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미사용 학교용지 32곳 중 16곳은 10년 이상 방치
교육부, 미사용 학교용지 지정 해제 요청 가능한 기준 명확히 제시

장기간 방치됐던 대구의 학교 예정지들이 대거 지정 해제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학교 설립을 요구해온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들 학교 용지는 학령인구 감소로 오랜 기간 공터로 남은 탓에 지정이 해제되면 다른 용도로 개발하거나 매각해야 할 처지다.
◆대구 학교용지 8곳 지정 해제 검토
교육부는 최근 '장기 미사용 학교용지 지정 해제요청 기준 및 절차' 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장기간 학교를 짓지 않은 학교용지에 대해 지정을 해제 요청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개발 사업이 준공된 지 5년 이상이거나 주택공급계획 가구 수 중 80% 이상 입주한 경우에도 학교용지를 사용하지 않으면 개발사업자가 학교용지 해제를 요청할 수 있다. 단, 주변에 과밀학급이 있거나 신규 개발사업이 진행될 경우는 예외다.
대구의 경우 미사용 학교용지 32곳 중 10년 이상 사용되지 않은 곳은 모두 16곳이다. 이 중 교육부 기준에 부합해 해제 검토가 예정된 부지는 ▷월배지구 고등학교 ▷옥포지구 유치원, 초등학교, 고등학교 ▷금호지구 유치원 ▷대곡2지구 유치원 ▷칠성지구 초등학교 ▷율하지구 고등학교 등 8곳이다.
문제는 해제 검토가 예정된 용지 중 일부는 학교 설립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거주지를 중심으로 통학구역이 정해지는 초등학교의 경우, 학교 신설을 요구하는 주민 측과 무턱대고 설립을 추진할 수 없는 교육당국 간 갈등이 줄곧 이어져 왔다.
◆칠성지구·옥포지구 주민 반발 예상돼
대구 북구 칠성동2가 일원 1만1천910㎡ 규모의 학교 용지는 원래 초등학교가 설립될 예정이었지만 아파트가 준공된 지 10년이 넘도록 텅 비어있다.
빈 용지와 인접한 1천250가구 규모의 아파트 주민들은 학교설립추진위원회까지 발족해 줄기차게 초등학교 설립을 요구해왔다.
이에 대구시교육청은 "통학거리 1.5㎞ 내에 있는 옥산초교가 학교 수요를 충분히 흡수할 여력이 있어 설립 필요성이 낮다"고 맞서고 있다.
옥포지구 내 2만8천837㎡에 달하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고등학교 용지는 지난 2014년 12월 아파트 준공 이후 6천34가구가 입주를 마쳤지만 여전히 빈터로 남아있다.
중·고등학교는 분산 배치가 용이해 인근 학교에서 충분히 수요를 흡수할 수 있고, 유치원은 학령인구 감소와 더불어 인근 초교에 병설유치원이 있어 추가 설립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난달 국민신문고를 통해 옥포지구 내 학교용지에 고등학교를 설립해달라는 민원이 들어오는 등 학교 설립 요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중학생과 고등학생 학령인구가 2028~2031년 사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민원이 들어온 곳은 이미 인근에 화원고, 대원고 등 배치할 수 있는 학교가 존재해 학교를 새로 지을 수 없다"고 했다.
◆교육청 "개발 후 학교 수요 검토해 해제할 것"
학교 용지 지정이 해제되면 상업시설이나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등이 들어설 수 있다는 점도 갈등의 요소로 꼽힌다.
학교 용지 지정 해제는 개발사업 시행자가 대구시에 지정 해제를 요청하면 시교육청이 이에 대해 검토하고, 해제가 적절하다고 판단하면 이를 대구시에 통보해 최종적으로 해제가 이뤄진다.
다만, 개발사업 시행자는 해제되는 학교용지를 다른 용도로 개발할 경우 학생 배치에 차질이 없도록 시교육청과 협의하게 돼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용지 해제 이후 개발로 인해 또 다른 학교 수요가 발생하지 않는지 등을 꼼꼼히 검토할 것"이라며 "일부 지역의 경우 해제 후 주택 개발로 학교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 해제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학교용지 특례법에 따라 300가구 이상 주택을 공급하는 개발사업자는 시·도 교육청과 협의해 적정한 학교용지를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학령 인구 감소 등으로 학교를 설립하지 못하고 장기간 방치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에 612곳의 학교용지가 방치돼 있고, 이 중 10년 이상 미사용지는 절반이 넘는 367곳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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