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동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경찰국'을 8월 2일자로 행정안전부 안에 설치키로 하는 내용의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 시행령안이 26일 국무회의에서 심의·통과됐다. 예상된 일이지만 경찰들의 추가 대응 움직임이 주목된다. 23일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열린 데 이어 30일엔 경감·경위급 전국팀장회의가 예정돼 있다. 이번엔 일선 지구대장과 파출소장도 참여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경찰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행정부의 일개 조직인 경찰이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의 '령'(令)을 따르지 않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기본적으로 조직 이기주의이고 자칫하면 항명으로 간주될 소지가 크다.
행정조직은 어느 부서도 독립부서로 있을 수 없다. 모두 다 부처에 소속돼 장관급의 지휘를 받고 있다. 경찰은 1948년 정부수립 이후 내무부가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도록 하면서 치안국을 조직해 경찰이 치안국에 소속되는 등 태생 이후 줄곧 정부 부처소속으로 장관의 지휘와 통제를 받아왔다. 1974년 치안국이 치안본부로 확대된 이후에도 내무부에 소속됐고 지휘를 받아왔다. 단지, 지난 1991년에 경찰청으로 승격돼 외청으로 독립한 이후 31년 동안 부처의 큰 간섭없이 운영돼왔다. 그것은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이 정치 권력의 도구로 이용돼선 안된다는 지적과 정치적 중립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아지면서 경찰청으로 독립된 것이다. 경찰 조직이 훌륭하고 잘 나서가 아니라 시대적 상황에 따른 것이다.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이 경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훼손'이고 '역사적 퇴행'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이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시대적 상황과 필요에 의한 것으로 봐야 한다. 경찰청은 지금까지 그들만의 독자적인 조직으로 운영된 적이 없다. 사실상 청와대 치안비서관을 통해 민정수석실의 지휘를 받았다. 청와대가 행안부를 건너뛰고 경찰을 직접 통제해온 것이다. 없지 않아 권력이 시키는 대로 경찰은 움직여 왔다. 그래서 경찰을 '견찰'(犬察)이라는 비하하는 말도 있지 않는가.
그러나 윤석열 정부에서 민정수석실이 없어지면서 갑자기 경찰을 통제할 기구가 없어지게 됐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검수완박으로 권한이 엄청나게 커진 경찰을 통제할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행안부내에 경찰국을 신설하는 것이다. 그런데 청와대 지휘를 받으면 경찰의 독립성이 강화되고 행안부 지휘를 받으면 권력에 종속되고 정권에 예속되는 것인가. 청와대 통제보다는 그래도 느슨한 행안부의 통제를 받는 것이 경찰의 권력 충견화(忠犬化)를 막는 바람직한 조치가 아니겠는가.
경찰청은 지금도 정부 조직 편제상 행안부 장관 소속이다. 그러나 그동안 청와대가 직접 관여해왔고 구체적인 지휘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행안부는 지휘를 못하는 유명무실한 조직이였는데, 이를 명실상부하게 하기 위해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규칙'도 제정하겠다는 것이다.
또 항간에 경찰을 판사나 검사 조직과 비교해 판사나 검사회의는 되고 경찰서장 회의는 왜 안되느냐는 주장도 있으나 이는 판·검사 조직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생각된다. 판·검사는 비교적 독립성이 요구되는 조직이다. 특히 판사는 더욱 그렇다. 공무원이라고 해서 똑같은 기준으로 봐서는 안 된다.
그러나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행정안전부가 경찰국 설립을 너무 서두르고 예견되는 문제를 너무 안이하게 생각한 미숙함에 있다고 본다. 특히 이상민 장관의 언행이 사태를 악화시킨 점이 있다. 이 장관이 경찰 집단행동에 대해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한 것은 좀 지나친 것 같다. 그런 단어가 왜 그런 곳에서 나오는지.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사전 설명과 대화가 필요한데 이번에 그러질 못한 것 같아 문제가 있다. 보통 법령을 만들려면 40일 정도 입법예고 기간이 필요한데, 이번에 경찰국 신설과 경찰청 지휘규칙 제정을 휴일을 포함해 단 3일 만에 속전속결로 처리하다 보니 이런 사달이 났다고 본다. 이제 경찰은 즉시 제자리로 돌아가 치안 업무에 충실히 하면서 현 여건에서 경찰 조직 발전을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현실성이 있다. 분명한 건 주인의 통제를 받아야 할 망아지에겐 고삐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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