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 부족에 규칙 못 지키는 학생 점점 늘어
활동량 저하, 불규칙한 식습관 등으로 비만 학생도 급증
코로나 이후 학생 '건강 회복' 중요, 대구시교육청 학생건강증진센터 운영
코로나19 발생 이후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아프다. 주의력 결핍과 비만 등 정서 장애와 생활 건강 문제가 심각해진 것이다. 감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황에서 규칙을 배우고 운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건강관리 대책을 비롯해 아이가 학업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놀이 등 여가활동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 주의력 결핍 등 정서 장애 겪는 아이들
30년 넘게 교사로 재직한 A(56) 씨는 현재 달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있다. 지난해 6학년, 올해 4학년 담임을 맡은 A씨는 "수업시간에 교실을 돌아다니거나 갑자기 교실 밖으로 나가는 등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이 전례 없이 늘었다"며 "저학년 때 자신의 욕구를 조절하며 규칙을 지키는 습관을 제대로 기르지 못한 여파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외부와의 상호작용을 제대로 하지 못한 학생들 사이에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와 '애착장애'(RAD) 등 행동·정서상 문제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정운선 경북대 의과대학 소아 정신의학과 교수 등은 대구 내 초등학교 6곳의 1, 2학년 학생 233명을 대상으로 아동들의 심리 상태를 진단했다. 대구시교육청이 주관한 '자기 조절 능력 증진 습관 프로그램' 사업으로 이뤄진 검사였다.
그 결과 우선관리군 16명 등 관심군 22명 등이 ADHD 성향으로 나타났다. 이가운데 31명이 정밀 조사에 참여해 21명이 ADHD로 최종 확인됐다. 정 교수는 이 비율을 233명으로 환산했을 때 전체 ADHD 비율은 13%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서완석 영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학교에서만 할 수 있는 여러 행동적인 트레이닝이 코로나19로 인해 2, 3년 동안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 때문에 향후 ADHD를 비롯한 행동 문제들이 더 눈에 띄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ADHD 아동들의 경우 부정적 경험들이 누적되면 청소년기에 우울 증상이 추가로 나타나거나 성인 ADHD로도 이어져 생활 전반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 갈수록 뚱뚱해져 신체 건강도 빨간불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활동량 저하와 불규칙한 식습관 등으로 인해 비만 학생도 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대구 초등학생의 비만율은 2017년 15.5%와 2018년 15.8%에서 2019년 16.5%로 소폭 늘었고, 2020년에는 19.6%까지 치솟았다. 지난해는 18.4%를 기록했다. 5명 가운데 1명이 비만인 셈이다.
특히 야외활동에 영향을 많이 받는 남학생의 비만율은 2017~2021년 사이 18.5%→19.0%→19.9%→23.8%→22.8%로 가파르게 늘었다. 같은 기간 여학생은 12.3%→12.4%→13.0%→15.1%→13.7%였다.
수성구 신매동의 한 한의원 간호사는 "우리 한의원은 비만 말고도 다양한 진료를 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이전에는 어린이 환자 10명 중 1명이 비만으로 의원을 찾았다면 이후엔 10명 중 4명 정도로, 소아 비만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라고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달 발표한 '2017∼2021 영양결핍과 비만 통계' 분석 결과에서도 지난해 비만 환자는 3만170명으로, 2017년 1만4천966명의 2배 이상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증가폭이 10대에서 가장 컸는데, 2017년 1천227명에서 지난해 4천457명으로 3.6배나 늘었다. 10세 미만 환자도 같은 기간 1천14명에서 3천102명으로 3배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소아기 비만 증가 원인으로 원격수업 등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운동량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봤다. 또 고칼로리 식품과 음료수를 더 많이 섭취하게 된 점도 지적했다.
김진경 대구가톨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코로나19 거리두기 기간에 비만과 관련된 당뇨병으로 진단 받는 사례도 함께 증가했다"며 "소아청소년 비만으로 대사증후군,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등이 일찍 나타나거나 열등감과 대인관계 장애, 우울증 등과 같은 심리적인 문제도 함께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키와 체중, 체질량 지수 모니터링과 정기적인 건강 검진으로 비만을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나아가 식습관 교육을 통해 올바른 음식을 섭취하고, 신체 활동을 늘리는 등 행동 습관을 바뀔 수 있도록 가정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학교에서 신체·정신 건강 회복 어떻게 이뤄지나
코로나19를 겪은 학생들의 교육 회복과 더불어 '건강 회복'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대구시교육청은 신체·정신 등 여러 방면에서 건강 회복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교육부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등교수업 차질과 대외 활동 감소 등이 학생정신건강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생의 25.4%와 고학년생의 32.4%가 코로나19 이후 더 우울감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각각 10.6%, 14.7%였다.
또 코로나19 이전보다 불안감을 더 느낀다고 응답한 비율도 초등학교 저학년생과 고학년생이 각각 23.8%, 34.8%로 중학생(6.0%)과 고등학생(8.5%)보다 많은 편이었다. 코로나19가 특히 초등학생에게 미친 영향이 큰 것이다.
대책 마련이 시급해지면서 대구시교육청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신체 활동 저하와 정서적 문제를 겪는 학생들을 돕고자 4억3천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난 3월부터 학생건강증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또 건강한 체중 관리를 위해 보건교사, 체육교사, 영양(교)사, 담임교사, 외부 강사 등이 대책팀을 구성할 예정이다. 정신건강 고위험군 지원 사업으로, 극단적 선택 위기 등 정신건강 위험에 노출된 학생에게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치료비를 지원하고 심층심리평가를 진행할 방침이다.
ADHD 관련 대책으로는 지난해 시교육청이 주관했던 '자기 조절 능력 증진 습관 프로그램' 시범 사업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올해 2학기부터 2천 명이 참여하는 제2차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내년에는 대구의 모든 초등학교 1학년이 참여하는 디지털 친구 맺기 사업으로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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