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걸 칼럼] 도덕적 보수 정치의 회복 기대한다

입력 2022-05-08 16:34:03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내일이면 제20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이번 정권교체만큼 신구 권력 간의 갈등과 분열이 표면화된 적은 없었다. 누구의 잘못이라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서로를 믿지 못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인수위는 국정 비전으로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를 선정하고 6대 국정 목표와 110개의 과제를 발표했지만, 기억나는 것은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과 '검수완박'밖에 없다. 청와대 이전은 문고리권력을 없애 국정 운영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것이었지만, 왜 용산이고 왜 반드시 임기 시작 전에 옮겨야 하는지를 충분히 이해시키지 못했다. 청와대를 돌려준다는데 국민은 우리가 언제 돌려 달랬냐면서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이를 통해 윤 대통령은 깨달아야 한다. 아무리 필요하고 시급한 일이라도 국민을 이해시키지 못하면 과정은 힘들어지고 결과는 안타깝게 된다는 것을. 이제 미래를 위해 과거를 돌아보자.

검수완박은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의 합작품이다. 불과 1년 전 6대 주요 범죄로 검찰 수사권을 제한한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권교체가 이루어지자 불과 18일 만에 검수완박을 실현했다. 그 과정에서 안건조정위를 비롯한 여야 간 숙의를 요구한 국회법의 입법 취지는 깡그리 무시되었고, 통과된 법은 수많은 구멍이 생겨 향후 국민이 범죄로부터 보호될 수 있는지조차 불투명해졌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검찰 수사권을 박탈해 문재인, 이재명을 비롯해 수사를 받게 될 민주당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설마 검찰이 아니라 경찰로부터 수사를 받으면 자신들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출범에 필수적인 인사청문회에서 한덕수 총리 지명자를 비롯해 몇 명 장관 후보자의 의혹을 이유로 발목을 잡고 있다. 한덕수 지명자의 문제가 심각하다면 표결을 통해 동의하지 않으면 될 일이다. 다른 장관 후보자들에 대하여도 문제가 있다면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으면 그만이고, 범죄 의혹이 있다면 고발하라. 그래도 임명하면 그 책임은 대통령이 질 것이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이 주장한 것처럼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후보자가 더 일을 잘할 수도 있고,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 것은 잘못일 수도 있다. 왜 자신들이 집권했을 때와 정권을 잃었을 때가 이렇게 달라야 하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처럼 인사청문회도 열지 않고 문제가 있으니 물러나라는 것은 문자 그대로 발목 잡기 아닌가.

민주당의 어이없는 행태는 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에서 법사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줄 수 없다는 것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불과 1년 전 국회의장의 주선하에 공개적으로 약속한 것을 뒤집은 것이다. 이래서야 여야 협상이나 타협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민주당은 검수완박 협상안에 대해 국민의힘이 합의 후 뒤집었기 때문에 이것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듯하다. 검수완박을 합의한 국민의힘은 국민 여론에 부딪혀 입장을 번복한 것이고 그로 인한 책임은 오롯이 져야 한다. 그러나 원 구성 협상에서 약속한 사항은 국민과 상관없는 문제이고 원내 협상에서 신의 성실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할 이슈다. 설혹 법사위원장 자리를 민주당이 갖는다 해서 향후 사법개혁특위에서 결정된 사안을 자기들 뜻대로 입법화할 수 있다고 보는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뻔한데도 말이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된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과는 달라야 한다. 국민과의 약속은 물론, 야당과의 약속도 지켜야 하고, 불가피하게 지키지 못할 경우에는 그것이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충분히 설득시켜야 한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 따라 거짓말과 말 바꾸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정당과 사람들을 상대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럴수록 신의 성실의 원칙에 따라 법과 상식, 약속을 지켜야 한다. 당리당략을 위해 약속을 밥 먹듯 뒤집는 후안무치한 자들을 상대하는 가장 좋은 무기는 신의 성실과 도덕성이다. 진실한 도덕적 보수 정치로 돌아가 신뢰받는 정치를 하라. 그것이 결국 저 후안무치한 인간들을 이기는 길이요, 이 나라와 국민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