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새책] 이어령하다

입력 2022-08-04 10:28:58 수정 2022-08-06 06:13:46

김아타 지음/맥스미디어 펴냄

고(故) 이어령 교수의 생전 모습. 연합뉴스
고(故) 이어령 교수의 생전 모습. 연합뉴스

"내 마지막 순간을 찍으세요."

사진작가 김아타가 고(故) 이어령 선생과 나눈 마지막 대화, 마지막 초상을 담은 책을 펴냈다.

김아타 작가는 2002년 세계 3대 미술축제인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한국 사진작가 최초로 한국관 대표작가로서 개인전을 하면서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제53회 베니스 비엔날레에 한국 사진작가 최초로 초청돼 특별전을 개최했으며, 런던 파이돈 프레스사가 선정한 '세계 100대 사진가'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1부 '대화하다'는 김아타가 이어령 선생의 사진을 촬영하게 된 계기를 얘기한다. 그는 이어령 선생이 자신의 작업 '자연하다'를 보고 "눈물이 난다. 신의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는 격려를 해준 데 대해 감동한 것과, 생각지도 못한 부탁을 받게 된 과정을 담백하게 설명한다.

2부 '편지하다'는 김아타와 이어령 선생의 철학적 대화로 채워진다. 메일로 나눈 두 사람의 예술과 철학, 지성이 담긴 편지들이다. 3부 '아르테논하다'에는 이어령 선생의 여러 조언을 담았다. 또한 김아타가 자신의 철학이 담긴 예술 작품들을 전시하고자 조성한 미술관 '아르테논'에 대한 얘기도 등장한다.

4부 '얼굴하다'에서 두 사람은 더욱 깊은 대화를 나누게 된다. 자신의 작업 '자연하다'의 철학과 이어령 선생을 촬영한 기법 등을 상세하게 설명하며 독자들에게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어 마지막 5부 '실존하다'는 '살아있는 활화산' 이어령 선생의 내면에 대한 김아타의 생각을 전한다.

양복을 차려입고 별다른 제스처 없이 꼿꼿하게 앉은 초상, 마지막 순간을 기록하던 당시 수척해진 이어령 선생의 사진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알 수 없는 묘한 기분을 읽기라도 한 듯, 지은이는 "찬란한 슬픔은 한 인간의 완성이다"고 말한다.

김아타는 이어령 선생을 '혁명하는 사람', '어느 진영에 속하지 않았던, 소수를 위한 사람'이라 칭한다. 그런 점에서 닮은 사람임을 알아본 것일까. 이어령 선생은 김아타에게 "아, 내가 죽음을 앞에 두고 유일한 지기를 얻은 것 같습니다"고 한다.

아티스트가 바라본 색다른 시선의 이어령 선생을 발견할 수 있는 책이다. 인문과 철학, 예술 전 범주에 걸쳐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두 사람의 대화도 감동과 감탄을 자아낸다. 240쪽, 1만9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