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거주 미등록 외국인 '아동' 190여명 추정
지난 2월 법무부 6~7년으로 체류 조건 완화
여전히 제도 밖에 남은 미등록 외국인 아동들
190여명.
대구에 거주하고 있는 미등록 외국인 '아동'에 관한 추정치다. 미등록 외국인과 그들이 낳은 자녀가 몇 명인지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는다. 부모들이 출생 신고나 외국인 등록을 하지 못해 '있지만 없는 아이'로 살아간다.
다만 무국적자를 대상으로 한 무료국가예방접종을 통해 지역 보건소에서 발급한 임시등록번호로 그 규모를 가늠해볼 수 있다.지난해 대구 전체 보건소에서 발급한 임시등록번호가 191명(일부 성인 포함)이었다.
한국에 있는 미등록 외국인에게는 '체류자격'이 절실하다. 특히 교육, 의료 지원이 필요한 어린 자녀를 둔 이들에게 더욱 그렇다. 이들은 건강보험적용을 받지 못해 수백만원이 넘는 의료비를 내야하고 정부의 양육수당, 보육비 지원에도 소외된다.
지난 2월 법무부는 국내에 거주하는 미등록 외국인 아동에 대한 체류자격을 확대했다. 기존 미등록 외국인 아동이 체류자격을 받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태어나 15년 이상 살면서 학교에 재학 또는 졸업해야 했다. 이제는 6~7년만 한국에서 살면서 학교에 다니면 체류자격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6세 이하 아동이 혜택에서 제외되고 부모에게 최대 3천만원의 범칙금을 요구하면서 제도의 실효성에 관한 비판도 거세다. 범칙금 때문에 자녀의 '등록'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지원이 절실한 6세 이하 아동이 오히려 제도 밖으로 밀려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범칙금 때문에 계속 숨어 살아요"
몽골에서 온 미등록 외국인 나라(44) 씨의 딸(16)은 수학을 좋아한다. 모르는 수학 문제가 생기면 엄마에게 묻지만 한국 교육제도에 대해 전혀 알 길이 없는 나라 씨는 매번 "학교 선생님께 가서 물어보라"며 자리를 피한다. 나라 씨가 느끼는 자괴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아이의 학년이 높아질수록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가 더욱 벅찼다. 특히 코로나19가 심했던 지난 2년은 더 힘들었다. 외국인 등록번호가 없다 보니 원격수업을 위한 온라인 사이트 가입이 불가능했다.
보호자 동의가 필요한 아이에게 미등록 외국인 부모는 '보호자'로 나설 권리조차 없었다. 나라 씨 역시 휴대전화도 한국 지인의 명의를 빌려 사용하는 처지다. 담임 교사의 도움 끝에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됐지만 당시만 생각하면 아직까지 분통이 터진다.
그는 "'다른 친구들은 공부하는데 나는 왜 못해'라는 아이의 말에 가슴이 찢어졌다. 한국에서 부모들이 생활이 어려운 건 괜찮지만 아이들까지 불편함을 겪게 해줘야 하는 게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법무부의 체류자격 확대로 미등록 외국인인 부모도 불법체류에 대한 범칙금을 납부하면 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임시체류자격(G-1)을 부여 받을 수 있다. 다만 불법 체류 기간이 늘어날수록 내야 하는 범칙금도 최대 3천만원으로 늘어난다.
2005년 한국에 온 나라 씨가 내야 할 범칙금은 1천만원. 공장과 농사일을 주로 하는 미등록 외국인에게는 버거운 금액이다. 지역 내 거주하는 대다수 미등록 외국인 부모의 상황도 비슷하다. 한 해 평균 부과되는 범칙금은 700만원 선이다.
나라 씨는 "우리 아이 한국에서 원하는 공부 다 시켜주고 싶어서 출입국사무소에 갔더니 범칙금을 내라고 했다. 우리 집은 돈이 없다. 남편과 매일 공장과 농사일을 오가며 돈을 번다. 1천만원을 어떻게 마련하겠나. 우린 계속 숨어 살 수밖에 없다"고 눈물을 흘렸다.
◆4살 딸 치료비에 우는 베트남인 레티하(40) 씨
베트남에서 온 레티하 씨는 4년 전 한국에서 힘들게 아이를 낳았다. 미등록 외국인이라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았던 탓에 임신 초기부터 출산까지 지불해야 하는 '돈'이 그를 괴롭혔다. 생활고를 겪던 그는 아이의 예방접종과 기초검진을 포기했고 결국 아이는 폐렴에 걸리고 말았다.
그는 "수백만원에 달하는 치료비를 아직 갚지 못해 병원에서 매일 독촉 전화가 온다"며 "돈을 내지 않으면 출입국사무소에 신고해버리겠다는 말에 가슴은 철렁 내려앉는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국내에서 아동을 키우는 다수의 미등록 외국인 부모는 '병원비 마련'이 아동 양육에서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했다. 미등록 외국인이라 의료보험을 전혀 적용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등록 외국인의 공적 의료비 지원을 돕는 정부 제도가 있지만 이마저도 금세 바닥이 나고 만다.
부족한 통역 서비스도 '아동의 치료받을 권리'를 가로막는다. 아이가 아파도 한국어 소통이 어려운 미등록 외국인 부모는 병원을 쉽게 찾지 못한다. 이주민건강권 실현을 위한 단체 '동행'이 지난해 대구경북에 거주하는 미등록 외국인 3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157명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한다고 답했고, 이 중 66명이 '통역이 없다'는 이유로 병원을 찾지 못했다.
대구성서공단노동조합 노동상담소 관계자는 "대구시가 제공하는 통역 서비스는 일본어, 중국어 위주의 관광 목적으로 제공된다. 이주 외국인들을 위한 동남아시아 권역의 통역 서비스는 부족하다"며 "막상 진료받기 위해 병원에 가면 어느 부서를 찾아야 하는지 모를 뿐만 아니라 의사에게 증상을 제대로 설명조차 못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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