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향 경제인을 만나다] (2) 조준희 송산특수엘리베이터 회장

입력 2022-07-29 15:17:10 수정 2022-08-01 11:10:00

“문제의 답은 현장에…기업이 일류가 되는 길은 오직 기술 뿐”

조준희 회장은 기업의 기술력을 강조하며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흠필 객원기자
조준희 회장은 기업의 기술력을 강조하며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흠필 객원기자

코로나19와 종잡을 수 없는 대외 위기 속에 기업의 생존 비법은 무엇일까. 나아가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 원동력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금융인에서 언론인, 그리고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한 강소기업 송산특수엘리베이터 회장까지 42년을 쉼 없이 달려오며 성공 신화를 써온 조준희 회장에게 경영 철학과 기업관에 대해 들었다.

자신을 "상주 촌놈"이라며 환하게 웃는 조 회장은 "기술이 기업을 성장시키고, 기업이 잘 돼야 나라가 잘살게 된다"고 역설했다. 특히 IBK기업은행장 시절 건배사로 자주 쓰던 '우문현답', '우리 문제의 해답은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을 강조하며, 현실 감각과 적극적인 소통을 역설했다. 밝은 표정이 열정과 긍정의 에너지로 받아들여져 인상적이었다.

-송산특수엘리베이터는 세계 최초, 최고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노하우가 궁금하다.

▶우리 회사는 승객용 엘리베이터부터 특수 엘리베이터까지 사실상 모든 엘리베이터를 제작한다. 특히 대표적인 게 골리앗 엘리베이터다. 짐을 실으면 60톤(t)을 싣고, 사람은 600명을 거뜬히 태운다. 현재는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현대중공업 등 여러 현장에 납품하고 있다.

우리 김기영 대표는 충남기계공고를 수석 입학하고, 울산대를 졸업했다. 공고 때부터 엘리베이터에 천착해 45년을 엘리베이터와 살아왔다. 세계 1위 오티스엘리베이터에서 연구개발 이사를 하던 중 기업보국(企業報國) 일념 하나로 지난 1994년 창업했다. 1976년 학교를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이 독대한 자리에서 "나라에 꼭 필요한 일을 하라"고 당부했고, 이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송산특수엘리베이터는 평생 엘리베이터만 보고 살아온 전문가가 만든 기업이다. 기술적으로 세계 최초, 최고가 붙을 수밖에 없다.

-해외 시장 진출로 잘 알려져 있는 데 세계경영 전략은?

▶기술력이다. 하나만 예로 들자면 아랍에미리트(UAE)를 비롯해 인도, 말레이시아 등 세계 각국 원자력 발전소와 석유공사에 방폭형 엘리베이터를 납품하고 있다. 폭발 물질을 다루는 발전소가 얼마나 위험한 곳인가. 그런데 우리 순수 기술로 제작된 방폭형 제품이 여러 나라에서 안전하게 운행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진출이 주춤했던 측면이 있지만, 다시 날개를 펴기 위해 더욱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한국 경제에 경고등이 켜졌다. 송산도 어려움이 없지 않을 듯한 데, 극복방안은?

▶지금 다 마찬가지다. 원자재 가격도, 금리도 오르지 않은 게 없다. 그런데 사실 늘 어려웠다. 돌이켜보면 쉬웠던 적이 없다. 결국에는 위기를 어떻게, 지혜롭게 극복하느냐다. 이 부분에서 성공과 실패가 갈린다. 특히 나무만 보아서는 안 된다. 선제적으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숲과 나무를 함께 보아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경영이 이뤄진다. 세계적으로 큰 어려움에 직면한 지금, 강한기업이 살아남는 게 아니고, 살아남은 기업이 강한기업이 될 것이다.

-경영 외적인 문제로 힘들어하는 기업들이 많다. 규제라든가, 주52시간제 같은 것이 발목을 잡는다고 아우성인데.

▶기업인들이 신나게 뛸 수 있는 장을 열어주는 게 정부 역할이다. 기업들은 돈을 버는 만큼 세금을 낸다. 기업이 열심히 돈을 벌어야 기업도, 국가도 건강해진다. 은행에 30년 이상 있으면서 느낀 점이 5천만 국민 모두가 애국자라는 점이다. 특히 군인과 기업인은 더욱 그렇다. 군인도 나라를 지키고, 기업도 나라를 지킨다. 기업인들은 부를 창출해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한다.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게, 언제나 신나게 일할 수 있는 기반을 정부에서 만들어줘야 한다. 100m 레이스에서 발목을 묶고 제대로 뛸 수 있겠나. 규제를 너무 획일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 탄력적으로 하면 된다.

아이스크림은 여름 장사 아닌가. 그러면 여름에 일할 수 있는 만큼 충분히 일하도록 보장해주면 된다. 겨울에 줄이도록 하고…. 기업도 그 성과를 직원들과 나누면 된다. 노사가 서로 한발씩 양보하면 모두가 상생한다.

-남들은 1개 자리도 벅찰 텐데 은행장, 언론사 대표를 거쳐 강소기업 회장을 맡고 있다. 부러운 이력 아닌가?

▶저는 상주 시골 촌놈이다. 촌에서는 서울에 오기만 해도 출세했다고들 한다. 물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다. 좌우명이나 목적 보다는 매일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았다. 조직의 미래와 직원 복지후생에 대한 고민은 늘 가져왔다. 조직이 잘 되고, 일하는 직원들이 즐거우면 모두가 발전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늘 이렇게 최선을 다하다 보니 현재 자리까지 왔다. 시골 촌놈이 정말 복 받았다고 생각한다.

젊은이들에게 최선을 다해서 끝없이 배워야 한다고 당부하는 조준희 회장. 정흠필 객원기자
젊은이들에게 최선을 다해서 끝없이 배워야 한다고 당부하는 조준희 회장. 정흠필 객원기자

-지역경쟁력 강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민선 8기를 맞은 자방자치단체에 조언을 한다면?

▶지자체가 현장과 유기적으로 서로 조율하고 자주 대화해야 한다. 제가 기업은행장을 지내던 시절에 건배사를 '우문현답'으로 통일했다. 정말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현장을 누볐다. 은행장이었지만, 사무실에만 있지 않았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전국 점포를 돌았다. 정말 파김치가 되는 날이 잦았지만, 늘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고 생각한다. 송산에서도 마찬가지다. 지자체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젊은이들에게 당부의 말을 하신다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가 막힌 이야기를 했다. 지난 6월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해 소감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고 답했다. 정말 대단한 말이다. 저처럼 기업을 오래 한 사람들에게는 특히 공감된다.

기업이 일류가 되는 방법은 오직 기술뿐이다. 기술은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해야 한다. 초 단위로 바뀌고 있는 세상이다. 테슬라 대표인 일론 머스크,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모두 초기에 현실과 동떨어진 사람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모두 현실이 됐다. 그들의 생각이 세상을 이끌고 있다.

결국 지식산업이 나라를 먹여 살린다. 대구경북 후배들을 포함해 대한민국 젊은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문장이 있다. 마하트마 간디가 한 말이다. '삶은 마치 내일 죽을 것처럼 살고, 배움은 영원히 살 것처럼 배우라…'. 나는 이 말을 좋아한다. 정말 끝없이 최선을 다해서 배워야 한다.

■ 조준희 회장과 송산특수엘리베이터

송산특수엘리베이터에서 제작한 엑스(X)베이터. 비상구난용 엘리베이터로 인명 구난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한민국 승강기 100주년 신기술 대상을 수상했다. 송산특수엘리베이터 제공.
송산특수엘리베이터에서 제작한 엑스(X)베이터. 비상구난용 엘리베이터로 인명 구난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한민국 승강기 100주년 신기술 대상을 수상했다. 송산특수엘리베이터 제공.

1954년 경상북도 상주에서 태어난 조준희 회장은 상주고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에 입학했다. 당시는 '죽(竹)의 장막'이 처져 있어 중국(당시 중공)과 단절돼 있었다. 하지만 중국이 세계를 이끌 것이라는 부친의 선견지명에 주저 없이 전공으로 택했다. 그리고 중국어뿐 아니라 일본어를 열심히 배웠다.

IBK기업은행에 입행해 금융사상 가장 특별한 이력을 보유하게 된다. 기업은행 도쿄지점에서 대리와 과장, 차장, 지점장을 모두 지내게 된 것. 기네스북에 오를 법한 초유의 기록을 남긴 데는 남다른 능력과 신뢰가 바탕이 됐다.

2010년에는 공채 출신 첫 기업은행 수장(首將)이 됐다. 임기 3년 동안 대출이자를 대폭 낮췄고, 마침내 다른 시중은행보다 빠르게 한 자릿수로 내려 중소기업의 숨통을 틔었다. 고인이 된 송해 선생을 광고모델로 모시고 직접 광고 문구를 썼다. 기업은행의 이미지와 이익을 크게 제고하고, 영역을 확장하는 결과를 낳았다. 퇴임 후에는 YTN 대표이사로 일하며 언론인으로서 능력을 발휘했다.

2018년부터는 송산특수엘리베이터 김기영 대표와 호흡을 맞춘다. 조 회장의 경영과 김 대표의 기술이라는 두 가지 힘이 시너지를 내면서 송산을 세계 최고 기업으로 성장시켜 나가고 있다. 그러면서 경북도 투자유치특위 공동위원장을 역임할 만큼 고향 사랑이 깊다.

송산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특수엘리베이터를 국내기술로 대체했다. 현재는 역으로 해외 수출하고 있으며, 세계 20여 개가 넘는 국가에 납품 중이다. 세계 최초 화재 시 인명구난용 엑스베이터, 세계 최초 아치엘리베이터 등 혁신적인 제품 이름을 열거하기 숨찰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