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몰락 이유는? 대구 자사고 4곳 중 1곳만…대건고 자사고 지정 취소 신청

입력 2022-06-09 16:54:03 수정 2022-06-10 00:17:08

대건고, 지난 8일 대구시교육청에 자사고 취소 신청 넣어
학령인구 감소, 일반고 전환 추진 등 교육 환경 변화로 신입생 모집 점점 어려워져
지정 취소하려면 교육부 동의까지 받아야, 오는 8월 중 취소 여부 결정될 예정

대구 대건고 전경. 매일신문DB
대구 대건고 전경. 매일신문DB

대구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가 존폐 기로에 섰다. 2010년 첫 인가 이후 4곳까지 늘었던 자사고가 1곳까지 줄어든 상황에 놓였다. 현재 남은 2곳 가운데 1곳인 대건고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신입생 모집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최근 자사고 지정 취소에 나선 것.

9일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대건고가 지난 8일 시교육청에 자사고 지정 취소 신청을 했다. 현재 대구의 자사고는 계성고를 포함해 두 곳이다. 앞서 경신고와 경일여고가 각각 2017년과 2019년 자사고 지정을 취소했다.

대건고의 이번 결정에는 최근 몇 년 간 이어진 경쟁률 하락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7학년도에 1.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나, 2018학년도 경쟁률이 0.72대 1로 떨어졌다.

이후 2019~2022년 사이 1대 1→ 0.79대 1→ 0.78대 1→ 0.66대 1로, 경쟁률이 떨어졌다. 이 기간 모집인원을 320명에서 300명(2021학년도 이후)으로 줄였지만, 하락세를 막지 못했다.

대구의 자사고가 위기를 맞게 된 원인은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정책과 더불어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신입생 모집의 어려움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이들 광역단위 자사고는 대구 안에서만 신입생을 모집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일반고로 전환하면 별도의 모집이 필요없고, 시교육청에서 희망 배정을 하기 때문에 학생 모집의 어려움을 덜 수 있다.

아울러 교육과정 개편으로 자사고만의 이점이 약해진 가운데 고교 무상교육이 전면적으로 이뤄지면서 학비 부담이 큰 자사고를 외면하는 경향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나타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박규장 대건고 교장은 "2015년 개정교육과정과 공동교육과정 실시 이후 학교 간 교육과정의 차별성이 약화됐다. 또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의 간소화와 대입 시 고교 정보 블라인드 처리 등 자사고만의 장점을 발휘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고교 전면 무상교육이 실시되고, 특히 지난 12년 간 대구에서 중3 학생수가 43% 감소하는 등 학령인구가 감소해 지역에서 신입생 모집이 더 어려워 질 것"이라고 했다.

대건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 여부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오는 8월 중 결정될 예정이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시교육청이 법인 이사장과 학교 교장을 대상으로 취소 이유와 취지 등을 물어보는 청문 절차를 진행하는 등 내부 검토를 마친 뒤 교육부 동의를 받아야 지정 취소가 최종적으로 마무리된다"며 "지정 취소 신청의 최종 결과는 오는 8월 중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