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대표 징계를 둘러싼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나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어지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과 97그룹 및 비명(非明) 간 역학 구도를 보면 정치의 본령(本領)은 '권력 투쟁'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다. 자칫 한발 뒤로 물러선다면 벼랑 끝으로 몰려, 정치 생명이 끝장날 수도 있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두 사람이 대응하는 것을 굳이 나무라거나 탓하고 싶지는 않다. '정치인은 국민에게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을 애써 외면하면서 권력을 내려놓고 싶지 않은 것이리라.
대선과 지선을 승리로 이끈-그 승리에 이 대표가 얼마나 기여했는지 걸림돌이 됐는지는 차치하고-이 대표가 6월 대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내가 이루고 싶은 세상,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세상,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정책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당을 만들기 위해 내 의견을 더 많이 투영시키겠다"며 '자기 정치'를 공언한 장면이 기억난다. 당돌하다 못해 충격적으로 다가온 이 대표의 생각이 아닐 수 없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정치는 권력 투쟁이 아니라 국리민복(國利民福), 국가 이익과 국민 행복이 본령이다. 정치(政治)는 '바르게 다스린다'라는 사전적 뜻과 더불어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거나 통제하고 국가의 정책과 목적을 실현시키는 일'과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이나 권력을 얻기 위해 사회적으로 교섭하고 활동하는 일'을 아우른다. 정치권에 뛰어들어 국회의원이 되고 싶고 대통령이 되고 싶은 권력욕이 넘쳐나겠지만 '자기 정치'를 전면에 내세우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30대 청년 정치인'의 발랄한 정치적 도발이라고 박수 치기에는 집권 여당 대표의 정치적 위상과 전혀 맞지 않는 처신이다. 이 대표의 패착은 거기에 있다. '0선의 30대'라서 여당 대표로 대접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당 대표로서의 책임감을 도외시한 가벼운 처신과 현란한 입이 그를 '일개' 정치평론가로 전락하게 한 것이다. 배후설과 음모론은 정치권 지라시에 늘 등장하는 메뉴지만 이번에는 먹혀들지 않는다.
'이재명의 민주당'도 볼썽사나운 구호다. 공당의 사유화를 연상케 하는 이 의원의 당권 장악 시나리오는 5년 만에 정권 교체당한 민주당의 미래를 더욱더 암울하게 한다. 그걸 이재명 의원만 모르는 것 같다.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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