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초대석] 위기의 윤석열호

입력 2022-07-11 09:39:00 수정 2022-07-11 14:55:00

김영수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영수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영수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치가는 민심의 바다 위에 뜬 배다. 지금 윤석열호는 거세지는 민심의 풍랑 앞에 서 있다. 지난주 한국 정치의 키워드는 '데드크로스'였다. 취임 두 달이 지난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에 대해 국민은 실망하고 있다. 한 달 만에 지지율이 10%나 빠져, 긍정보다 부정 평가가 높아졌다. 첫 해외 순방의 효과도 없었다. 수도권 절반 이상이 비판으로 돌아섰다. 대구‧경북, 국민의힘 지지자, 고령층에서조차 지지율이 크게 하락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지지율이 큰 의미가 없다고 애써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콘크리트 지지층도 흔들리고 있다.

국민의 마음이 돌아선 이유도 매우 상식적이다. 먼저 인사다. 갤럽 조사가 부정 평가의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25%) 대통령이 어떻게 국정을 운영할지 국민에게 알리는 가장 직접적 신호가 인사다. 국민은 대통령의 입이 아니라 인사를 보고 대통령을 판단한다. 윤 대통령이 제시한 인사 기준은 '능력'이다. 하지만 국민의 평가는 냉정했다. 국민이 아닌 윤석열을 위한 인사라는 것이다. 검찰 편중, 그리고 복심, 학연, 친구 등 지인 찬스가 도를 넘었다. 국민의 도덕적 눈높이에도 못 미쳤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전 정권에서 지명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나?"고 항변했다. 하지만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조차 "'더불어민주당처럼 하지 말라고 뽑아준 거 아니냐'는 국민의 물음에 대한 답변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게 "언론과 야당의 공격 받느라 고생 많이 했다"고도 했다. 민심과 싸우자는 것이다.

부정 평가의 두 번째 이유는 '경제‧민생을 살피지 않는다'(12%)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억울할 것이다. 지방선거 승리 직후 윤 대통령은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셋째도 경제라는 자세로 민생 안정에 모든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지난 6월 20일, 경제위기에 "근본적으로 대처할 방도는 없다"고 털어놓았다. 솔직한 고백이다. 하지만 국민의 용기를 꺾었다. 거짓말을 하라는 게 아니다. 다만 대통령이 할 말은 아니다. 어렵지만 제가 앞장서겠다, 함께 극복하자, 우리 국민은 그런 저력이 있다고 하는 게 맞다. 국민이라고 실정을 모르겠나. 국민은 그저 용기를 얻고 싶을 뿐이다. 물론 대통령은 말만이 아니라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이 지금 그 점을 불안하게 여기고 있다는 게 여론조사의 결과다.

세 번째 이유는 경험·자질 부족·무능함(8%)이다. 윤 대통령의 학벌과 경력은 대한민국 최고다. 자신감도 넘치고, 큰 과오도 없다. 그러니 이것은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윤 대통령은 마치 모든 인생의 목표를 다 이룬 사람처럼 보인다"는 양향자 의원의 지적을 곱씹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양 의원은 윤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하기보다 즐기고 있다고 본다. 김대중 조선일보 주필은 "사람들은 그가 씩씩한 나머지 혹시나 거드럭거리게 되는 것은 아닌지 경계심을 갖고 있다"고 우려했다. 오만하고, 대통령병에 취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보통은 1년이 지나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윤 대통령은 불과 2개월이 지났을 뿐이다. 권력은 어떤 인간의 영혼도 흑화(黑化)시킬 만큼 힘이 강력하다. 거의 예외가 없다. 그렇다면 대통령 특별감찰관을 하루빨리 임명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나라를 망가뜨렸다. 편가르기 정치로 국민을 두 쪽 내고, 친북‧친중 정책으로 안보를 위태롭게 했다. 소득주도성장과 반시장적 부동산 정책으로 서민의 희망을 파괴했다. 상식과 공정을 무너뜨렸다. 지난 5년간 국민은 깊이 절망했지만 아무 대안도 없었다. 그때 윤석열이 샛별처럼 등장했다. 국민의 희망이었다. 이제 공정과 상식이 부활되고, 나라는 정상을 되찾았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방향은 옳다. 하지만 다시 불안감이 밀려오고 있다. 만약 윤석열 정부가 실패하고 정권을 잃는다면, 대한민국은 깊은 나락에 떨어질 것이다. 자유와 인권, 법치는 압살될 것이다. 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그것이 가장 큰 위기다. 윤 대통령에게 호소한다. 민심의 바다를 타라. 정치가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능력보다 국민과 역사에 대한 깊은 의무감이다.

문화부 jebo@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