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역사와 정서, 음악으로 보여주는 게 꿈”
"2절 가사에 '국제시장'과 '영도다리'가 등장해 부산의 주제곡처럼 돼버렸는데, 사실 이 노래는 대구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이처럼 대구, 특히 향촌동과 교동 일대는 이야기가 무궁무진한 곳입니다."
지난 1일 대구 중구 향촌문화관 1층 전시관이 60명이 넘는 20~70대 관객으로 가득 찼다. 재즈밴드 '김명환 트리오'의 '리듬 시티: 노래로 읽어주는 향촌동' 공연이 열린 날이었다. 이 밴드의 리더이자 드러머 김명환(50)은 대중가요 '굳세어라 금순아' 연주에 앞서 이 같이 말했다. 이 곡은 한국전쟁 때인 1953년 대구 오리엔트레코드사에서 만들어졌다. 곡을 쓴 박시춘과 가사를 쓴 강사랑은 대구에서 피난 생활을 했다. 관객들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에 무릎을 쳤다.
김명환의 해설이 끝나자 멤버 성기문이 연주하는 하몬드 오르간에서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원곡보다 빠른 템포로 편곡한 재즈 풍 '굳세어라 금순아'였다. 관객들은 손뼉을 치거나 노래를 따라 부르며 공연에 빠져들었다.
이날 공연은 김명환이 직접 기획했다. "1950년을 전후해 대한민국은 광복과 한국전쟁 등으로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당시 시대상황을 대변하는 음악을 재즈로 편곡해 들려주면서 이 시기 대구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김명환은 2012년 무렵부터 대중가요를 한국적 재즈로 편곡해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앞서 해왔던 음악에 회의가 들었던 탓이다. 20대 때했던 록이나 30대에 접어들며 시작한 재즈는 모두 서양음악으로 '우리 몸에 맞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재즈란 음악적 형식은 가져오되 음악이 갖는 정서는 우리 것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20세기 초반 미국의 스탠다드 재즈 상당수가 당시 유행하던 대중음악을 새롭게 편곡해 재즈화했다는 점이 떠올랐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옛 가요를 재즈로 편곡해 새롭게 조명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 결과물이 '김명환 트리오' 이름으로 나온 3장의 앨범이다. 2016년 발매한 첫 앨범 '정서'엔 우리나라 근대 대중음악 태동기의 노래를 재즈로 편곡해 담았고, 2018년 두 번째 앨범 '위로'엔 광복 후부터 1960년대까지 대중음악을 재즈로 편곡해 실었다. 2019년 3집 앨범 '좋은나라'엔 1980년대에 많이 불렸던 민중가요를 편곡해 담았다.
이 앨범에서 알 수 있듯 김명환의 역사에 대한 관심은 남다르다. 고대사부터 근대사까지를 망라한다. 상상의 여지가 많다는 점이 그를 매료시켰다. 이를테면 향가 처용가는 현재 가사만 전해지는데, 당시 역사적 상황을 떠올리며 선율을 상상해보는 식이다.
역사에 대한 그의 관심은 음악을 통해 대구를 기록하는 작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르박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그는 수년 동안 향촌동 어른들의 놀이문화였던 지르박과 그 음악적 특성을 탐색했다. 이를 통해 '춤바람'이란 부정적인 이미지보다, 지르박에 담긴 삶의 애환을 만났다. 그리고 지난해 초 동료 음악인들과 프로젝트 팀을 꾸려 향촌동의 정서를 담은 창작곡 2곡과 리메이크곡 2곡을 담은 미니 앨범을 발표했다. 5월엔 지르박을 테마로 한 콘서트도 선보였다.
"대중들은 대부분 책을 통해 역사를 만납니다. 하지만 음악도 시대를 설명하고 이해하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음악을 통해 대구를 기록하고, 그 역사가 지닌 정서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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