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프랑스에서 유학 생활을 하면서 그 나라에 가장 부러웠던 점이 있다. 그건 그들의 건축물도 미술품도 아닌 그 나라 사람들이 예술을 대하는 태도와 스스로 그들의 문화를 사랑하는 마음이었다. 그 마음은 사실 단번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1789년 프랑스는 대혁명을 통해 민주화를 이뤘고, 왕권이 무너지고 그들의 문화는 시민에게 환원되었다. 그리고 산업화와 시민혁명을 통해서 현대미술은 종교나 왕을 위한 것이 아닌 예술가의 철학과 실험정신을 담아낼 수 있었고, 바로 그 철학으로 현대미술이 시작되고 구축되었다고 할 것이다.
보통 프랑스의 유명 미술관을 방문하면 특별한 교육들이 시행된다. 어린이는 물론, 성인을 대상으로 한 작품설명과 강좌프로그램은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렇게 평소 예술작품을 접할 기회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반면, 우리나라 어린이들에게 미술은 어떠한가. 초등학교를 입학하기 전에는 인지 발달과 손가락 힘을 키우기에 좋다는 이유로 잠시 추천되었다가, 중고등학생이 되면서는 입시 준비로 자주 접하기에 먼 대상이 된다.
특히 우리나라 공교육은 예술작품이 담고 있는 내용이나 예술가의 철학을 공부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전시장을 찾고 작품을 봐야 하는 이유를 모른다. 그래서 더더욱 미술 전문기관의 어린이 교육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프랑스나 러시아, 유럽에서는 미술학원과 같은 민간단체의 미술교육은 많지 않다. 오히려 미술관 같은 곳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고 소통하는 방법, 그림 그리고 만드는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이 선행되니 커서도 자연스럽게 미술관을 방문하고 향유한다.
우리에게는 자랑할 만한 반만 년의 역사가 있고, 능력 있는 예술작가들이 많다. 우리가 스스로 그 가치를 알아봐 주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역사와 전통, 문화예술이 있고, 그 가치를 스스로 인정하는 나라가 바로 선진국이다.
이러한 방향성을 가지고 지난 5월부터 대구예술발전소에서 매달 둘째 주 토요일, 어린이를 대상으로 미술사 들여다보기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5~9세 정도의 어린이들이 수업에 참여해주었다. 이 수업은 미술사를 공부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 의미를 생각해보는 취지가 크다. 완성에 도달하기 위해서 어른의 손을 빌리는 것이 아닌 아이들이 스스로 표현하고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평소 익숙한 집이나 학교가 아닌 작가들이 전시하는 예술 공간에서 아이들이 생각하고 반응하고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미술관이나 예술발전소를 자주 방문하고 자연스럽게 작품을 접하면서 사고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미술이 그리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사유할 수 있기에 매력 있는 세계임을 알 수 있는 그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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