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초반, 나의 영업 방식은 매우 과학적이었다. 업체에 그냥 찾아가는 것이었다. "안녕하세요. 광고인 김종섭이라고 합니다. 여기 광고가 하고 싶어서 왔습니다."라며 거의 로봇인 것처럼 말을 뱉었다. 나의 과학적인 영업 방식에 비해 그들의 반응은 전혀 과학적이지 않았다. 십중팔구 문전박대였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쯤 대구의 한 자동차 학원을 찾아갔다. 그 당시 케이블 방송에서 광고를 많이 하던 업체였는데 그 광고를 보며 '내가 만들면 훨씬 더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야심 찬 생각이 들어서였다.
매번 그랬던 것처럼 나는 무작정 들이댔다.
"여기 광고를 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원장님 좀 뵐 수 있을까요?" 순간 안내 데스크 아가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 아가씨는 눈빛으로 내게 욕을 건네었는데 그 의미를 해석하고 있을 때쯤 부원장으로 보이는 분께서 사태 수습에 나섰다.
"지금 원장님이 안 계십니다. 다음에 오세요".
창업 9년 째인 지금 '다음'이라는 단어가 거절을 뜻한다는 것을 안다. 그때는 순진했다.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진짜 집으로 돌아왔다.
지금으로부터 한 달 전, 지인 변호사님께 전화가 왔다. 우리가 CM송 라디오 광고를 제작해드린 법무법인의 변호사님이셨다. 자동차 학원 하시는 대표님이 계신데 나를 보고 싶다는 뜻을 전해주셨다. 그 법무법인의 CM송을 듣고 본인들도 귀에 착 감기는 로고송을 제작하고 싶다는 뜻이었다.
그 학원의 이름을 듣고 머리에 느낌표가 펼쳐졌다. 그 대표님이 바로 내가 10년 전 찾아갔던 자동차 학원의 원장님이셨다. 그렇게 만날 수 없었던 사람을 10년이 걸려 만난 것이다. 미팅 때 우리 회사의 포트폴리오는 쭉 살펴보시며 우리의 광고가 썩 마음에 드셨나 보다. 두 번째 미팅 때 CM송 제작을 넘어 투자까지 제안하셨다. 물론, 마음만 감사하게 받았다.
누군가 우리를 가치 있게 바라보고 투자까지 제안한다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10년 전 문전박대당하고 만날 수 없었던 대표님이 이제는 투자 제안까지 해주시니 말이다.
창업은 지름길이 없는 외로운 길이다. 길을 가다 보면 태풍이 몰아치기도 하고 폭풍우가 쏟아지기도 한다. 그것을 간신히 이겨내면 또 맹수가 입맛을 다시며 창업가를 잡아먹으려 달려든다.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고 아이디어를 짜내게 된다. 그러다 보면 비가 그치고 맹수가 쫓아오질 못한 만큼 전진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그 길을 가보기 전엔 아무도 모른다. 따뜻한 햇볕을 쬐려면 일단 그 길을 가봐야 한다. 이겨내고 견뎌 내다 보면 꽃이 피는 봄을 맛보게 되기도 한다. 지금 당장이 힘든가? 그럼에도 계속 전진하라. 당신 앞에 어떤 축복이 기다리고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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