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회복에, 휴가철에 또 버려지는 반려동물…대구 연 4천~5천마리 유기

입력 2022-07-27 15:53:20 수정 2022-07-27 21:21:06

대학 원룸가 등 집주인 떠난 집에서 홀로 방치되다 구조되는 사례 급증
일상회복 이후 유기 2배 이상 급증…여름 휴가철은 1년 중 가장 많이 버려지는 시기

지난 12일 경북 경산시 용성면 유기동물보호소에서 강아지들이 뜬장(바닥까지 철조망을 엮어 배설물이 그 사이로 떨어지도록 만든 장) 보온 매트 위에 올라가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지난 12일 경북 경산시 용성면 유기동물보호소에서 강아지들이 뜬장(바닥까지 철조망을 엮어 배설물이 그 사이로 떨어지도록 만든 장) 보온 매트 위에 올라가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누군가는 버리고 누군가는 구조한다. 반려동물 얘기다. 대구에서만 매년 4~5천 마리의 반려동물이 버려지고 있다. 코로나19로 한동안 줄었던 유기 동물 수는 일상 회복, 여름 휴가철과 맞물려 다시 급증하고 있다.

대구의 한 대학가에 있는 원룸 주인 A씨는 최근 유기 동물 걱정에 시달리고 있다. 원룸에 살던 학생들이 반려동물을 버리고 가는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도 계약이 끝난 집 문을 열었더니 문 너머에서 작은 개 한 마리가 쪼르르 달려 나왔다.

A씨는 "코로나19로 집에만 있던 학생들이 반려동물을 키우다가 학기가 끝나거나 졸업을 하면 버리고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연인과 함께 반려동물을 입양하고 이별 후 버리고 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매년 대구에서만 4~5천 마리의 유기 동물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18년까지 4천마리 대를 유지하던 유기동물은 2019년 5천472마리로 급증했고, 코로나19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2020년과 2021년에는 5천42마리, 4천405마리로 감소세를 보였다.

하지만 일상회복과 함께 다시 유기가 잇따르고 있다. 1월 220마리, 2월 157마리, 3월 220마리에 그쳤던 대구 유기 동물은 거리두기 전면 해제 이후 4월 319마리, 5월 562마리, 6월 511마리로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여름 휴가철은 유기 동물이 특히 급증하는 시기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실·유기동물 가운데 20%가 휴가철인 7~8월에 발생한다. 1년 중 가장 많은 반려동물이 이 시기에 버려지는 것이다.

상황은 인근 경북도 마찬가지다. 경산에서 유기 동물 구조 활동을 하고 있는 B씨는 최근 하양읍의 공단 지역을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공단이 들어서게 되면서 집을 팔고 떠나는 이주민이 개를 버리고 가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다.

B씨는 "공격성을 보이는 개들도 많고 포획틀을 설치해도 개들이 후각이 뛰어나다보니 구조가 쉽지 않다"며 "유기된 개들은 상처가 커서 구조 후에도 마음을 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유기 및 학대 동물을 구조, 보호하는 유기동물보호소 상황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동물 관리 인력은 부족한데 동물 개체수는 많아지면서 관리가 소홀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대구유기동물보호협회 관계자는 "시민들은 유기동물을 보호소로 보내면 모든 치료와 케어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예산 부족과 인력난으로 정작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자연사 되는 경우도 많고 치료비 부족으로 치료를 다 못하는 경우도 있다. 지원 확대나 대구시 직영 동물보호소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12일 경북 경산시 용성면 유기동물보호소에서 한 관계자가 길을 잃거나 버려진 강아지들을 보살피며 관리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12일 경북 경산시 용성면 유기동물보호소에서 한 관계자가 길을 잃거나 버려진 강아지들을 보살피며 관리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