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택흥 전 더불어민주당 대구 달서구갑 지역위원장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전면 시행 1년 만에 주 40시간제 등 현행 근로시간 제도를 개편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고, 다음 날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라고 하면서 졸속적인 노동시간 개악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산업구조 변화와 인구 고령화 등에 대비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취지를 밝혔지만, 결론은 전면시행 1년 만에 다시 근로시간 연장을 통해 장시간 노동을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현행 제도의 취지와 현실을 무시하고, 후보 시절 윤 대통령이 '주 120시간 발언'으로 국민 공분을 샀음에도 고용노동부가 대통령의 실언을 밀어붙이는 현실이 웃프다.
우리 근로기준법은 주 40시간을 법정 근로시간으로 규정하고, 노동시간 유연화를 위해 주 12시간의 연장근로를 특례로 보장한다.
여기에 탄력적 근로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재량근로제, 간주근로제와 같은 유연근로제도가 있고, 특별연장근로제와 특례업종을 통해 업무량 폭증이나 특수업종의 경우 주 12시간 연장근로를 초과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보완을 전제로 2018년 여야 합의로 '주 40시간 근로시간제'를 법제화한 것은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긴 근로시간을 가진 나라라는 오명을 벗고,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산재 발생률을 줄이고 노동자에게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자는 취지였다.
그나마 4년간 단계적인 시행으로 주 40시간제가 현장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상황에서 발표된 이번 정부안은 노동시간 단축의 취지 자체를 망각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평균 노동시간은 1천928시간으로 OECD 평균(1천500시간대)에 비해 여전히 높은 실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정부 방침을 적용할 경우 산업현장에 혼란과 분쟁만 초래되고, 노동시간 단축의 취지도 국제사회 표준도 모두 잃게 될 것이다.
우선 현행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 근로시간을 '월 단위'로 확대할 경우 월 단위 4.34주에 주 12시간 연장근로를 적용하면 특정 주에는 92시간의 제한 없는 노동이 가능하게 된다. 근로기준법이 노동조합조차 없는 중소 영세사업장에서 최소한의 노동권 보호 장치임을 감안하면 법적 구속력이 없어지는 순간 노동자는 강요된 장시간 노동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실근로 단축과 노동자의 휴식권을 강화하기 위해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통해 업무량이 많을 때 초과근무를 하고, 초과 근로시간을 저축한 뒤 업무량이 적을 때 휴가 등으로 소진토록 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연차휴가조차 자신이 원할 때 사용하기 힘든 중소 영세사업장의 현실을 감안할 때 불가능에 가깝다. 오히려 경영상 여건에 따라 사용자의 요구에 의해 비자발적 휴가를 강요하는 수단으로 기능하게 될 소지가 크다.
정부의 노동시간 개편 주장 명분은 '노동자의 노동시간 단축과 휴식권을 보장한다'는 것이지만, 현실은 중소 영세사업장 노동자의 노동시간 확대와 임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개악안이다. 정부는 노동시간 유연화가 아니라 주 40시간제 안정화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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