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선출직 공무원의 게임

입력 2022-07-25 10:15:09

박지형 문화평론가

박지형 문화평론가
박지형 문화평론가

미드 '왕좌의 게임'은 조지 R.R 마틴의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는 중세 유럽사의 명장면들을 적절히 차용하고 버무려서 이 대서사시를 설계했는데, 그러다 보니 이 드라마는 권력과 정치의 본질을 극한까지 꿰뚫는 통찰력을 보여준다. 여기서는 두 가지만 간략하게 소개해보자.

첫째는 '왕대비 서세이'의 에피소드. 왕의 어머니인 그녀는 항상 왕권을 위협하는 귀족가문들을 눈에 가시처럼 여기고 있었다. 그러던 차 그녀는 '참새 대장'이라 불리는 종교 지도자를 우연히 알게 되고 그를 이용하여 정적들을 차도살인할 음모를 꾸미게 된다. 계략은 초반에는 잘 적중하는 듯 보였다. 왕대비가 참새 대장을 교황의 자리에 앉히자마자 그는 왕대비의 의중을 짐작이라도 한 듯 연이어 귀족가문의 후계자들을 구속 수감시켰기 때문이었다. 귀족가문의 수장들은 왕대비를 찾아와 항의도 하고 읍소도 하지만 짐짓 표정관리를 한 왕대비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제가 시킨 것이 아닙니다. 참새 대장이 스스로 한 것입니다."

문제는 기세가 오른 참새 대장이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는데 있었다. 신념이 강했던 탓일까 아니면 권력에 취했던 탓일까, 그는 그만 왕대비의 죄마저도 물어 그녀를 하옥시키고 마는데. 감옥에 갇힌 왕대비는 급기야 자신이 참새 대장에게 권력을 쥐어 준 것을 후회하지만 이미 때는 늦어 있었고, 그녀는 결국 민중들 앞에서 벌거벗고 '속죄의 길'을 걷는 끔찍한 형벌을 당하고 만다.

둘째는 '스타니스 바라티온'의 에피소드. 국왕의 친동생인 그는 형이 죽은 뒤 자신에게 돌아와야 할 왕위를 빼앗기자 바로 칭왕(稱王)하고 반란을 일으킨다. 문제는 그의 옆에 '멜리산드레'라고 불리는 무당? 법사? 아무튼 그런 영적인 여자가 거머리처럼 착 달라붙어 있었다는 사실. 야전에는 뛰어나지만 내정에는 문외한인 이 스타니스는 결국 모든 것을 멜리산드레에게 의지하게 되고, 그녀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영주들이나 공신들을 모조리 화형 시키는 등 공포정치를 이어간다.

멜리산드레에게 정말로 영험함이 있었던지 초반에 스타니스는 승승장구한다. 라이벌 참칭왕들이 연이어 개죽음을 당했으니까. 그러나 모든 '도력'의 '얻어걸림'에는 그 끝이 있는 법. 결국 스타니스는 이 멜리산드레의 점괘만 믿고 한 겨울에 무리하게 진군하다가 결국 자신과 가족들이 모두 비참하게 목숨을 잃는 결과를 내고야 마는데.

중세나 현대나 권력의 본질은 똑같다. 그러니 당신이 현실에서 '선출직 공무원의 게임'에 발들인 자라면 위의 두 에피소드가 주는 교훈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교훈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적을 때려잡으려고 잘 모르는 수상한 자에게 권력을 쥐어 주지 말 것. 둘째, 사이비 종교는 재미로만 믿을 것. 아, 한 가지 빠뜨린 것이 있다. 위의 이야기에서 왕대비 서세이는 결국 참새 대장 패거리에게 처절하게 복수한다. 여기서 2+1 교훈, 권력은 영원하지 않으며 사정의 칼날은 언젠가 반드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