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구는 스포츠 스타] 세징야 "올해 우승 트로피 1개 이상 목표"

입력 2022-07-07 06:30:00

5월 부상 복귀 이후 곧장 실력 발휘…"팀의 배려 덕분"
"대구 음식점·백화점 가면 팬들 몰려…감사한 마음"
"은퇴 이후엔 한국서 지도자 생활 이어가고파"

프로축구 대구FC의 간판 골잡이 세징야 선수가 27일 오후 수성구 대구FC 클럽하우스에서 매일신문에 창간 76주년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프로축구 대구FC의 간판 골잡이 세징야 선수가 27일 오후 수성구 대구FC 클럽하우스에서 매일신문에 창간 76주년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세징야는 이제 프로축구 대구FC의 살아있는 전설이 됐다. 2016년 입단한 그는 당시 2부 리그(당시 K리그 챌린지)에 있던 대구에서 역사를 써 내려왔다. 2017년 대구의 1부 리그 승격과 2018년 창단 첫 FA컵 우승 등 팀의 성공 뒤에는 언제나 그가 있었다.

대구 소속 선수 최초로 K리그 '50-50클럽'(50득점-50도움)에 가입한 명실상부 '에이스'지만, 단순 공격 포인트로만 세징야를 설명할 순 없다. 수비를 농락하는 개인기와 돌파 능력, 강력한 슈팅은 경기를 순식간에 뒤집을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한다. 특히 지난 5월에는 부상에서 복귀한 직후임에도 실력을 뽐내며 K리그 5월의 선수상을 거머쥐었다.

-K리그 5월의 선수상 수상을 축하한다. 지난 5월 부상에서 복귀하자마자 좋은 폼을 보여줬다.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팀의 배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부상에서 복귀한 이후 훈련을 통해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덕분에 체력적인 준비를 마쳤고, 좋은 컨디션에서 경기할 수 있는 발판 마련할 수 있었다. 동료들의 도움도 컸다.

-대구 생활이 어느덧 7년 차에 접어들었다. 적응을 넘어 편안함을 느낄 것 같다. 요즘 대구에서의 생활은 어떤가?

▶대구 생활은 무척 편하다. 숫자만 바뀔 뿐, 설렘과 흥분은 첫 시즌을 기다릴 때와 똑같다. 2016년 첫 인터뷰에서 "대구에서 새 역사를 쓰고 싶다. 내 존재를 각인시키고 싶다"고 했었는데, 실제로 거의 다 이뤘다고 생각한다. 나름 성공했다고도 자부한다. 주변 사람들과 환경이 매우 좋아서 대구에서 기량을 잘 발휘할 수 있었다.

-축구 외적으로는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나?

▶요즘은 경기를 연달아 치렀기 때문에 바빴다. 그래도 여유가 있을 때는 여행을 가는 것을 좋아한다. 부산이나 제주도처럼 바다가 있는 곳을 선호한다. 관광지를 둘러보기 보다는 축구에 관련된 일은 잊고, 휴식을 취하는 편이다.

-수년간 대구에서 활약하면서 시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외국인이 됐다. 시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느끼게 된 에피소드가 있다면?

▶쉬는 날에는 아내와 함께 대구에 있는 음식점이나 백화점을 가곤 하는데, 걸어 다니지 못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알아봐준다. 사진도 찍어달라고 하고, '대구의 자랑', 'K리그 최고의 선수'라고 칭찬도 해준다. 사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매순간 들어 감사할 따름이다.

-'클럽의 전설'로 남을 세징야의 동상을 세워야 한다는 대구FC 팬들도 많다. 기분이 어떤가?

▶기분 좋은 얘기다. 동상이 만들어지면 굉장히 기쁘고 영광스러울 거고, 팀 역사에 중요하고 필요한 선수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의 기억에 남을 수 있어 의미가 있을 거다. 만약에 정말로 동상이 세워지면, 매일 대팍(DGB대구은행파크)을 찾아가 동상을 바라볼 거 같다.

프로축구 대구FC의 간판 골잡이 세징야 선수가 27일 오후 수성구 대구FC 클럽하우스에서 매일신문 창간 76주년 축하 메시지를 적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프로축구 대구FC의 간판 골잡이 세징야 선수가 27일 오후 수성구 대구FC 클럽하우스에서 매일신문 창간 76주년 축하 메시지를 적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일반 귀화 시험을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고 들었다. 준비 상황은 어떤가?

▶올해 경기 수가 많아 공부는 일시 중단한 상태다. 여유가 생기면 다시 공부를 재개할 것이다. 다만 내가 한국어를 공부하는 것은 오로지 귀화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동료들과 편안하게 소통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지금도 동료들이 많이 도와주고 있다. 한국어로 많은 것을 말할 수는 없지만, 많은 것을 알아듣고 있다.

-지난 5월 강원전에서 50-50클럽 가입이라는 쾌거를 냈다. 대구에서 7시즌간 꾸준히 활약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나?

▶2016년 입단 당시 '대구에서 새 역사를 쓰겠다'는 약속을 매년 이뤄가고 있다. 목표를 달성하면서 스스로를 채찍질하게 됐고, 열심히 동기부여를 하게 됐다. 물론 내 노력뿐 아니라 팀과 동료들의 노력이 있어서 지금의 활약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동료들과 함께 대구의 새 역사를 써 내려가고 싶다.

-알렉산더 가마 감독 부임 초기에 다소 흔들리던 대구가 안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최근에는 무패행진을 이어가면서 지지 않는 팀이 됐다. 가마 감독 체제의 특징은 뭐라고 생각하나?

▶초반은 가마 감독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적응하는 과정이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선수 개인의 기량을 점검하고 팀의 특징을 파악하는 데는 당연히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선수들도 감독의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가마 감독은 동기부여를 하는 능력과 선수들의 위치와 움직임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올해 에드가의 부상으로 새로운 공격수 제카와 '브라질리언 콤비'를 이루게 됐다. 같은 장신 공격수지만 제카는 에드가와 전혀 다른 유형의 공격수로 평가받는다. 달라진 점이 뭐라고 생각하나?

▶에드가와 제카를 비교하는 건 어렵다. 에드가는 모두가 알고 있듯 오랫동안 대구에서 호흡을 맞추며 새로운 역사를 이룬 선수다. 올해 초에 팀에 합류했음에도 제카는 아주 영리해 빠르게 팀에 적응하며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와 K리그에서 활약해주고 있다. 어쨌든 에드가와 함께 맞췄던 호흡을 제카와도 똑같이 하려고 한다. 둘 다 좋은 선수다.

-대구는 홈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원정에선 좀처럼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대구가 홈에서 강한 건 모두 팬들 덕분이다. 선수들은 팬들의 응원을 먹고 산다. 팬들이 '대팍'을 많이 찾아주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들어도 조금이라도 더 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원정 경기에서도 하루빨리 승리를 안겨줄 수 있도록 동료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

프로축구 대구FC의 간판 골잡이 세징야 선수가 27일 오후 수성구 대구FC 클럽하우스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프로축구 대구FC의 간판 골잡이 세징야 선수가 27일 오후 수성구 대구FC 클럽하우스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대구FC에서 선수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올해는 대구FC 창단 20주년이다. 팬들에게 타이틀을 선물하고 싶다. 지난 시즌 우승을 향한 경쟁에서 조금 부족했기 때문에 트로피를 들지 못했지만,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3대회 중 한 개 이상은 우승 트로피를 들고 싶다.

-대구의 입장에서 지금 가장 가까운 타이틀은 FA컵 우승이다.

▶물론이다. 그래도 우리는 2018년 FA컵 우승 트로피를 들었고, 작년에도 결승까지 오른 저력이 있다. 팬들의 응원과 함께 할 때 우리는 항상 좋은 결과를 내왔다. 이번에도 모든 선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올해로 33살이다. 귀화에 성공하고, 선수 은퇴 이후에도 대구와의 인연을 이어갈 생각이 있는지?

▶계속 미래를 설계하는 중이다. 오랜 시간 몸담은 한국에서 더 행복한 날을 맞이하고 싶다. 대구에서 은퇴한 뒤 한국에 거주하며 지도자로 활동하고 싶다. 한국어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물론 대구 생활에 만족하고 있어, 지도자 여부와 관계없이 이곳에서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이다.

-입단 당시 2부 리그에 있던 대구FC도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다. 대구FC와 함께한 추억 중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처음 대구에 왔을 땐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대구는 내가 한국에 처음 와서 함께 성장한 팀이다. 긍정적인 생각과 믿음을 한순간도 잃지 않았고, 실제로 많은 걸 해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역시 FA컵 우승이다. 대구 역사상 첫 우승컵이었고, 또한 결승 1, 2차전에 내가 골을 넣음으로써 팀의 첫 우승에 일조할 수 있어 기뻤다. 경기력도 굉장했고 완벽했던 순간이었다. 앞으로도 대구FC에 있으면서 더 많은 기록을 내고 싶다.

-마지막으로 대구FC 팬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대구는 누구 하나가 잘해서 성적을 내는 팀이 아니다. '함께' 했을 때 강한 면모를 보인다. 올 시즌에도 '대팍'에 많은 팬이 찾아주길 바란다. 그라운드에서 함께 호흡하면 훨씬 더 많은 승리를 쌓을 수 있을 것 같다. 항상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할 수 있게 남은 기간 잘 준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