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인디음악의 심장 ‘클럽 헤비’

입력 2022-06-01 15:14:01 수정 2022-06-02 08:53:28

27년 된 대구 최장수 라이브 공연장 자리매김
올해부터 매년 컴필레이션 앨범 제작…뮤지션 알릴 터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뮤지션 전지혜 씨가 27일 오후 대구 남구 클럽 헤비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김도훈 기자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뮤지션 전지혜 씨가 27일 오후 대구 남구 클럽 헤비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김도훈 기자

지난달 27일 대구 남구 공연장 '클럽 헤비'. 오후 7시가 되자 이곳에선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뮤지션 윤효준‧전지혜‧이갱호의 무대가 펼쳐졌다. 10명 남짓한 관객이 전부였지만, 연주는 진지했고 박수는 뜨거웠다.

이곳에서 만난 다른(활동명·51) 씨는 윤효준 씨와 전지혜 씨의 연주를 보기 위해 헤비를 찾았다고 했다. 그는 몇 년 전쯤 인디 음악에 관심이 생기면서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밴드 마쌀리나를 알게 됐고, 이 밴드에서 보컬과 기타를 담당하는 윤효준의 팬이 됐다. 전지혜는 윤효준의 공연을 보러 갔다가 알게 됐다. 다른 씨는 "헤비 방문은 이번이 2번째다. 처음엔 젊은 사람들이 너무 많을까봐 걱정했는데,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헤비를 좀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26년간 2천600회 공연 선봬

'26년 4개월, 2천600여 회 공연.'

클럽 헤비의 상징성을 대변하는 수치다. 밴드 '87댄스'는 지난 4월 전국 투어를 하며 클럽 헤비에서 공연했다. 2022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 음반 부문을 수상한 밴드 '아톰뮤직하트'도 최근 클럽 헤비 무대에 올랐다. 그밖에도 이승환, 장기하와 얼굴들, 국카스텐, 크라잉넛, 노브레인. 언니네이발관. 검정치마 등이 이곳을 거쳐 갔다. 전국을 돌며 소규모 클럽공연을 하는 뮤지션 가운데 클럽 헤비 무대를 경험하지 않은 이를 찾는 게 더 빠를 정도다. 여기엔 '헤비누나'로 불리는 신해원 클럽 헤비 대표의 노력이 담겨 있다.

클럽 헤비는 1994년 영상과 음악을 틀어주는 '헤비네'란 이름의 술집으로 시작했다. 신 대표는 이곳을 드나들던 손님이었다. 1996년 주말마다 공연을 열며 본격적으로 클럽 모습을 갖춰갈 무렵부터 신 대표는 옆에서 일을 도왔고, 함께 일하던 이들이 하나 둘 떠나며 이곳을 인수하게 됐다. 1999년쯤의 일이다.

1996년을 원년으로 보자면 올해로 27년째다. 1990년대 서울 홍대 앞을 중심으로 밴드를 위한 공연장이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전국에 많은 클럽이 탄생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도 지금껏 명맥을 이어온 곳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클럽 헤비에선 매년 100~120회 정도 공연이 열린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 3월부터 11월까지 휴업한 것을 제외하면 거의 매주 2차례 이상 기획공연을 선보였다. 이 가운데 최소 1차례는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뮤지션이 무대에 올랐다. 클럽 헤비가 갖는 상징성이다.

27일 신해원 클럽 헤비 대표가 공연에 앞서 음향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김도훈 기자
27일 신해원 클럽 헤비 대표가 공연에 앞서 음향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김도훈 기자

◆매년 앨범 제작해 뮤지션 알릴 터

지난 2016년엔 전국의 26개 팀이 함께 모여 클럽 헤비 20주년을 기념하는 앨범을 만들고 기념공연을 선보여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다.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팀은 물론 헤비와 인연이 있는 다른 지역 팀도 여럿 참여하고, 클럽 헤비 팬들의 후원금과 소셜 펀딩을 통해 제작비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신 대표는 "대구에서 활동하는 한 밴드의 제안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참여한 모든 팀이 헤비를 위해 기꺼이 신곡 혹은 기존곡을 편곡해서 음원을 만들어줬고, 헤비를 사랑하는 이들의 응원으로 제작비 전액을 마련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매우 감동적인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클럽 헤비를 아끼는 팬들과 뮤지션이 있어 20년이 넘는 세월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앞으로도 지금처럼 매주 쉼없는 공연을 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신 대표는 올해 '클럽 헤비 컴필레이션 앨범 제작'으로 대구문화재단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됐다. 예산지원 여부와 상관없이, 올해를 시작으로 매년 1차례씩 컴필레이션 앨범을 제작해 인디뮤지션을 알려 나갈 계획이다.

신 대표는 "'대구 인디신(scene)=클럽 헤비'라는 상징성을 인정받는 것 같아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무게감이 크다"며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재능 있는 뮤지션들의 버팀목으로 오래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