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짓고 층간소음 검사하는 '사후확인제'…실효성 떨어져

입력 2022-08-04 14:13:04 수정 2022-08-04 17:48:43

소음 측정 조사방식·보강공사 문제

아파트 사진. 연합뉴스
아파트 사진. 연합뉴스

정부가 층간소음 문제를 줄이기 위해 아파트 완공 뒤에도 소음을 측정하는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새 제도의 소음 측정 조사방식에 대한 문제와 보강공사에도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국토교통부는 4일 건설사가 아파트를 지은 뒤에도 층간소음 검사를 받아야 하는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기존에 시행된 '층간소음 사전인정제'는 건설사가 공사 전에 모형으로 바닥을 만들어 층간소음 기준을 통과하면 준공 허가를 내주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는 층간소음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 중 바닥 자재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종합적인 성능평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돼왔다.

이같은 문제점을 보완해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는 아파트가 실제로 지어진 뒤 소음을 검사하는 층간소음성능평가가 시행된다. 건설사는 소음기준 미달에 해당하면 다시 보강공사를 하거나 손해배상을 하도록 권고된다.

성능평가 기준도 강화된다. 가벼운 충격에 해당하는 '경량충격음'은 58㏈(데시벨)에서 49㏈로, 무거운 충격에 해당하는 '중량충격음'은 50㏈에서 49㏈로 낮아진다.

소음 측정 조사도 7.3㎏ 타이어를 1m 높이에서 떨어뜨리는 기존의 뱅머신 방식에서 2.5㎏ 공을 1m 높이에서 떨어뜨리는 임팩트볼 방식을 적용하는데, 이는 실제 생활 소음과 조금 더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임팩트볼 방식이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팩트볼은 지난 2014년에도 도입됐다가 감사원의 지적을 받고 폐기됐던 방식인 탓이다.

당시 같은 아파트에서 소음 측정 실험을 한 결과, 뱅머신은 53㏈, 임팩트볼은 47㏈으로 각각 측정되는 등 임팩트볼이 평균 5.7㏈ 정도 소음이 적게 측정됐다. 이에 감사원은 뱅머신으로 측정하면 불합격인 바닥도 임팩트볼로 측정하면 합격으로 바뀔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는 소음기준 미달 시 건설사가 보강공사를 하거나 손해배상으로 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현장의 이야기도 나왔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바닥을 다시 뜯으면 많은 세대 전체를 뜯어야하기 때문에 보강공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층간소음 사후확인제가 건설사의 보강공사와 손해배상을 강제하고 있지 않은 것을 문제 삼으면서, 집주인이 손해배상을 받으려고 해도 법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결국 소송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영민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주거분과장은 "건설사의 보강공사에 대해 지자체장이 권고만 할 수 있어 건설사가 보강공사를 하지 않아도 방법이 없다"며 "권고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별도의 처벌 규정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