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만들고 보자’식 특화거리 근본부터 점검해야

입력 2022-07-08 05:00:00

대구 남구청이 2016년 5월부터 조성한 '한미친화거리' 일부가 훼손된 채 방치돼 있다고 한다. 미군이 부대 담장을 보수하기로 하면서 벽화와 조형물 등의 멸실이 불가피했던 탓이다. 조성된 지 5년이 지났음에도 인근 주민들도 모를 만큼 인지도도 낮아 특화거리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상권 활성화 등을 노려 지자체가 조성한 특화거리 상당수는 비슷한 처지다. 일단 만들고 보자는 식으로 조성된 결과다. 중장기적 로드맵의 부재가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종 특화거리가 단순 경관 개선에 그친다는 비판은 반복적으로 나왔다. 봉덕초교 북편 삼정길 캠프워커 정문까지 폭 12m, 길이 470m 구간의 한미친화거리도 마찬가지였다. 보도 개선, 간판 정비, 녹지화 사업 등이 이뤄졌고 자유의 여신상 사진 등이 담장에 걸렸다. 총 12억 원 가까운 예산이 들어갔다. 그런데 미군 측이 지난달부터 담장 보강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가면서 특화거리 일부가 훼손됐다. 녹지화 사업 일부 구간과 보도가 없어진 것이다.

대구 남구청은 미군 측과 논의 끝에 녹지화 작업 재개, 벽화 복구 등에 합의했다고 한다. 그래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 한미친화거리가 유동 인구 증가와 상권 활성화로 직결되지 않는 또 하나의 사례로 남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주변 상인들의 불만도 여전했던 터다. 조형물 설치 등 경관 개선에만 매달릴 뿐 조성 이후 대책 없이 방치했다는 것이다. 콘텐츠 빈약을 꼽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광석길'이나 '근대문화골목'처럼 유동 인구가 많거나 공간 특성이 뚜렷이 각인된 특화거리와는 결이 다소 달랐다.

시대가 바뀌었다. 계도 성격으로 밀어붙이는 특화거리 조성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매력적인 공간에는 사람들이 먼저 알고 모여든다. 민간이 활성화한 공간을 관에서 파악하고 지원하는 게 특화거리 조성 순서에 맞다. 관이 먼저 나서서 어떤 공간을 특화하겠다면 면밀한 사전 조사와 기대 효과, 중장기적 전략을 함께 고민하고 청사진을 내놔야 할 것이다. 이름만 붙인다고 사람들이 몰려드는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