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금쪽같은 내 새끼의 본능

입력 2022-07-25 19:36:38 수정 2022-07-26 06:32:05

서울의 한 공원에서 반려동물과 산책하는 시민. 연합뉴스
서울의 한 공원에서 반려동물과 산책하는 시민. 연합뉴스

김태진 논설위원
김태진 논설위원

'고양이 집사'라는 말이 있다. 반려묘와 함께 사는 이들이 고양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 모시는 데 서슴없다는 데서 온 비유다. 기생충 '톡소포자충'의 존재를 알고 나면 정설로 다가온다. 체코 출신 기생충 전문가 야로슬라프 플레그르 교수의 주장이다. 고양이를 숙주로 삼는 톡소포자충은 고양이의 대소변을 통해 밖으로 배출된다.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인간은 고양이 오줌 냄새가 좋아지고, 고양이에게 비정상적으로 끌리고, 자꾸 고양이를 쓰다듬고 싶어진다. 전 세계 인구 30% 정도가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양이를 좋아해서 키우게 되는 게 아니라 키우면 좋아질 확률이 높아지는 셈이다.

개를 좋아하게 만드는 기생충이 있는 건 아니지만 반려견도 그렇다. 일부 반려견 견주들은 개를 '아기' 혹은 '우리 아이'라 부른다. '개'라고 불렀다가는 화를 당할 수 있다. 개를 어떻게 싫어할 수 있느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 법은 모든 반려동물을 물품으로 취급한다. 개가 '아기'나 '아이'가 아니라는 건 개를 키우지 않는 이들 다수가 공유하고 있는 사실이다. '진짜 사람'이 먼저라는 건 '상식'이다.

그럼에도 상식 밖의 일들이 적잖이 일어난다. 동물을 동물답게 키우면 되는데 그걸 거부하면서 생기는 일들이다. 본능을 좀체 인정하지 않는다는 거다. 견주가 '자신의 아이'를 아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본능이 동물에게 잠재돼 있다. 대표적 착각이 '우리 개는 안 물어요'다. 발정 난 암캐에 수캐가 달라붙어 흘레붙는 것도 본능 중 하나인데 견주 마음대로 되던가. 사람들이 많은 곳이니 다른 데로 가자는 의사소통을 개들끼리 하는 것도 아니다. 견주가 제아무리 발악해도 학습되지 않는 게 있다.

개가 사람에게 짖거나, 사람을 물 수 있다는 건 고정값으로 둬야 한다. 개물림 사고는 한 해 2천 건이 넘는다. 힘없는 소형견을 얕잡아 보는 건 개들이 더하다. 약육강식의 세계 그대로다. 이런 가운데 울산에서 초등학생을 물어뜯었던 개의 운명을 두고 반박이 나왔다. "개 한 마리를 죽인다고 개물림 사고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라는 동물구호단체의 주장이었다. "개를 희생시킨다 해서 인권의 가치와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단체는 개를 인수하겠다고 했다.

이들의 주장에 대해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의 반응은 차가웠다. 집단 린치에 가까울 만큼 일방적이었다. 사람에게도 적극적인 방어권을 인정하라는 반론까지 나왔다. 개가 사람을 위협할 때 혼이 담긴 사커킥을 받아 즉사해도 과잉 방어라 보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개가 위협적으로 짖으면 방어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개만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으며 물리고 나서 반격하라는 건 세상천지 들어본 적 없다는 주장이었다.

최근 미국 텍사스주에서는 핏불 잡종견 일곱 마리가 길을 가던 71세 노인을 물어 죽여 개 주인이 2급 살인죄로 기소됐다고 한다. 금쪽같은 내 새끼의 본능을 견주들은 인정해야 한다. 산책로, 등산로, 조깅 코스 등의 공간을 개와 친숙하지 않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다면 더 그렇다. 견주들이 내 새끼들과 함께 산책하고 싶어 하는 공간은 개의 공격에 무방비인 아이들이 함께 뛰어노는 곳이다. 성인들마저 개를 제압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고 한다. 공공장소에 노펫존(No Pet Zone)이 생기길 바라진 않을 거라 짐작한다. 덩치가 어느 정도 되면 견종과 무관하게 입마개를 해야 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