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어떻게 지내는지…먹고살기 바빠 진작 알아보지 못한 게 아쉬움과 한으로 남아"
저는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던 사람입니다. 1967년에 조국으로 돌아와 2년 뒤 소령으로 전역했으니 벌써 50년도 넘게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 동안 베트남 전장을 누비던 청년 장교는 아흔 살 노인이 되어 당시 전우들을 그리워합니다.
당시 저는 십자성부대 운용처에 소속돼 있었습니다. 전쟁 속에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당시 운용처장이었던 임치수 중령님과 운용처 처장 보좌관이었던 김만성 소령님이 많이 생각납니다.
임 중령님은 제가 아는 한 부하를 아끼는 것에는 최고였던 분이었습니다. 부대가 적에게 기습을 당했을 때였습니다. 열심히 싸웠지만 결국 철수해야 하는 상황이었지요. 그 때 임 중령님은 군용 차량 위로 올라가 권총으로 엄호하며 부하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리셨죠.
그 덕분에 저를 비롯한 임 중령님의 부하들은 안전하게 철수할 수 있었습니다. 무수히 쏟아지는 총탄에도 두려워하지 않으시고 어떻게든 부하들의 안전을 챙기신 임 중령님의 모습은 지금도 머릿속에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러고보면 저 또한 임 중령님의 총애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 운용처에서 근무하는 1년 동안 많은 사랑을 주셨음을 느낄 수 있었지요. 또 임 중령님이 사령부 비서실장으로 임명될 당시 저를 함께 일할 부하로 추천하셨었지요. 그래서 함께 일할 수 있어 저는 항상 고마움을 품고 있었습니다.
저 또한 임 중령님이 아껴주신 데 대한 보답으로 열심히 일했습니다. 비서실에서 맡은 업무가 돈을 담당하는 부분이었는데 이건 저를 믿지 않으면 맡길 수 없는 업무지요. 그래서 저 또한 정직하고 성실하게 업무에 임했습니다.
그리고 김 소령님 또한 그 용맹함과 솔선수범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분이었습니다. 미군 차량부대가 기습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김 소령님은 바로 "도와주러 가야 한다"고 주장했고, 결국 우리 부대가 이를 지원하러 갔었습니다. 격전 끝에 우리는 기습으로 부상당한 미군들을 무사히 데려올 수 있었습니다. 이동병원으로 후송되는 과정까지 모두 챙겼던 김 소령님을 미군들은 너무 고마워했지요.
그렇게 베트남에서의 치열했던 전투를 뒤로하고 저는 1967년 귀환했습니다. 이후 2년을 더 복무하다 1969년에 소령으로 전역하고는 지금까지 그 때 운용처 식구들의 따뜻한 정을 기억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먹고 살기 바빠서 당시 같이 근무했던 사람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전혀 알아보지 못한 게 지금은 아쉬움과 한으로 남습니다.
누구는 결국 돌아와서 유명을 달리했다는 소식도 있고 누구는 전쟁 이후에도 승승장구해 장군까지 됐다는 이야기도 들리지만 다 멀리서 건너건너 전해들은 소식일 뿐, 직접 연락한다거나 만나서 들은 일은 없었습니다.
당시 전우들과 함께했던 추억이 담긴 낡은 앨범을 펼쳐봅니다. 흑백 사진 속 많은 전우들은 웃고 있네요. 이들도 모두 저와 같이 나이들어 그 시절을 추억하고 있을까요. 그 시절 전우들을 떠올리다 보면 어떤 때엔 가슴이 시리도록 아파오기도 합니다. 다들 어디에 계신지요.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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