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침공 초기부터 집중적으로 공략했던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러시아명 하리코프) 인근에서 80일 만에 철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P 통신,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이날 "러시아군이 지난 몇 주간 대규모 포격을 가한 후 하르키우 일대에서 퇴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호르 테레호프 하르키우 시장도 BBC에 "우리 군의 방어 노력으로 도시 근처에서 계속 포격하던 러시아군이 국경 쪽으로 철수했다. 현재 도시는 평온한 상태"라고 했다. 앞서 우크라이나군은 하르키우 북동부 전선에서 4개 마을을 수복하며 러시아군을 밀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은 지난 2월 말 개전 4일 만에 하르키우 시내에 진입했으나 우크라이나군이 즉각 격퇴했다. 이후 러시아군은 하르키우 인근 마을을 차지하고 하르키우를 집중적으로 공격해 수십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

군사전문가들은 이것이 전선을 재배치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군이 하르키우 일대에서 철수를 완료할 것이나 보우찬스크~이지움 지상 통신선 방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맞서 우크라이나군은 이지움을 탈환하기 위해 진격하고 있다. 올레그 시네후보프 하르키우 주지사는 14일 "이지움에서 우리 군이 반격을 시작했고, 러시아군이 일부 방면에선 후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지움은 하르키우와 동부 돈바스 지역을 연결하는 요충지다. 러시아군이 지난달 중순 돈바스 전투 총공세를 시작하면서 이곳을 점령했다.
러시아군은 하르키우를 함락하고 이지움 대대에 합류해서 돈바스 전선에 있는 우크라이나군을 포위하려고 했다. 그러나 로이터 통신은 "하르키우를 차지하지 못하고 이지움도 압박당하면서 러시아군이 동부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을 포위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전선에서 반격시도가 가능했던 것은 서방국들의 무기 지원과 함께 러시아군의 도하 작전을 대대적으로 막았던 덕이 크다.
러시아군은 지난 8일 하르키우로 이어지는 시베르스키도네츠강에 부교를 세우고 건너다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으로 73대의 탱크와 장갑차를 잃고 병력 최대 1천500명(항공사진 추정)을 잃었다.
시베르스키도네츠크강은 러시아 남부와 우크라이나 동부를 잇는 강으로 기갑부대의 진격을 늦추는 자연 방벽 중 하나다. 러시아군은 이 강을 건너기 위해 계속 시도하고 있지만, 우크라나군 당국은 지난 13일 9차례나 저지했다고 밝혔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14일 "러시아군이 또 이 강을 건너려고 준비 중이다. 일부 대대는 이 명령을 거부하고 있지만 새로운 대대를 투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WSJ은 "도하 실패로 러시아군이 돈바스 전선에서 추진력이 크게 떨어졌다"면서 "러시아군 소식통에 의하면 이번 전쟁에서 가장 치명적인 패배로 꼽혀 이 작전을 고안한 장군을 해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고 전했다.
ISW도 "러시아군을 지지하던 러시아 군사 전문가들도 '러시아군이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 왜 교훈을 얻지 못하나'고 비판하고 있다"고 했다. 르피가로는 "러시아군 지휘관들이 동부 전선에서 진격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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