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기업인!] <3>박광범 메가젠임플란트 대표

입력 2022-07-20 15:03:44 수정 2022-07-20 16:05:26

‘사람 중심의 기업가정신’ 강조…코로나에도 고용 2배 성장
과감히 러시아 거래 중단…“전쟁 하루빨리 종식되길”
“기업의 성장은 결국 사람을 통해서 가능한 것”

대구 성서5차산업단지 ㈜메가젠임플란트 자동화 공장 및 연구소에서 만난 박광범 대표이사는
대구 성서5차산업단지 ㈜메가젠임플란트 자동화 공장 및 연구소에서 만난 박광범 대표이사는 "임플란트 기업에서 R&D는 거의 생명과 같다. 현재 수성알파시티에 연구소를 조성 중인데 연구소 기업으로 열심히 투자도 하고, 연구인원도 계속 확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중요하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것'이 메가젠임플란트(이하 메가젠)의 비전입니다."

박광범(63) 메가젠 대표는 지난달 미국 유엔(UN) 본부에서 열린 유엔-세계중소기업학회(ICSB) 공동 주최 행사에서 '사람 중심의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대구 굴지의 치과용 임플란트 제조기업인 메가젠은 박 대표의 경영철학을 입증하듯 코로나19 어려움에도 고용을 늘렸다.

지난 2019년 연말 메가젠 임직원은 300여 명 정도였다. 팬데믹에도 고용을 늘렸고 최근 임직원 수는 600명을 넘었다. 수출액도 5천만달러에서 1억달러로 늘었다.

다른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외칠 때 지속적인 고용과 투자로 임직원 수와 매출 모두 2배 이상 성장한 점이 고무적이다.

박 대표를 만나 '휴먼 매직'의 힘을 들었다.

-유엔 연설 후일담을 듣고 싶다.

▶사람 중심 기업가정신 확산을 위한 'HEI Award'의 첫 수상자 자격으로 유엔을 방문했다. 저를 비롯해 다섯 명의 기업인이 세션을 나눠 10분씩 발표했다. 100년 기업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을 때는 유일하게 청중의 박수도 받았다. 치과인의 한 사람으로서 큰 영광이었고, 메가젠을 해외에 알리는 소중한 기회였다. 의외였던 점도 있다. 유엔 본부의 위엄에 비해 소파나 집기 같은 것들이 많이 낡았더라.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 같았다.

-TV광고에도 출연했다. 직접 출연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연예인이나 광고모델을 기용할 수도 있었겠지만, 기업의 대표가 직접 출연해 진정성을 전달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임플란트는 사람의 입안에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진중하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당연히 비용적인 부분도 고려했다. 30초 분량의 광고인데 온종일 찍었다.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신선한 경험이었다.

-하루 일과와 취미, 스트레스 해소법이 궁금하다.

▶여전히 평일은 회사 일을 하고 주말에는 치과의사로서 진료를 본다. 최근에는 진료에 더욱 흥미를 느껴 열심히 하고 있다. 현장감각이 있어야 제품 연구개발에도 도움이 된다. 시간이 늘 부족하다 보니 취미를 만드는 것도 일인 것 같아 특별한 취미는 없다. 시간이 날 때 책을 보거나 멍 때리기, 다른 말로 명상을 한다. 애주가이기도 해 요즘에는 와인을 주로 마신다. 사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성격이 아니다. 예전에는 괜한 일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 아닌지를 구분하고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니 스트레스가 크게 없다.

-유럽 수출이 주력인데, 지정학적 리스크가 터졌다.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질 만하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악재가 생겼다. 러시아 매출이 10%쯤 되고 우크라이나 비중도 꽤 있다. 그렇지만 전쟁 이후 과감하게 러시아와의 거래를 중단했다. 의외로 매출이 크게 줄지 않았다. 거래 중단 선언 이후 유럽의 다른 거래처들이 도와주기도 했고, 팬데믹이 끝나면서 다른 수요처의 매출이 늘기도 했다. 사람과 평화를 사랑하는 입장에서 하루빨리 전쟁이 종식되기를 바란다.

-팬데믹에도 계속해서 고용을 늘렸는데 어떤 이유에선가?

▶코로나가 터지면서 거래가 뚝 끊긴 기간이 있었다. 이때 조직 내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찬찬히 조직을 둘러보니 사람이 필요한 부분이 보였다. 필요에 의한 고용이었고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그렇게 인력 보강과 조직개편에 많은 공을 들였고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는 결과로 돌아왔다. 기업의 성장은 결국 사람이 있어야 한다. 2030년 1조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달성을 위해서는 지금보다 3~4배 많은 인원이 필요할 것 같다.

대구 성서5차산업단지 ㈜메가젠임플란트 자동화 공장 및 연구소에서 만난 박광범 대표이사는
대구 성서5차산업단지 ㈜메가젠임플란트 자동화 공장 및 연구소에서 만난 박광범 대표이사는 "임플란트 기업에서 R&D는 거의 생명과 같다. 현재 수성알파시티에 연구소를 조성 중인데 연구소 기업으로 열심히 투자도 하고, 연구인원도 계속 확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지속가능발전목표(SDG)를 비전으로 제시했는데?

▶지속가능발전목표는 지난 2015년 유엔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의제다. 인간, 지구, 번영, 평화 등을 주제로 17개 목표가 있다. SDG의 슬로건이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것'(Leave no one behind)이다. 사실 경영자 입장에서 SDG를 모두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누가 어떤 직종에 있는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소외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메가젠은 이런 목표를 달성하려 피라미드가 아닌 원형의 소통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어느 부서의 누구든 공동목표를 위해서는 대표를 포함해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 혁신 성장을 위해서는 빠르고 효과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필요하다.

-최근 지역 산업계에서 연구개발(R&D)의 중요성이 자주 언급된다. 기업에 연구개발이란?

▶수성알파시티에 연구소 준공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당장 연구개발 인력이 두 배 이상 늘 것 같다. 기업에 '다음'이 있으려면 연구개발은 필수다. 경영자의 아이디어를 펼치기만 해도 어느 정도의 성장을 이룰 수 있지만 그 이상은 힘들다. 메가젠의 미래를 생각할 때 대표로서 나의 역할이 어디까지인가를 많이 고민한다. 직접 할 수 없는 것은 연구개발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정부가 바뀌며 친기업 정책의 확대가 예상된다.

▶고무적이고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기업이 정부의 정책만 기다리면 안 된다. 정책이 결정되고 기업에 영향이 미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다만 규제혁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고 싶다. 지금 국내는 너무나 많은 규제 때문에 할 수 없는 비즈니스가 많다. 이런 것들이 타국으로 넘어가는 실정이다. 기업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규제에 막혀 사장되는 일이 더 이상은 없었으면 좋겠다.

-기업인이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기업인은 훌륭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만 그렇지 않은 기업인이 어떻게 노출되느냐에 따라서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 일부의 잘못을 전체의 잘못으로 치부하는 것은 잘못됐다. 하지만 사회의 시스템 하나는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바로 '스승'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진정한 의미의 멘토, 스승이 사라져 가고 있다. 스승의 존재가 사라지면서 일부 기업인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의 일탈을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 다시 우리 사회가 스승을 찾아야 할 때다.

-기업인 박광범, 치과의사 박광범, 인간 박광범의 앞으로의 계획은?

▶메가젠 대표로서의 일은 2030년 무렵까지만 할까 싶다. 그 이후에는 경영 일선에 참여하기는 조금 그렇지 않을까. 치과의사로서 박광범은 더 길 것 같다. 환자와 즐겁게 얘기하고 아픔을 조금이라도 어루만져줄 수 있다면 건강이 허락하는 때까지 하고 싶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목표는 교육이다. 기업인과 치과의사의 경험을 교육봉사의 테마로 엮어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힘들기도 하겠지만 소외되는 사람들에게 더욱 많은 기회를 주고 싶다. 끝으로 최근에 주목을 많이 받아서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알고 정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