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새책] 세계사를 바꾼 커피 이야기

입력 2022-06-23 11:02:34 수정 2022-06-25 06:42:21

우스이 류이치로 지음, 김수경 옮김/ 사람과나무사이 펴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키 150㎝의 커피나무가 프랑스와 유럽사를 바꿨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커피에 매혹돼 있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식용 음료로 군대에 커피를 맨 처음 보급한 이도 바로 나폴레옹이었다고 한다.

나폴레옹은 왜 맛도 없고 색깔도 거무튀튀한 그 독특한 음료에 매료됐던 걸까. 이유는 단순했다. 그에게 커피는 영양분이 거의 없는데도 '왠지 힘이 나게 하는 음료'였기 때문이다.

군대에 대량의 커피를 보급하기 위해선 막대한 예산이 필요했고, 결국 '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나폴레옹은 이를 위해 대단한 추진력을 발휘했다. 프랑스 정부는 그의 명령에 따라 여러 분야의 발명에 상금을 걸고 산업혁명을 독려했다. 직물기계 개량, 인디고 대체용 색소 개발, 새로운 종류의 설탕 제조 등이 대표적이다.

커피는 이처럼 세계를 제패하고 싶은 나폴레옹의 야망과 뒤얽히며 프랑스 산업 전반을 비약적으로 성장시켰다. 나아가 유럽과 전 세계 산업구조를 송두리째 바꾼 '산업혁명'의 근간이 됐다.

또 다른 일화도 있다. 1806년 10월 베를린에 입성한 나폴레옹은 그해 11월 21일 베를린 칙령을 선포해 대륙을 봉쇄했다. 나폴레옹의 '대륙봉쇄'란 대륙을 봉쇄하는 게 아니라 대륙으로부터 바다를 봉쇄하는 것이었다.

천재적 전략가 나폴레옹은 강대국 프로이센의 항복을 받아낸 후 대서양과 지중해에 이어 발트해마저 제압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 해양 봉쇄 조치를 단행했다. 이어 커피 유통을 전면 금지해 서인도제도에서도 자바에서도 커피가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대륙봉쇄령이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커피 유통 금지는 결국 나폴레옹의 멸망을 초래하는 단초가 됐다. 각종 뿌리나 홉을 우려낸 '대용 커피'에 질린 독일인들은 더는 참지 못하고 분연히 일어나 반 나폴레옹 해방전쟁에 참여했다. 이들은 오스트리아, 러시아, 스웨덴 연합군과 함께 라이프치히 전투에서 나폴레옹 군대를 무찔렀다.

도쿄대 명예교수인 지은이는 이 책에서 커피를 둘러싼 세계사의 흐름을 박진감 있게 풀어간다. 전공은 독문학이지만 '아우슈비츠의 커피' 같은 책을 썼을 만큼 지은이의 커피 지식은 깊고도 방대하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커피는 원래 이슬람 수피교도가 욕망을 억제하고 수행에 정진하기 위해 즐겨 마시던 음료였다. 그 독특한 '검은 음료'는 역설적이게도 17세기 유럽 상업자본가와 정치권력자의 들끓는 욕망을 자극하며 유럽과 전 세계 문화를 송두리째 바꿔놓기 시작했다는 게 지은이의 시각이다.

아라비아의 커피는 바다 건너 영국 '커피하우스'를 통해 전파됐다. 영국 런던에 최초의 커피하우스가 문을 연 때는 1652년이었다. 이후 성장을 거듭해 60여 년이 지난 1714년이 됐을 땐 런던에만 커피하우스가 8천여 곳에 달할 정도였다.

하지만 25년 뒤인 1739년엔 551곳으로 급격히 줄어들며 쇠퇴하기 시작한다. 그 원인은 여성의 출입을 배제했기 때문이라는 게 지은이의 생각이다. "남녀 모두의 동의를 얻는 데 실패한 문화는 결국 쇠퇴한다"는 식의, 지은이의 역사적 통찰이 책 곳곳에서 빛난다. 329쪽, 1만8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