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함께] "16억원 상가 분양받았더니 수도 시설 없어서 공사 못해"

입력 2022-07-20 16:32:17 수정 2022-07-20 20:23:03

토지 조기 사용 통보에 분양대금 완납…정작 공사는 못해
행정서비스 차원에서 수도 등 기반시설 이용 시점 안내 필요성 제기
LH "계약서상 보상 의무 없다, 민원인은 선납할인금도 받아"

대구 북구 도남지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상가 부지를 분양받아 잔금을 다 치르고도 수도시설이 제때 갖춰지지 않아 건물 공사가 지연되는 민원이 발생했다. 독자 제공
대구 북구 도남지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상가 부지를 분양받아 잔금을 다 치르고도 수도시설이 제때 갖춰지지 않아 건물 공사가 지연되는 민원이 발생했다. 독자 제공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상가 부지를 분양받아 잔금을 다 치르고도 수도시설이 제때 갖춰지지 않아 건물 공사가 지연되는 민원이 발생했다. LH는 계약 조건상 아무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공급자로서 세밀한 안내가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20년 7월 김모(65) 씨는 LH가 조성한 대구 북구 도남공공주택지구조성사업(도남지구) 내 상가 부지를 16억5천만원에 분양 받았다.

올해 1월 3차 중도금을 치를 계획이었던 김 씨에게 LH는 "분양대금을 완납하면 상가 부지를 조기 사용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상가가 없어 도남지구 내 아파트 주민들의 불편이 크다는 이유였다. 이에 김 씨는 잔금 8억8천여만원을 모두 대출로 치렀고, 올해 2월 상가 부지에 건물을 착공하려 했다.

문제는 수도 공급 시설이었다. 공사 현장에서 9월에야 수도 시설이 갖춰진다는 소식을 들은 김 씨는 공사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고층으로 짓는 인근 지주들과 달리 1층 규모로 설계해 5월 준공을 목표로 하다 낭패를 본 것이다.

김 씨는 LH가 수도 공급 시기를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그는 "9월 이후에 수도가 된다는 말만 해줬어도 대출하지 않았다"며 "아무것도 못한 채 이자만 한 달에 100만원 이상 내고 있다. 매매계약서를 근거로 보상도 어렵다고 한다"고 말했다.

LH와 김 씨의 매매계약서에는 '도로와 상‧하수도 등 조성공사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토지 사용의 제한을 받아들이기로 한다'는 조항이 담겨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 조항상 LH의 보상 의무는 없어 보인다. 다만 LH가 매수인에게 수도 관련 안내를 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는 의견을 보였다.

윤정대 변호사는 "LH가 매수인들의 공사 기간을 파악해 수도 등 기반시설의 이용 시점을 세부적으로 안내했다면 불필요한 피해가 줄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민원인이 단층으로 상가건물을 건축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며 "9월까지 수도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명시해놓은 건 없지만, 법률 자문을 받은 결과 보상 의무는 없었다. 또 민원인은 이미 분양대금을 선납해 1천400만원가량의 할인금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 토지 매매와 다르게 LH는 조성 중인 토지를 공급하는 특성이 있다. 고객분들이 수도 등 기반시설이 언제 조성되는지 잘 모르는 부분도 있을 수 있으니, 앞으로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