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갑질'로 투신, 대구소방 사건 1년…갑질 대책 마련했나?

입력 2022-06-20 15:51:11 수정 2022-06-20 21:29:45

지난해 6월 대구 소방관 직장 내 괴롭힘으로 투신
소방본부, 갑질행위 실태조사 및 갑질신고 센터 등 대책
일부 소방관 "여전한 위계문화, 보복 두려움 커 신고 기피"

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사진. 지난해 대구 달서구 이월드 주차장에서 열린 대구소방안전본부 주최
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사진. 지난해 대구 달서구 이월드 주차장에서 열린 대구소방안전본부 주최 '2021년 화재진압 분야 소방기술경연대회'에서 속도 방수 부문에 참가한 소방대원들의 모습. 매일신문DB

지난해 직장 내 갑질로 인한 대구 소방관이 투신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소방당국이 '갑질 대책'을 마련했지만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일선 소방관들은 갑질 대책이 피부에 와닿지 않고 피해 신고제도 보복이 두려워 꺼려진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6월 중부소방서 소속 소방관 A씨가 직장 내 괴롭힘을 이유로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일이 발생했다. 다행히 A씨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으나 조사 결과 A씨는 직장상사 B씨에게 괴롭힘을 당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안전본부는 A씨와 B씨를 분리조치하고 B씨에 대한 엄중 주의 조치와 함께 교육 이수 명령 등을 내렸다.

소방본부는 해당 사건 이후 갑질 근절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7월부터 반기별로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갑질행위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갑질 사례집이나 카드 뉴스 등을 제작해 배포했다.

소방본부는 '민·관 갑질피해 신고지원센터'와 '익명신고센터'를 동시에 운영하며 접수된 사건에 대해서도 조사에 나섰다. 소방본부에 따르면 최근까지 익명신고센터에 접수된 갑질 신고는 모두 23건이다.

하지만 일선 소방관들은 갑질 대책을 체감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갑질 실태조사나 캠페인 등에도 여전히 위계 문화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대구의 한 소방 관계자는 "지난해 중부소방서 사건 이후에도 크고 작은 갑질 사건이 있었지만 크게 회자되는 것 없이 조용하게 넘어갔다"며 "갑질을 당하는 사람보다 하는 사람들의 직급이 더 높다보니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놨다.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나 갑질 증언 확보의 어려움으로 선뜻 나서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신고센터와 달리 민·관 갑질피해 신고지원센터는 실명제로 운영되다보니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접수된 신고 건수는 0건으로 파악됐다.

또 다른 소방 관계자는 "실명이든 익명이든 신고센터에 올리려면 객관적인 증언이 있어야 하는데, 인사에 불이익이 생길까봐 겁이 나서 못하겠다"며 "신고 후에도 가해자와 현장에서 마주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입을 닫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소방본부는 허술한 분리조치와 인사 불이익은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대구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갑질 신고가 접수되면 조사 후 가해자와 피해자가 마주칠 수 없도록 근무지를 변경한다"며 "익명 신고는 조사팀도 누가 작성했는지 알지 못하기에 인사상 불이익이 있을 수가 없다. 갑질 실태조사 이후 갑질 개선 반응도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