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반려동물 인구 1천500만 명 시대의 책임감

입력 2022-06-03 13:44:11 수정 2022-06-03 19:14:37

김경호 신나는체험학교 대표

김경호 신나는체험학교 대표
김경호 신나는체험학교 대표

경북 의성군으로부터 반려동물과 가족을 위한 캠핑장과 쉼터를 위탁받아 1년째 운영하고 있는 필자는 평소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았다. 다만, 2년 전에 지인으로부터 입양한 새끼 고양이 때문에 어쭙잖게 펫팸(펫+패밀리)족이 되었다. 자발적이든 타의적이든 반려동물의 양육은 그가 주는 즐거움과 함께 책임이 필요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보통 반려동물의 평균 수명은 15년 정도 된다. '과연 15년 동안 양육의 책임을 다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조차 없이 시작한 필자의 양육이었다. 당장 지인의 고통을 해소해 주기 위해 떠맡은 의무이자 책임이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나니, 정도 들고 필자를 따르는 고양이를 위해 정성을 들이고, 또 아프면 병원을 먼저 찾게 되었다.

수년 전에 유럽에서 살 때 신기한 광경 하나가 생각난다. 밤 11시가 넘어 무심코 아파트를 내려다보는데, 양복을 입은 노신사가 택시에서 내리더니 허겁지겁 현관으로 들어섰다. 평소 안면이 있어 의아스럽게 생각하며 계속 아파트 현관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키우던 개와 함께 현관을 나섰다. 그제서야 그 노신사의 허둥대는 모습이 이해가 되었다. 반려견을 하루 두 번 30분 이상 산책을 안 시키면 동물 학대가 되어 동물 소유권이 박탈되거나 벌금을 내는 그 나라의 제도 때문이었다.

내친김에 유럽의 반려동물 제도를 몇몇 나라 중심으로 간략하게 소개한다.

▷독일-2002년에 독일 헌법에 '동물권'이 명시되었다. 반려동물 매매 금지, 반드시 온 가족의 동의서를 받아 유기동물센터에서 분양받아야 한다. 수의사가 가정을 방문해 출생신고를 하고 연간 15만원가량의 세금을 낸다. 또 내장 칩에 의한 식별번호를 부여받는다. 식당, 옷가게, 일용품 매장 등 어느 곳이든 출입이 가능하다. 대중교통비도 따로 낸다. 대개 아이들 교통비와 같다. 만일 목줄 없이 반려견을 산책시키면 무려 5천 유로(한화 700만 원)의 벌금을 각오해야 한다.

▷영국-출생 시 수의사의 감정서가 필요하며 양육 시에는 펫놀이터에 맡겨서 넓고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다른 동물들과 함께 놀고 교감하는 펫티켓 훈련을 받아야 한다. 유기 동물 입양률은 90%이며 안락사가 없다. 우리는 입양률 30%에 안락사 비율이 50%이다. 만일 개를 죽이면 24개월 징역형에 평생 개를 키우지 못한다.

▷오스트리아-반려동물을 키우려면 '동물 등록' '납세' '손해배상보험 가입' 등 세 가지 의무를 다해야 한다. 동물 등록을 통해 유기견을 줄이고 세금은 첫째 강아지는 연간 72유로(한화 10만 원), 둘째 강아지는 105유로(한화 14만 원)가량을 낸다. 손해배상보험은 크게 건강보험과 사고 시 손해배상보험으로 나뉜다.

▷프랑스-사람과 동물의 선을 분명히 해 동물보다는 사람 위주의 제도를 취한다. 대부분의 공공시설, 공원 등에는 개의 출입을 금한다. 반려견의 사람에 대한 공격을 원천 차단한다. 다만 반려견 공원이 따로 있지만 목줄을 의무화하며 위반 시 20만 원의 벌금을 낸다. 길거리 쓰레기통엔 배변용 봉투가 마련되어 있고, 만일 배변 미처리 시 한화 6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반려견의 장례 문화는 사람과 같이 공동묘지에 묻는다.

유럽의 이러한 엄격한 의무 조항에는 '골치가 아프면 키우지 말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즉, 책임을 다 못 하면 아예 시작하지 말라는 메시지이다. 국내 반려동물의 양육 포기가 30%인 만큼 우리의 반려동물 문화도 '무한 책임' 다짐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