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27년까지 가공 전용 쌀 '분질미'로 밀가루 10% 대체"

입력 2022-06-09 12:33:43

정황근 장관 '분질미 활용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 발표
정부 "쌀 공급과잉 해소·식량안보 제고 기대" 분질미 연간 20만t 공급
식량 자급률 45.8%→52.5%, 밀 자급률 0.8%→ 7.9% 목표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분질미를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쉽게 가루로 만들 수 있는 가공 전용 쌀 종류인 분질미(粉質米)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밀가루 수요를 분질미로 대체하고자 추진하는 것으로, 밀의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쌀 공급과잉 문제도 동시에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9일 이러한 내용의 '분질미를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분질미는 가루로 가공하기 쉬운 쌀의 종류로,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수원542', '바로미2' 등의 품종이 있다.

일반 쌀은 전분 구조가 밀착돼 있고 단단하기 때문에 가루로 만들려면 물에 불린 후 건조·제분하는 '습식제분'을 해야 한다.

반면 분질미는 밀처럼 전분 구조가 둥글고 성글게 배열돼 있어 건식 제분이 가능하기 때문에 습식제분보다 비용이 낮고 전분 손상도 적어 밀가루를 대체하기에 유리하고 대량생산에 적합하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오는 2027년까지 연간 밀가루 수요의 10%에 해당하는 20만톤(t)을 분질미로 대체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식량 자급률을 현재 45.8%에서 52.5%로 올린다는 계획이다.

세부 주요 정책과제로는 ▷안정적 분질미 원료 공급체계 마련 ▷산업화 지원 ▷쌀 가공식품 소비기반 확대를 설정했다.

구체적으로 2027년까지 일반 벼 재배면적 4만2천㏊(헥타르)를 분질미 재배지로 바꾼다.

올해는 기존 분질미 재배농가, 농진청의 시험포장 등을 활용해 분질미 재배면적을 작년의 4배 수준인 100㏊로 늘린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공익직불제 내에 '전략직불제' 항목 신설을 추진해 참여 농가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밀 전문 생산단지를 중심으로 밀·분질미 이모작을 유도해 분질미 재배를 확대한다.

정부는 정책 초기에는 분질미가 시장에 잘 안착되도록 유도하기 위해 유통 과정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매년 농가들과 분질미 매입 계약을 맺고 해당 물량을 공공비축미로 보관한 이후 밀가루를 분질미로 대체하고자 하는 업체에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농가에서 분질미를 수매해 수요처에 직접 공급하는 만큼 가격과 공급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쌀가루를 활용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식품기업 등 수요처와의 협력에도 나선다.

올해는 분질미와 쌀가루 1t을 CJ제일제당, 농심미분 등에 제공하며 내년에는 물량을 약 100t까지 늘릴 계획이다.

해당 업체에서는 이 물량으로 분질미의 가공 적합도를 평가하고 레시피를 개발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식품업계에서는 케이크, 과자류, 밀가루 함량이 낮은 어묵, 소시지 등은 분질미 쌀가루만으로 제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면 등 면류, 식빵 등 발효빵류, 튀김가루 등 분말류, 만두피 등은 분질미 쌀가루와 밀가루를 혼합해 제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분질미의 소비 기반을 다지기 위해 생산자, 소비자단체, 제분업체, 가공업체 등이 참여하는 가칭 '쌀가루 산업 발전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할 계획이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분질미를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2027년까지 쌀 가공산업의 시장 규모를 현재의 7조3천억원에서 10조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같은 기간 식량 자급률은 45.8%에서 52.5%로, 밀 자급률은 0.8%에서 7.9%로 각각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전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개인적으로 최근 몇 년간 관심을 가져온 주제인 만큼 취임 후 처음으로 하게 된 정책 발표"라며 "엄청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최근 기상이변 등으로 식량안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매우 크다"면서 "이번 대책으로 안정적인 분질미 공급·소비체계를 구축해 쌀 가공산업을 육성하고 밀·쌀의 이모작을 활성화해 식량 자급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최근 식품물가 상승과 관련 대책에 대해선 "국내 농산물 물가로만 보면 지난달까지 하향하는 추세였고 지금의 물가상승은 대체로 외부요인에 의한 것"이라며 "이번 추가경정예산에 사료구매자금 지원 규모를 늘리고 밀가루 가격 인상률을 보조하는 내용이 반영되는 등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을 모두 동원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최근 가뭄 때문에 마늘과 양파의 생육이 부진한 상황인데 농협 등 유통업체와 이와 관련해 수시로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장관은 지난해 정부가 쌀 27만t을 매입해 시장에서 격리했음에도 최근에 가격이 계속 내려가고 있는 만큼 추가로 매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현장에서 쌀이 100% 격리되려면 내달 말 정도는 돼야 할 것"이라며 "추이를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