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기업인] 윤재호 구미상공회의소 회장(주광정밀㈜ 대표이사)

입력 2022-07-13 18:30:00

어려운 이웃 도울 때 큰 보람 느껴, '봉사활동은 기업인으로서 당연한 소명'

윤재호 구미상공회의소 회장이
윤재호 구미상공회의소 회장이 '산업 역군과 기업인이 애국자다'라는 슬로건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윤재호 구미상공회의소 회장이 가장 아끼고 즐겨 쓰는
윤재호 구미상공회의소 회장이 가장 아끼고 즐겨 쓰는 '산업 역군과 기업인이 애국자다'라는 표어에다 산업 현장 근로자, 독립운동가 윤봉길 의사 사진을 넣어 제작한 구미상공회의소 홍보 현수막. 구미상의 제공

"그동안 기부한 돈이요? 정확히 잘 기억을 못하겠네요."

윤재호(56) 구미상공회의소 회장(주광정밀㈜ 대표이사)은 기부 총액이 어느 정도냐는 질문에 그저 웃기만 했다.

그는 "배고픔의 서러움을 잘 알기에 아낌없이 나눌 수 있는 것이며, 어려운 이웃들을 도울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기 때문에 돕는 일이 많다"고 겸손해 했다.

입지전적인 엔지니어 출신 성공 기업가로 알려져 있는 윤 회장은 '기부명장'이란 별칭을 얻을 정도로 사회 곳곳에 기부하는 것이 남다르다.

자수성가 CEO의 재산 사회 환원은 부의 대물림으로 상징되는 재벌 기업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기 때문에 그는 늘 주목 받을 때가 많다.

2015년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된 이래 기부한 돈이 11억원이 넘는다. 대구경북에선 단연 1위다.

또 모교인 경북기계공고에 기탁한 장학금만 8억원이 넘고, 지난해 11월엔 경북기계공고 다목적교육관 설립 기금으로 20억원을 기부해 그의 모교엔 '윤재호홀'이란 이름으로 다목적교육관이 개관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구미지역 소년소녀가장 20여명 후원을 비롯해 구미시장학회 장학금, 금오공대 발전기금, 지역 저소득가정과 사회복지시설 정기 후원 등 그의 기부는 너무도 광범위하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격언처럼 소리소문 없이 주변을 돕는 일들이 많다.

윤 회장은 경북 청송에서 빈농의 8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형편이 넉넉잖아 끼니를 건너뛸 때도 있었다.

인문계, 실업계 개념이 부족한 상황에서 진학한 경북기계공고는 남다른 손재주를 가진 그의 적성에 너무도 잘 맞았다. 하지만 자취하던 유학생활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고교 졸업 후 1984년 대우전자에 입사해 공짜로 마음껏 밥을 먹게 됐을 때 느꼈던 행복감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그는 말한다.

젊은 시절 한때 노동운동에 심취했던 탓 등으로 그는 근로자에 대한 배려가 있는 회사를 직접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대기업 퇴사를 결심하고 1994년 자본금 2천만원으로 당시 미개척분야이던 흑연전극 금형가공기술회사인 주광정밀을 설립했다.

임직원들의 마음과 형편을 잘 알기에 충분한 배려를 했고, 이 같은 배려심은 그가 기부하는 마음을 품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주광정밀은 주목받는 기술력으로 급성장했다. 2013년 100만불, 2016년 1천만불, 2021년 2천만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휴대폰부터 자동차부품에 이르기까지 흑연 제품 가공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력을 갖춰 2020년 매출이 1천120억원을 기록했다.

윤 회장은 2012년 기능한국인 제70호, 2016년 대한민국 명장(컴퓨터 응용가공 분야)에 선정됐다. 엔지니어 출신 CEO답게 그는 후배 기술인 양성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다. 장학금 기부도 그런 뜻이 숨어 있다.

이런 노력 등으로 주광정밀의 연구개발력은 삼성 등 대기업 R&D 연구소 관계자들도 놀라워 할 정도다.

그는 돈도 많이 벌었고, 기부왕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티를 전혀 내지 않는다. 늘 겸손하고 초심을 잃지 않은 모습이다.

요즘도 오전 5시 정도면 일어나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옷은 늘 감색 양복, 흰색 셔츠, 운동화 차림이다. 명품이라곤 찾아볼래도 찾을 수 없다. 올챙이 시절 잊지 않으려는 노력과 '인생은 포장이 필요 없다'라는 그의 신념에서 비롯되는 일이다.

그는 "사실 감색 양복 두세 벌, 셔츠 대여섯 벌, 운동화 2~3켤레를 두고 갈아입지만 남들이 보기엔 항상 같은 옷, 운동화 차림이어서 '빨래 좀 해서 입고 다녀라'는 농담을 들을 때가 많다"고 겸연쩍어했다.

윤 회장의 국산품 애용은 특별하다. 애국정신을 깊이깊이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1년 3개월 전 구미상의 회장 취임 때 '산업 역군과 기업인이 애국자다'라는 구미상의 슬로건을 직접 만든 이유도 애국정신에서 비롯된 일이다. 그는 이 슬로건에다 산업 현장에서 작업에 여념이 없는 근로자의 모습, 독립운동가 윤봉길 의사의 사진을 각각 넣은 현수막을 제작해 대내외적으로 자주 활용한다.

최근 윤석열 정부는 물론 미국 등 전 세계가 친기업 정책을 적극 펼치면서 자주 사용하는 '기업인이 애국자'라는 표어를 윤 회장은 오래전부터 상용화해 온 것이다.

윤 회장은 "저는 투지와 집념이 남들보다 10배 정도는 강하다"고 말한다. 그가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작은 친절과 남을 위한 배려는 몸에 배여 있어야 한다"며 "봉사활동은 기업인으로서 당연한 소명"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윤 회장과의 일문일답.

-구미상공회의소 회장 취임 1년 3개월이 지났다. 주변에서 '발로 뛰는 회장'이라 부를 정도인데, 그간의 소회를 밝혀 달라

▶구미시장, 경북도지사께서도 운동화를 신고 부지런히 다니지만 저 역시 상의회장 취임 전부터 운동화를 신고 바쁘게 다니는 것이 몸에 배어 있던 터라 지금도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휴대폰 사용량도 많다보니 점심시간 전에 배터리 60~70%를 소진하는 날이 많다. 그동안도 그러했지만 앞으로도 경험과 인적네트워크, 구미에 대한 애착을 바탕으로 상공계는 물론 지역발전에 한 몫을 다 할 계획이다.

- '산업 역군과 기업인이 애국자다'라는 구미상의 슬로건을 직접 만들었다. 어떤 의미인가.

▶지하자원 하나 없는 대한민국이 오늘날 세계를 대표하는 경제대국으로 우뚝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산업역군과 기업인의 끈질긴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일제에 맞서 싸웠던 독립투사가 애국자인 것처럼 지금도 산업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글로벌 경쟁사와 치열한 경쟁을 하며 기술력을 높여가고 있는 산업역군과 기업인 역시 그에 못지않은 애국자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메시지를 널리 알리고자 구미상의 슬로건으로 내걸고 기업애로 해소와 그들이 대우받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최근 지역현안 해결을 위해 각종 정부 건의 활동을 활발히 하는데, 정부가 지방을 살리기 위해 가장 중점을 둬야 할 것은.

▶수도권과 지방과의 격차가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지방에 특단의 인센티브를 주어야만 국가균형발전이 가능해 진다. 지방기업에 대한 법인세율 및 가업승계 상속세율 인하, 주52시간 근무제 유연화, 지방투자촉진보조금 확대, 수도권 연구인력 근무지 지방이전 시 인센티브 부여 등이 꼭 필요하다. 구미지역에 필요한건 KTX 구미유치,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관련 대구경북선 철도 구축 시 구미 반영, 공항경제권 100만 인구 배후도시 성장을 위한 문화·관광기능 확충 등이다.

-최근 LG이노텍, SK실트론 등 대기업이 구미에 연이은 대규모 투자를 해 구미경제는 고무적이지만 기업경기전망은 어둡다. 구미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구미는 여전히 체감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가 주52시간 유연화 등 친기업 정책과 국가균형발전에 촉각을 세우고 있고, 경북도·구미시가 민선 8기 출범과 함께 대규모 기업 투자 및 공모사업 유치에 힘을 쏟고 있는 만큼 지역경제 활성화에 거는 기대가 크다. 구미상의도 적극 협력해 지역의 다양한 현안을 풀어 나가겠다.

-주광정밀㈜의 향후 계획은.

▶주광정밀은 초정밀 가공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췄고, 대·중견기업 납품으로 경영 구조가 매우 탄탄하다. 스마트폰, 자동차부품에 이어 반도체, 항공기, 수소연료전지, 바이오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으며 내년쯤 성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본다.

-앞으로의 구미상공회의소 계획은.

▶회원사의 애로 개선과 다양한 지원, 중앙정부 각종 현안 건의 등 상의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는 한편, 민선 8기 경북도·구미시와 적극 협력해 내륙 최대 수출·산업 도시라는 구미의 명성을 뛰어 넘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윤재호 구미상공회의소 회장이
윤재호 구미상공회의소 회장이 '산업 역군과 기업인이 애국자다'라는 슬로건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