼 매년 수십조 원 적자가 쌓일 것으로 우려된다.
결국 지난 정부가 추진했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즉, '문재인 케어'가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문재인 케어의 핵심 정책이던 MRI(자기공명영상) 검사 적용 확대를 늦추기로 했다. 지난 3월 심한 척추질환에 한해 적용했고, 올해 안에 어깨·무릎·목 등 근골격계 질환에도 적용 예정이었는데 이를 중단한다.
이달 열리는 '2023년도 건강보험료율 조정 심의'를 통해 전체 보험료율이 더 오를 수도 있다. 내년 보험료율 인상폭이 7% 이상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본인부담금이 늘어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병원 진료나 약국 처방 후 본인과 건보공단이 일정 부분 비용을 나눠 냈는데, 그중 본인부담금을 더 늘릴 수 있다는 뜻이다.
건강보험 전반의 대대적 수술이 시급한데 책임질 사람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120대 국정 과제에서 재난적 의료비 부담 완화, 중증·희귀질환 부담 경감, 필수 분야 의료 인력 확충, 필수 과목 지원 확대, 공공정책 수가 도입 등을 제시했다. 연금 개혁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여기에 건강보험도 흔들릴 수 있다는 말이다. 시간이 해결해 준다면 좋겠지만 상황은 그 반대다. 국민 삶의 질과 가장 밀접한 보건복지부 장관 자리가 오늘로 85일째 비어 있다. 정치권이 한가롭게 밥그릇 싸움 할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