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뜨거운 '대프리카'의 계절이 돌아왔다. 2년 반의 세월이 흐르도록 코로나19 상황은 나아질 줄을 모른다. 대체 언제쯤 마스크 안으로 줄줄 흘러내리는 땀을 견뎌야 할지 가늠하기 힘들다. 조금 희망이 보이나 싶으면 새로운 변이가 번지면서 확진자 더블링 현상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점점 악화하고 있는 경제 상황이다. 어디가 정점일지 모를 인플레이션과 이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 경기 침체의 신호까지 겹치면서 경제 상황은 악화일로다. 솔직히 이젠 코로나에 감염될 걱정보다는 치솟는 물가가 더 큰 공포로 다가올 지경이다.
누구나에게 힘겨운 여름이 될 것이 분명한 상황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여름을 견뎌야 하는 이들이 바로 쪽방촌 주민들이다. 가뜩이나 창문 하나 없는 비좁은 방에 냉장고 하나, 에어컨 하나 없이 습기 많고 푹푹 찌는 대구 특유의 무더위를 고스란히 견뎌내야 한다. 시원한 얼음물 한 잔 마음껏 들이켤 수 없고, 선풍기가 뿜어내는 열기와 함께 부채질을 해대는 것이 이들이 더위를 견딜 수 있는 방법의 전부다.
또 한 해가 흘렀지만 1년 동안 쪽방촌의 상황은 나아진 것이 없다. 지난해 11월 대구쪽방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는 (사)자원봉사능력개발원은 한국부동산원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대구시와 함께 쪽방 거주민들의 주거 복지 개선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임대주택 일부를 쪽방 거주민들에게 제공하기로 하고 그 비용 일부를 한국부동산원이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국 최초로 시도된 모델이다. 긴급한 일회성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주거 여건 자체를 탈바꿈시키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실제 성과로 이어지진 못했고, 단 한 명의 쪽방 거주민에게도 무더운 쪽방촌을 탈출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쪽방 거주민이 살고 있는 도심 내 임대주택을 구하기 힘들뿐더러 실무 담당자가 바뀌는 등의 문제가 겹쳤기 때문이다.
뒤늦게 대구시는 서둘러 2천만 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이번 주부터 냉방이 되는 모텔을 한여름 동안 임대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때가 너무 늦었다. 대구 곳곳에서 각종 건축·건설공사가 무더기로 진행되고 있다 보니 공사 인부들이 중저가 모텔 상당 부분을 장기 거처로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장은 "한 달에 50만~60만 원을 줘도 방을 구하기 힘든 실정인 데다 예산도 턱없이 부족해 당장 더위에 취약한 고령자나 기저질환자 몇십 명에게만 방을 지원하는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장 소장에 따르면 800여 명에 달하는 쪽방 거주민들의 평균 수입은 기초수급자나 일용직 근로자 평균이 70만 원 정도로, 이 중 20만 원가량을 주거비에 쓴다고 한다. 각종 고정비용 등을 제하고 나면 이들이 생활비로 가용할 수 있는 돈은 고작 30만~4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어지간한 중산층마저도 치솟는 물가에 장보기가 겁난다고 씀씀이를 줄이고 있는 실정인데, 쪽방 거주민들이 겪는 고물가 고충은 몇 배 더 가혹하다. 당장의 생존 위협으로 다가올 만큼 식비 지출을 줄여야 하다 보니 더위를 피하는 방값이나 냉방을 위한 전기요금 사용 등은 엄두조차 내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저소득층의 주거 여건을 개선하는 데는 그들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다. 정부와 지자체,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공존의 주거 모델을 모색해 더 이상 무더위 속 열악한 주거 여건으로 숨지는 이들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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