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근대미술관, 왜 대구여야 하나] 김영동 미술평론가 “대구 포함, 국내 근대미술 유산 사라지기 전에 상설미술관 세워져야”

입력 2022-07-07 06:30:00

"대구는 인구 규모나 역사·문화적 전통 수준에 비해 그동안 미술작품들을 수집·보존할 미술관이 없어 유·무형의 가치가 적잖게 사라졌습니다. 대구는 물론이고 국내 근대미술의 유산이 더이상 산실(散失)돼버리기 전에 상설미술관이 세워져야 합니다."

김영동 미술평론가〈사진〉는 대구가 '근대미술 도시'라는 큰 상징성을 가지려면 국립근대미술관 대구 건립이 꼭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는 근대미술 역사가 길고 미술 자산이 상대적으로 다른 어느 지역보다 많으며 높게 평가되는 도시다. 근대미술을 꽃피운 대구에 국립근대미술관이 세워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라고 했다.

김 미술평론가는 영남대 대학원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했으며 20여 년간 지역 근대미술의 특징을 탐색하는 다양한 기획전시 활동을 펼쳐왔다.

그는 국립근대미술관 건립 논의에 앞서 근대미술 연구에 대한 지자체와 지역민들이 관심이 더욱 높아져야 한다고 했다.

"대구 근대미술에 관한 인식은 지금껏 소수 개별 연구자들의 학구적인 노력으로 조금씩 넓어져 왔습니다. 2009년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대구의 근대미술전'은 당시 최대 규모로, 대구 근대미술인들의 작품을 총망라한 전시였습니다. 규모와 전통의 깊이, 작품의 질적 수준 등 모든 면에서 시민들이 크게 감동했죠. 소수의 연구자 노력이 조금씩 축적된 결과였습니다. 이후에도 수차례 대구 근대미술을 조명하는 전시들이 이어졌지만, 아직 만족할만한 연구 기풍이 조성된 단계까지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는 이어 "지자체가 여론이 발생할 때나 사안이 생길 때마다 일시적으로 외부 명사나 전국적인 인사를 초빙하거나 위탁하는 일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데, 지역 내에서 지속적인 성과를 내며 발전해나가는 연구인력들이 원활히 육성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김 미술평론가는 "기관이 나서서 체계적인 연구를 주도하는 것은 무리지만, 지역 미술에 관한 보존과 연구를 촉진하고 여건을 조성해줄 직·간접적인 사업들을 다양한 형태로 추진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