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경북 총 1천281명 외국인 근로자 배정
올해 성주·영주서 20여 명 무단이탈… 지난해 영양서 10명 잠적하기도
농촌 저임금이 이탈 부추겨… 불법체류자 커뮤니티도 있어
복잡한 절차로 입국 시기 놓쳐… 현실과 동떨어지기도


코로나19로 끊겨버린 외국인 일손이 다시 농촌 현장에 투입되면서 인력난에 시달리는 농촌은 '단비'를 맞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계절근로자 유치에 따른 국가 간 매뉴얼 부재, 입국 이후 관리에 대한 책임 소지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아 다양한 부작용이 나오고 농가에 되레 '짐'이 되기도 한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입국 늘어나
정부는 올해 하반기 전국 84개 지방자치단체에 7천388명의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배정하기로 결정했다. 경북에는 1천281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배정됐다.
앞서 올해 상반기에 배정된 외국 계절근로자도 이달까지 순차적으로 입국하면서 농촌 일손을 돕고 있다. 또한 결혼 이민자의 친척 등도 지자체별로 농촌 현장에 뛰어들면서 농촌 들녘을 채우고 있다.
고임금에도 국내 일손을 구하기가 어려운 농가는 상대적으로 임금이 싼 이들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이들 경우 8시간 기준 일당은 8만원정도로 새벽이나 밤일 등의 임금은 별도로 책정된다. 최대 5개월 동안 한 농가에 머물며 숙소 및 식대 등을 제하면 이들이 쥐게 되는 돈은 한 달에 대략 180만원정도다. 농번기 국내 인력 경우 20만원 안팎까지 치솟는 일당에 비하면 절반 이하다.
청송군은 필리핀 말바르시에서 온 계절근로자 70명이 7일 입국해 22곳 농가에 배치됐다. 다음달 말에서 9월 초까지 카빈티시에서도 30곳 농가에 119명의 계절근로자가 들어 올 예정이다.
영양군도 올해 상반기에 배정 받은 농가 138곳에 일한 601명의 입국을 추진하고 있다. 일단은 다음 달 중순까지 300여명의 근로자를 먼저 입국시켜 농촌 현장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예천군의 한 농가는 "일손 구하기 어려운 농촌에서는 인근 근로자들에게 의존해야 하지만 임금이 만만찮다. 이런 상황에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줘도 되니 이들은 농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고 있다"고 했다.

◆무단이탈에는 속수무책, 농가들 '근심'
농가의 근심이 없는 건 아니다. 무단 이탈 시에는 계획된 농사일정을 망칠 수 있어 걱정이 쌓여가는 농가도 많다.
국내 산업전반에 걸친 고임금과 일손 부족 현상으로 농어업 현장에 투입된 외국인 근로자들이 좀 더 나은 대우를 하는 일자리를 찾아 무단이탈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일손이 갑작스럽게 사라진 농가에선 수확기를 놓치는 등 농사일을 망칠까봐 웃돈을 주고 대체 일손을 구할 수밖에 없다.
영양군의 한 농가는 "지난해 2명이 갑자기 사라졌다. 매일매일 채소를 수확해야 하는 형편이다 보니 인력 사무실에 웃돈을 주고 일손을 구해야 했다"고 했다.
피해 농가들은 "농사를 통해 수익이 생겨야 하는데 인건비로 모두 빠져 나갔다"며 "피땀 흘려 일만 죽어라 하고 남는 것은 빚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외국인 근로자의 잠적에도 해당 국가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수년간 우호교류를 맺고 철저한 신원보증을 해주는 국가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이탈 예방 차원에서 외국인 근로자에게 현지 출국 전 보증금을 받고, 현지 마을이장·가족 등의 서약과 보증도 받고 있지만 근본적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저임금이 이탈 부추겨… 불법체류자 커뮤니티도 있어
외국인 근로자들의 잠적은 낮게 책정된 임금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나라 산업 전 분야에 걸쳐 일손이 부족해 농촌보다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
한 군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하늘길이 자유롭지 못하면서 농촌뿐 아니라 산업 전 분야에 걸쳐 일손부족이 심화됐다"며 "임금이 치솟으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품삯을 받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의 농촌 무단이탈로 이어졌다"고 했다.
법무부가 추진하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지침상 5개월(계절근로비자 E-8)을 일할 수 있다. 이 기간이 짧은 것도 이탈을 부추기는 요소로 꼽힌다.
외국인 근로자 대부분이 많은 돈을 벌어가고자 입국하는데 5개월이란 시간은 너무 짧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입국 전부터 돈을 더 벌 수 있는 경로 등을 알아보고 이를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영양군의 계절 근로사업의 하루 품삯은 8만원 남짓되고 식비 등 개인부담금을 제외하면 한 달에 180만원정도 손에 쥔다. 이에 반해 다른 산업 현장이나 비정상적인 인력업체를 통하면 하루 품삯으로 12만~18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고 인력업체 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탈하는 순간, 이들은 불법체류자가 되지만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또 고임금으로 이들의 이탈을 부추기는 국내 인력사업소도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외국인 인력사업소를 통하면 중개수수료와 숙박비 명목으로 1만~5만원가량의 돈을 떼지만 좀 더 많은 일당을 받을 수 있어 총액은 커진다. 이를 알선하는 불법체류자 커뮤니티도 암암리에 성행하고 있다.

◆숙소 등 기준 강화, 농가엔 또 다른 부담
외국인 노동자 배정은 농가의 수요를 파악한 지자체가 외국 현지 지자체와 협의를 거쳐 신청하면, 법무부가 승인하는 절차로 이뤄진다. 전기, 화장실 등 일정한 규모와 시설을 갖춘 숙소가 있는 농가만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이 까다로워 졌다.
2020년 경기 포천 캄보디아 근로자가 비닐하우스에서 사망한 이후 고용노동부가 농어업 분야 외국인 근로자 주거환경 실태조사를 실시해 '농·어업 외국인 근로자 주거환경 개선방안'을 마련한 결과다.
그동안 컨테이너·조립식 패널 등을 숙소로 제공해오던 농가들은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별도의 숙소 마련에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영양군의 한 농민은 "4명의 외국인 근로자 숙소를 위해 마을 빈집을 빌려 숙소로 꾸몄다. 5개월 단기 임대와 수리 등에 200여만원이 들어갔다"며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모든 부담을 농가들에게 떠안기는 꼴"이라고 했다.
청송의 한 농가도 "별도의 숙소를 구하지 못하면 외국인 근로자 배정에서 제외된다"며 "농가들이 더 많은 외국인 노동자를 신청해 배정받을 수 있도록 지자체가 앞장서 기숙시설을 늘려 줘야 한다"고 했다.
정부도 손을 놓은 건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영세 농·어가 주거시설 개선 지원 사업의 하나로 이들의 숙소 마련에 나섰고 전국 8개 지자체를 선정했다. 경북은 영양지역에 100명이 머물 수 있는 숙소가 마련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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