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피살 공무원 묻는 유엔에…문재인 정부 "국가보안법에 따라 월북 처벌 가능"

입력 2022-06-21 08:02:00

재발방지책으로는 남북 간 통신선 필요성 언급하기도

2020년 9월 북한군이 피살한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대준 씨의 아내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전날 대통령실과 해양경찰이 발표한 이른바
2020년 9월 북한군이 피살한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대준 씨의 아내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전날 대통령실과 해양경찰이 발표한 이른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해 피살 공무원 이대준 씨의 사고경위를 묻는 유엔의 공식 질의에 문재인 정부가 국가보안법을 들어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월북은 처벌할 수 있다"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유엔은 2020년 11월 정부에 공식 서한을 보내 "한국 정부는 이 씨가 월북했다고 밝혔는데, 그렇다면 현행법에 따라 범죄가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월북만으로는 엄밀히 범죄가 아니지만, 국가보안법에 따르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월북했다면 처벌 가능하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보안법 제 6조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의 지배 하에 있는 지역으로부터 잠입하거나 그 지역으로 탈출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를 근거로 들었다.

또 유엔은 "유족은 사건 관련 조사가 월북 증거를 찾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느끼며, 고인이 구명조끼와 부유물을 갖고 있고 숙련된 항해사라는 이유만으로 희생자를 월북자로 낙인 찍었다는 점에서 매우 불만을 갖고 있다"며 "한국 정부는 고인이 상당한 빚을 지고 있었다는 점을 월북의 동기로 내세우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실종이나 사망 사건에선 '왜'와 '어떻게'가 조사의 중요한 부분"이라며 "해경은 유족이 제기한 사망 원인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정부가 왜 여러 가능성 중 '월북'이라고 결론지었는지 근거는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정부는 유엔의 재발방지책을 묻는 질문에 재발 방지책과 관련해 남북 간 통신선의 필요성만 여섯 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이런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남북 간 군 통신선을 재건해야 한다"거나 "북측에 통신선 재개와 합동 조사를 제안했다"면서다. 또 정부는 다른 재발 방지책으로 어업지도선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폐쇄회로(CC)TV 등 안전장치 보강, 선원들에게 GPS 위치 추적 장치 배포, 야간 시간 선원 위치 추적 시스템 등을 거론했다. 이 역시 사실상 이 씨의 월북을 전제로 한 행적 추적 등 사후 대응에 더 초점을 맞췄다는 지적이다.

유엔은 "정부가 이 씨의 월북 여부와 관련한 조사 결과를 유족에게 상세히 공유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비공개 대상 정보)를 첨부하며 "진행 중인 수사 관련 사항은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지난해 11월 법원은 국가안보실과 해경을 향해 "유족에게 군 기밀 외 정보를 제공하라"고 판결, 이 씨 사건에 해당 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봤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항소하며 판결에 불복했고, 윤석열 정부가 이를 취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