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정권 교체기에는 허니문 기간이라 해서 새로 출범하는 정권에 협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물러가는 문재인 정부는 물론, 압도적 의석으로 국회 권력을 장악한 더불어민주당도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출범 전에 반드시 '검수완박'을 완성해야 한다며 불과 18일 만에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에게는 무엇이 어떻게 왜 도움이 되는지 설명조차 없었다.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과 청와대 공개에 대해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나서서 직설적으로 마땅찮다고 비판했고 심지어 이전에 필요한 예비비 사용 승인도 보류했다. 협치 카드로 선택한 한덕수 국무총리 지명자에 대한 인준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 악화를 견디지 못해 억지 춘향으로 협조했지만, 그보다 앞서 열린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민주당의 최강욱, 김남국, 이수진 의원이 한 편의 코미디를 연출해 오랜만에 전 국민을 크게 웃게 만들었다.
정권 교체 후 2주가 지났다. 기간은 짧아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꿀 많은 일이 일어났다. 취임과 동시에 용산 국방부 건물에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됐고, 당일 청와대는 개방돼 수백만 명의 국민이 방문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긴축 재정과 금리 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공급망 문제로 인한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 대책이 마련되고 코로나19로 빈사 상태에 빠진 자영업자 지원책도 시작되었다. 대통령은 내각 및 여당 의원 전원과 함께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장을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해 국민 통합 노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취임 11일 만에 이루어진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선도적 가입을 선언하고 글로벌밸류체인(GVC) 안정화를 위한 생산 및 기술 분야의 협력관계를 확고히 함으로써 군사동맹을 넘어 경제 및 기술 분야의 동맹관계를 확고히 했다.
그 와중에 6·1 지방선거를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출범 후 20일 만에 맞는 이번 선거는 윤석열 정부의 향후 2년을 가늠할 중차대한 선거다. 국회의 3분의 2 가까운 의석을 점유한 더불어민주당이 시도 때도 없이 입법 독주를 하는 상황에서 지방선거에서의 압승은 다음 총선까지 식물 정부로 전락하지 않을 최소한의 조건이다.
이 점에서 윤석열 정부는 야당 복이 있는 것 같다. 대선 직후에 치러지는 선거에 민주당은 패한 대선후보인 이재명 후보를 인천 계양을 지역에 공천했고, 패한 당대표인 송영길 후보를 서울시장 후보로 공천해 스스로 6·1 지방선거를 대선의 연장전으로 만든 것이다. 대선 후 민주당이 보인 모습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유권자들에게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치명적 실책이다.
선거 전략도 대부분 네거티브 일색이다. 대선 후 변화에 목말라하는 유권자들에게 검찰 수사권을 박탈해 자신들의 범죄를 덮으려 하는 모습이나 새로 출범하는 정부에 협력은커녕 발목만 잡으려는 행보를 보였다. 한덕수 국무총리 인준은 이 상황을 벗어나려는 고육지책이었다.
반면 용산시대가 시작되면서 새로운 정치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대통령이 출퇴근 시 기자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잔치국수나 김치찌개 식사로 국민이나 주변 인사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모습, 시정연설에서의 솔직담백한 태도와 향후 개혁과제를 제시하고 야당 의원들과 일일이 인사하는 것을 보면 권위를 앞세운 다른 대통령보다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모습으로 보인다. 아직 확신은 없지만 신속히 경제위기에 대응해 가는 모습에서 안도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너무 많은 검찰 출신 인사의 기용은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막대한 국가부채와 경제위기를 물려받은 윤석열 정부의 앞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대통령 스스로 제시한 연금, 노동, 교육의 3대 개혁은 국민의 이해와 고통 분담을 요구해야 할 매우 어려운 과제다. 어렵다고 피할 수 없음은 물론, 야당의 협조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불과 2주밖에 지나지 않은 윤석열호는 조만간 잔잔한 내항에서 격랑이 몰아치는 대양으로 나서야 한다. 지방선거에서의 압승은 높은 파도와 강한 바람을 견디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다. 더욱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해 후손에 부끄럽지 않는 세대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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