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우 지음/ 브라이트 펴냄
"식물을 키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어요. 최근에 '어, 나는 동물보다 식물을 더 좋아하는구나'라는 확신이 생겨서 그 때부터 식물을 사서 키웠는데, 얼마 못가 다 죽었어요." "식물은 대부분 사랑이 과해서 죽어요." "동생도 '언니, 맨날 쳐다봐서 그래', 그러더라고요."
한 식물상담소 소장은 자신을 찾아온 상담자와 이 같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다음과 같은 글을 써내려갔다.
"간혹 분무기로 잎에 물을 뿌려 식물에 물을 주려는 초보 식집사(식물을 키우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가 있다. 그런데 그건 식물이 물을 흡수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가 오지 않는 실내에서 쌓인 먼지를 제거해 광합성에 도움이 될 수는 있다. (…) 이는 헛된 사랑 표현이다. 차라리 가끔 한 컵의 물을 흙에 뿌려주는 게 낫다. 자주 잎을 닦거나 어루만지는 것도 식물에겐 스트레스가 된다. 만약 식물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이런 종류의 부질없는 사랑 표현만 계속하고 있다면 이건 분명 짝사랑일 거다. 슬픈 결말이 기다리고 있는. (…) 사랑한다며 나 자신을 좀먹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주는 일도 많다. 사랑을 조금 줄여보면 우리 인생에도 관계에도 기다리던 꽃이 필지 모를 일이다."
식물학자인 지은이가 도심에 식물상담소를 열고 2년 넘게 사람들을 만나 나눈 이야기를 담은 산문집이다. 지은이는 2019년 무렵 누구나 와서 식물에 대해 물어볼 수 있는 동네 식물학자로 사람들을 만나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서 상담소를 열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이들이 상담소를 찾았다. 식물에서 인생의 변화를 엿보는 물리학자, 마음을 나눌 친구가 없어 외롭다는 어린이, 열심히 살고 있지만 미래가 불안한 직장인 등 다양한 고민을 가진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지은이는 식물이 품은 이야기를 들려줬고, 상담자들은 그 속에서 인생의 지혜를 찾아나갔다.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식물 이야기를 통해 지식과 지혜를 얻고, 인생의 깨달음을 발견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288쪽, 1만7천원.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