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윤하 시인
절벽은 위에서 내려보면 오금이 저리고 밑에서 올려보면 까마득하다. 설악산 천불동 절벽 풍경은 그런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룬다.
절벽과 인구, 특히 지방의 인구문제를 결합하면 부정의 양극단으로 치닫는다. 전후 세대에게 주어진 과제는 산아 제한과 산업화에 따른 고급 인력충원이었다. 그래서 교육은 출세의 지름길이었고 대학은 필수코스가 되어 공급이 폭증했다.
1970년대 출생자수에 비해 현재 출생자수는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인구증가의 변곡점이 왔으나 국민의식은 변하지 않았다. 고급 일자리는 줄었고 실업은 늘었고 노동 경시 현상은 심해져 기업은 인력이 부족하다. 고학력의 청년은 실업으로 경제적 독립을 하지 못하고 자존감이 떨어져 인구 절벽은 가속화되고 산업의 미래는 불투명해졌다. 20년 전 미래의 예상 실패를 극복하려면 지금 20년 후의 상황을 예상하고 대비해야 한다. 이 문제를 복지로 해결하는 것은 입안의 사탕일 뿐이다.
인구 절벽은 학교의 폐교로 이어져 교사와 교수와 교육산업의 직업군도 절벽이다. 수도권 쏠림현상도 지방에는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교육의 인식변화와 친 산업 환경을 만들고 노동의 편견을 깨고 노동 권력의 유연성과 지역의 균형 발전을 이루는 것이 인구 절벽의 한 해법이 될 것이다.
대학이 학생을 모시는 시대이다. 대학경력도 이제 출세의 요인이 되지 못한다. 가령 9급 공무원은 고졸 대상의 직업인데 지금은 대학 졸업 후 다시 공시(공무원 시험) 준비생이 된다. 이 얼마나 비효율적인가. '대학 먼저'가 아니라 '하고 싶은 일 먼저'이며 '대학은 선택'이어야 한다. 어른들이 먼저 유연하게 교육과 노동 인식을 변환해야 한다.
서울의 유명 미대 대학원을 나와 보석 디자이너로 일하던 한 청년이 있었다. 그는 경제적 이유로 자존심을 접고 30대 중반에 목수 일용직 근로자의 길로 들어섰다. 3년 만에 기술자 대접을 받게 된 그는 목수 인력사업을 시작했고, 어느덧 자신감 넘치는 사업가가 되었다.
이 일화는 고학력 인생의 낭비를 줄이고, 무섭게 떨어지는 생산인구를 회복할 수 있는 하나의 해결책을 던져준다. 개인의 경제적 자립이 절벽을 뛰어넘을 키워드다.
과도한 사교육비는 아이와 부모를 악순환으로 밀어 넣고, 사회도 여전히 불안한 '팬덤 현상'에 빠져있다. 지식 교육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책임질 교육으로 미래의 자긍심 높은 젊은이로 키우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효과적 방안의 하나로 색동회의 주요 활동인 '동화구연'을 권장한다. 어린이들이 책을 좋아하게 되고 논리적 사고와 창조적 상상력과 사회적 인간관계 등, '인생'을 재미있게 터득할 것이다.
절벽의 회복과 극복은 객관적으로 접근하면 결코 미학이 될 수 없다. 천불동 계곡을 관광하지 말고 직접 오금 저리며 내려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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