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호강 못 시켜줬는데 병으로 떠난 아내…남은 건 아픈 홀어머니·대학생 아들, 그리고 빚 2억

입력 2022-07-05 06:30:00 수정 2022-07-07 14:46:23

15년간 아픈 아내 돌보는 중 2차례 사업 실패…파산 신청도 어려워
심장 약한 홀어머니 판막 이식수술 받아…꾸준한 검진 필요
적은 수입, 교통비라도 아끼려 매일 아침 1시간 넘게 걸어서 출근

이상국(56) 씨가 병으로 거동이 힘든 어머니의 다리를 주물러 주고 있다. 김세연 기자
이상국(56) 씨가 병으로 거동이 힘든 어머니의 다리를 주물러 주고 있다. 김세연 기자

"내일 엄마가 맛있는 식혜 만들어 줄게, 아들!"

그날은 추석을 맞아 가족들이 모여 함께 식사를 했다. 평소보다 집에 활기가 띠는 날이었다. 매일 통원 치료와 입원 치료를 반복하며 지쳐있던 아내도 모처럼 사람들과의 대화에 한결 기분이 좋아졌는지 씩씩하게 말했다.

밤 11시쯤, 친척들이 돌아간 빈집에 아내를 홀로 둔 채 이상국(56) 씨는 아들과 잠깐 산책에 나섰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내는 식탁에 앉아 벽에 기댄 채 고요하게 눈을 감고 있었다. 아내는 마치 잠든 듯이 생을 마감했다. 제 몸 하나 제대로 못 가누면서도 늘 가족을 먼저 생각하던 아내였다. 사업 실패와 어려운 형편 속에서 호강 한 번 시켜주지 못했는데, 아내는 마지막 순간까지 가족을 위해 식혜 담글 생각을 했나보다.

◆연이은 사업 실패에 사별까지

어린 시절 이 씨는 항상 배가 고팠다. 7살 당시 아버지가 병으로 돌아가신 후 늘 생활고에 시달렸다. 고등학생 때부터 이 씨는 야간학교를 다니며 동사무소에서 심부름을 하고 돈을 벌었다. 이 씨는 어렸지만, 어머니와 어린 두 동생을 책임지는 가장 노릇을 했다. 이 씨는 졸업 후 곧장 한 분쇄기공장에 취직해 3년간 일하며 경력을 쌓았고, 25살에 한 농기계 제조회사에 자리를 잡았다.

고된 일을 버틴 지 10년, 35살 이 씨는 아내를 만나 가정을 꾸렸다. 하지만 아내는 임신 후 급속도로 몸이 약해졌다. 출산 당일 아내는 혈압이 200까지 올라가 수술로 겨우 아들을 낳았다. 출산 후 삶이 바쁜 탓에 약도 치료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던 아내는 아들이 4살이 됐을 무렵 쓰러지고 말았다. 병원을 찾은 아내는 급성 심부전증 진단을 받았다. 이후 이 씨는 거동도 힘들어 하는 아내를 데리고 14년간 일주일에 3번 병원을 찾았다. 아내는 몇차례 수술까지 받았지만 건강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병수발로 결근이 잦아지자 이 씨는 퇴사를 결심했다. 기술보증기금대출로 자동차 관련 제조업 공장을 차렸지만, 그마저도 경기 악화로 운영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한번 시작한 사업을 쉽게 접을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회사를 살려보려 은행 대출에 사채까지 손댔지만, 경영난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아내마저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세상을 떠나버렸다. 희망을 잃은 이 씨는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아픈 어머니와 대학생 아들 남아있는데 빚더미

현재 낡은 구옥에 이 씨와 어머니, 대학생 아들 세 가족이 함께 거주하고 있다. 3년 전 아내와 사별 후 사업을 접은 이 씨는 기술보증기금 1억원, 은행 대출 6천만원, 4금융권 대출 1천500만원, 세금 및 카드 값 2천500만원으로 총 2억원의 부채가 쌓여있다. 파산신청도 고려했으나, 이 씨의 나이가 56세로 근로 능력이 있다고 판단돼 당장 파산 신청도 어려운 상태다.

올해 80세인 이 씨의 어머니는 심장이 약해 심장판막 이식수술을 받았다. 내원을 통한 꾸준한 검진과 약 복용이 필요한 상태지만, 이 씨의 수입은 자동차 배선을 조립하는 자활사업에 참여하며 버는 120만원이 전부다. 이마저도 아픈 어머니의 병원비, 생활비, 공과금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교통비라도 아껴보고자 이 씨는 매일 아침 1시간이 넘는 거리를 걸어 출근길에 나선다.

대학생 아들도 최근 야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이 씨는 아픈 엄마와 바쁜 아빠 밑에서 자라느라 못 챙겨 준 아들이 항상 마음에 걸린다. 이 씨의 유일한 취미는 잠들기 전 핸드폰으로 판타지 소설을 읽는 것이다. 그 순간이나마 힘든 삶을 잠시 잊을 수 있다. 언젠가 본인에게도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 세 가족이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기를 꿈꾸며 이 씨는 하루를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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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금내역]

◆2번의 결혼 실패로 가족들과 떨어져 홀로 살다가 심장병 얻은 서민수 씨에 2,137만원 전달

매일신문 이웃사랑 제작팀은 2번의 결혼 실패 이후 딸들은 집나가고 고물 팔며 생계 유지하다가 심장병 얻은 서민수(매일신문 6월 21일 자 10면)씨에 2천137만3백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구미현대병원 25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달서구약사회 10만원 ▷문심학 15만원 ▷라선희 3만3천원 ▷이병규 2만5천원 ▷신종욱 2만원 ▷조혜란 2만원 ▷김강현 1만1천원 ▷김종식 1만원 ▷박미화 1만원 ▷박홍선 1만원 ▷우종수 1만원 ▷이서영 1만원 ▷이운대 1만원 ▷이현민 1만원 ▷정혜원 1만원 ▷이순덕 5천원 ▷이진기 5천원 ▷조철제 5천원 ▷'따스한햇살' 5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4살 발달장애 아이 돌보며 빚 갚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생계유지하는 이선희 씨에 1,828만원 성금

발달장애로 태어난 미숙아 아이 치료비와 빚 상환 위해 밤낮으로 아르바이트하는 이선희(매일신문 6월 28일 자 10면) 씨에 50개 단체, 148명의 독자가 1천828만8천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화문화장학재단 200만원 ▷DGB대구은행 1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태원전기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다우약품 50만원 ▷㈜태린(박기태) 45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재)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황금치과의원(박철기)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이구팔육(김창화) 10만원 ▷㈜천마자동차전문학원 10만원 ▷㈜태광아이엔씨(박태진) 10만원 ▷김영준치과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시안산업(박찬수)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 10만원 ▷원일산업 10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극동특수중량(김형중) 5만원 ▷다빈치커피대명마루점 5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보성카써비스(김영수)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제이에스테크(김혜숙) 5만원 ▷중앙안과의원(김일경) 5만원 ▷창성공업사(남정복)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국선도풍각수련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대원전설(전홍영) 2만원 ▷서성상회(박형근) 2만원 ▷모두케어(김태휘) 1만원 ▷하나회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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