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없어 못짓는 포항북부소방서 신청사…1995년 법개정 때문?

입력 2022-05-04 15:11:07 수정 2022-05-04 18:31:53

경북도, 소방 예산 부족하다보니 지자체가 땅 줘야 소방서 청사 지어줘
기형적 구조 손봐야 앞으로 포항같은 사례 나오지 않아

지난 2일 오전 9시쯤 포항시 북구 덕산동 포항북부소방서 현장 대원들이 협소한 공간에서 근무 교대를 앞두고 차량과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포항북부소방서 제공.
지난 2일 오전 9시쯤 포항시 북구 덕산동 포항북부소방서 현장 대원들이 협소한 공간에서 근무 교대를 앞두고 차량과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포항북부소방서 제공.

비좁고 낡은 경북 포항북부소방서 청사가 이전할 땅을 찾지 못해 10여 년째 옮기지 못하는 가운데(매일신문 2일 보도) 이 문제의 근본적 원인이 허술한 지방자치법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경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기초자치단체 소관이던 소방업무가 광역자치단체로 넘어가도록 지방자치법이 개정된 1995년, 재정자립도가 낮은 도 단위 광역단체가 업무 관련 재정 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란 부정적 의견이 적지 않았다.

광역시는 구·군과 획일적인 업무 처리가 가능하지만, 도가 재정이 들쭉날쭉한 20여 개 시·군의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도 의문시됐다.

당시 시·군 단위 기초단체의 재정이 워낙 천차만별이라 소방 관련 직원들의 처우, 장비와 시설 수준이 제각각인 점 등을 해소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추진된 개정이었지만, 세밀한 부분까지 따져보지 않은 채 법안 통과가 이뤄졌다.

이에 따라 경북은 경북도가 소방본부를 운영하게 됐고, 이후 우려대로 인력부족에도 예산이 없어 충원하지 못하고 장비 교체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도는 지자체별로 인구 등을 따져 건축물과 토지 재산에 대해 일정 부분 세금을 매겨 지역자원시설세(구 소방시설세)를 받았지만, 재정난은 해소되지 않았다.

이 탓에 소방서 신청사 건축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결국 경북도는 2009년 신청사를 건축할 때 부지는 기초단체가 제공하고 건물은 도가 짓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후 소방서 신청사는 이 방침에 따라 기초단체 협조를 받아 지어졌다. 최근 상주, 구미, 봉화, 청송 등에서 진행되고 있는 청사 신축사업 역시도 이런 방식이다.

그러던 중 포항처럼 지자체가 부지 매입·조성비용 문제로 제공을 꺼리는 예외의 상황이 나타났다. 도의 방침이 강제성이 없다 보니 기관 간 입장을 좁히지 못하면 소방서 신축이 무기한 연장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상황이 이렇자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포항북부소방서 관계자는 "이 상황이 가장 답답한 건 노후 소방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이고, 피해를 입는 건 양질의 소방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포항시민들"이라며 "문제점들을 논의해 조례로 제정하거나 법제화하도록 해야 이런 문제가 더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