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서울대학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지성의 전당'이다. 이런 서울대 학부생들의 교내 도서관 1인당 (종이책) 대출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그전에도 도서 대출이 특별히 많았던 것은 아니다. 2018년 9.15권, 2019년 8.37권, 2020년 4.9권, 2021년 4.39권, 올해 상반기 2.48권이었다. 안 그래도 독서를 적게 하는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팬데믹으로 인해 그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게다가 가장 대출이 많았던 책은 수업에 활용되는 전공 서적 '안과학'(眼科學)과 '통계학'이었다.
연간 1인당 도서 대출이 90~100권을 넘나드는 미국 하버드대나 영국 옥스퍼드대 등에 비교할 바가 아니다. 전자책을 선호하는 분위기 탓에 통계가 다소 왜곡되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일리는 있지만, 종이책을 이토록 외면하는 청년들이 전자책이라고 해서 이례적으로 열렬히 애독할 리는 없어 보인다. 그 대신 '돈벌이'에 집중하고 있는 듯하다. 한국금융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가상화폐나 주식 투자 열풍 등으로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30대 이하 청년층의 다중채무액은 2017년 대비 32.9%(39조2천억 원) 증가한 158조1천억 원이었다. 다중채무자 1인당 금융권 채무액 역시 29.4% 늘어난 1억1천400만 원으로 증가했다.
재테크에 앞서 간다는 청년들은 문재인 정부 시절 집값 폭등에 놀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내 집을 마련했다. 그러나 안도의 한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부동산 플랫폼 업체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국 아파트·연립주택 등 집합건물 거래량의 26.14%가 보유 기간 3년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급등으로 인한 대출 이자 부담에 '패닉바잉'(공포매수)에 나섰던 영끌 청년층들의 잠 못 이루는 밤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인·주식·부동산 모두 폭락하면서 청년의 꿈은 산산이 부서지고 있다. 청년, 특히 대학 시절이야말로 각종 고전과 인문 서적을 탐독하고 삶에 대해 깊이 관조(觀照)할 수 있는, 인생에 있어서 놓치기 아까운 절호의 기회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청년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행하게 힘겹다. 폭염과 세파(世波)에 지친 청년에게 따뜻한 토닥거림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