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반지하 없애면 그분들 어디로 가야 하나?"

입력 2022-08-12 20:46:36 수정 2022-08-12 22:33:47

"당장 필요한 개·보수 지원은 하되, 자가·전세·월세 등에 따라 실효적 방안 마련해야"
"주거 이전 희망자들 부담 가능한 다양한 형태 주택 많이 나올 수 있는 정책 마련해야"
16일 구체적 대책 내놓나?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박일하 동작구청장이 10일 오전 집중호우로 주택이 침수된 서울 동작구 상도3동 수재민 집을 방문해 주민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박일하 동작구청장이 10일 오전 집중호우로 주택이 침수된 서울 동작구 상도3동 수재민 집을 방문해 주민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페이스북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페이스북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서울 등 중부지역 집중호우로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한 반지하 주택이 침수돼 3명이 목숨을 잃는 등 반지하에 더 큰 피해가 쏠렸던 것과 관련, 반지하 주택 거주자 안전 보장 및 주거환경 개선 대책 마련에 더해 세입자 등의 주거 이전을 돕는 주택 정책 추진 필요성을 언급했다.

▶해당 사고로 반지하 주택을 없애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고, 서울시가 20년 내로 지하·반지하의 주거 목적 용도를 전면 불허토록 하는 건축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자 이에 대해서는 지하·반지하 주거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세입자 등이 "누구는 살고 싶어서 반지하에 사느냐?" "반지하에서 쫓겨나면 주거 비용은 어떻게 마련하나?" "반지하 대신 선택할 수 있는 임대주택은 들어가기조차 어렵다" 등의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반지하 전면 금지에 대해서는 '금지' 자체에 앞서 거주자들의 현실에 부합하는 섬세한 대책이 요구되는 가운데, 원희룡 장관은 12일 오후 8시 13분쯤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반지하도 사람이 사는 곳이다. 반지하를 없애면, 그분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이어 "먼거리를 이동하기 어려운 노인, 환자,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 실제 (지하·반지하 주택에)많이 살고 있다"며 "이분들이 현재 생활을 유지하며 이만큼 저렴한 집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지하·반지하 주택은 32만7천320가구에 이르고, 이 중 61%인 20만849가구가 서울에 집중돼 있다. 지하·반지하 주택 거주자들을 경제 지표로 살펴보면 저소득층 비율이 74.7%, 비정규직 비율이 52.9%에 달한다. 또한 노년가구주 비율이 19.2%, 자녀양육가구 비율이 22.1%에 달하는데 이 역시 다른 주거 형태에 비해 높은 편이다.

▶이어진 페이스북 글에서 원희룡 장관은 "저도 30여년 전 서울에 올라와 반지하 여러 곳을 전전하며 살았다. 반지하에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다. 산동네, 달동네를 없애는 바람에 많은 분들이 반지하로 이사를 갈 수밖에 없었던 과거를 되풀이할 수는 없다"며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반지하 거주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희룡 장관은 "당장 필요한 개·보수 지원은 하되, 자가·전세·월세 등 처한 환경이 다르기에 집주인을 비롯해 민간이 정부와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실효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근본적으로는 주거 이전을 희망하는 분들이 부담 가능한, 다양한 형태의 주택들이 시장에 많이 나올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원희룡 장관은 "국토부는 공간을 다루는 부서이지만, 그 공간도 결국은 사람이 사는 공간이다. 모든 정책은 거주민들의 있는 그대로의 삶을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겠다"고 덧붙였다.

원희룡 장관이 이같은 '개요'를 미리 밝힌 데 따라 그가 수장으로 있는 국토교통부가 향후 같은 맥락의 정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앞서 중부지역 집중호우로 인해 발표가 연기됐던 '250만+α(알파)' 주택공급대책이 다음주 화요일인 16일 공개되는데, 국토교통부는 여기에 '반지하 대책' 등 주거복지정책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